(제 127 회)

제 2 편

전쟁은 힘과 힘의 대결이다

제 3 장

6

(1)

 

라정순이 전방치료대에 도착했을 때 마침 위생차가 떠날 준비를 갖추고 부르릉거리고있었다.

운전사에게 물으니 지금 금암리계선에서 미제침략군 24사선견대와 전투가 한창인데 그리로 떠나려 한다고 했다.

라정순은 자기도 같이 가겠으니 책임지고 가는 군관에게 좀 기다리게 해달라고 하고는 얼른 치료대를 책임진 군의소부소장에게 들어갔다. 방철호가 도망친 내용까지 포함하여 환자후송정형을 구체적으로 보고한 라정순은 《아직 수행하지 못한 후송임무》를 마저 수행하기 위해 마당으로 달려나와 위생차에 올랐다. 방철호문화부대대장을 무조건 후송해야 하겠다고 결심했던것이다. 아무리 각오가 좋다 해도 그런 몸상태로는 도저히 땅크를 탈수 없는것이다. 몸이 건강한 사람도 땅크만 타면 내장이 막 뒤흔들린다고 한다. 그래서 땅크병을 고를 때 키가 크고 체격이 좋고 건장한 억대우같은 사나이들로 뽑는다고 했다.

실지 땅크병들은 키가 작거나 허약한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방철호는 그런 몸으로 어떻게 땅크를 탄다고…

이윽고 차가 떠났다.

정순은 차창가에 바투 붙어앉아 흘러가는 산천을 내다보며 이제 부사단장을 만나 보고할 내용들을 하나하나 정리해보았다.

제일먼저 떠오른것이 꽃니의 얼굴이였다.

인형을 안고 너무 좋아 콩당콩당 뛰던 그애 모습이 떠오르며 저절로 웃음이 나갔다.

그 소식을 알려주면 부사단장동지가 얼마나 기뻐할가.

자동차는 경쾌하게 달렸다.

저앞에 파괴된 적들의 자동차가 보인다. 길옆 도랑에 거꾸로 처박혔다. 우리의 땅크에 넋을 잃었을 놈들의 몰골이 눈앞에 보인다. 포가가 떨어져나가고 포신이 땅에 드리운 포들도 보인다. 그것도 우리 땅크가 짓뭉개며 나간것일것이다.

기쁜 소식은 그것뿐이 아니다. 쏘련에서 가족이 떠날 준비를 하고있다는 전보, 6월 28일에 떠날 예정이라니 전보대로 한다면 지금 한창 오고있을것이다. 그다음엔 참모장동지의 안해가 생남을 했다는 소식…

서용숙에 대한 소식은 참으로 놀라운것이였다.

의정부시 교외의 괴뢰수도사단 탄약창고에서 일어난 폭발이 분명 서용숙의 장거라는것이였다.

해당 기관에서는 지금 계속 확인중이라고 했다.

그다음은…

문득 저쪽차창가에 바투 붙어 밖을 내다보며 코노래를 흥얼거리는 간호원이 낯이 설다는데 주의가 갔다. 아까 전방치료대를 떠날 때 부소장이 새로 배치되여온 간호원동무와 함께 가라던 말이 생각나서 정순은 그제야 통성을 하려고 그를 불렀다.

《간호원동무!》

《예?》

간호원이 의아해서 고개를 돌렸다. 얼굴이 동그스름하고 눈이 큰 예쁜 처녀였다. 어딘가 눈매가 낯이 익다는 인상도 들었다.

《간호원동문 이름이 뭐예요?》

《옛, 안금덕입니다. 전사 안금덕!》

목소리도 류달리 맑고 또랑또랑했다.

《안… 금덕?》

무엇인가 피뜩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라정순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럼 이 처녀가 문화부사단장동지의?… 그러고보니 저 인상적인 눈매가 안동수문화부사단장과 비슷했다.

어마나, 세상에 이런 우연도 있을가.

정순은 반색을 하며 와락 금덕의 손을 잡았다.

《우리 부사단장동지의 누이동생이지요? 맞지요?》

금덕은 방실 웃었다. 빨간 전사령장으로 해서 그의 얼굴은 더욱 애돼보였다.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원 이렇게 반가울데라구야. 내가 부사단장동지의 지시를 받구 사단지휘부에 들렸댔어요. 사단장동지 아주머니를 만났는데… 바로 부사단장동지 누이동생이 새로 지은 집에 와서 마당이랑 쓸어놓고 군대로 갔다고 알려주더군요. 그런데 우리 부대로 올줄이야.》

《배치할 때 떼를 썼지요 뭐, 오빠있는 곳에 가겠다구. 지금껏 헤여져 살았는데… 가까이 있고싶었어요.》

《그래요, 참 잘됐어요. 우리 함께 있자요. 내 이름은 정순이야요. 라정순. 참, 전보가 온거 알아요? 저 따슈껜뜨에서…》

안금덕의 눈이 반짝 빛났다.

《예, 전보요? 전보가 왔어요?》

《그래요.》

라정순은 서둘러 안주머니에서 전보용지를 꺼냈다.

《자요, 부사단장동지 부인한테서 온거래요. 어제 저녁에… 그러니 금덕동무에겐 형님이지요.》

성급히 전보용지를 받아들고 급히 읽어보는 안금덕의 얼굴에 대뜸 환희의 빛이 어렸다. 짜락 손벽까지 치면서 기뻐서 어쩔줄 몰라했다.

《야, 이제 며칠만 있으면 만나게 되겠구나. 우리 어머니랑 형님이랑…》

라정순은 황순희에게서 들은 말이 있어 은근한 어조로 물었다.

《금덕동무가… 무척 고생했다더군요. 어려서부터 머슴을 살면서… 어려서… 젖먹이때 어머니와 헤여졌다지요?》

금덕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생이야 누구나 다 했지요뭐. 우리 오빠두, 우리 엄마두, 우리 아버지두… 나때문에 더 고생들을 했어요.》

《금덕동무때문이라구요?》

금덕은 차창밖으로 눈길을 돌렸다. 흘러가는 전투의 흔적이 력연한 산과 밭들과 나무들을 쳐다보며 갈린 어조로 말했다.

《그래요.》

《지금껏 헤여져 살았다던데 어떻게… 금덕동무때문에 고생을 한단 말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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