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6 회)

제 2 편

전쟁은 힘과 힘의 대결이다

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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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윽해서야 류경수는 리영복이 색연필로 작전안을 짜보던 지도를 들여다보았다.

《참모장동무는 이번 전투를 어떻게 할 예정이였습니까?》

리영복은 얼굴을 붉히며 자신없는 어조로 입을 열었다.

《놈들은 기동수단이 발달한것만큼 지금쯤은 이 오산계선에 거의 도착했을것이라고 보았습니다.

그 속도이면 아군과 이 오산북쪽 금암리계선 아니면 외삼미리계선에서 조우할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 4사 18련대가 줄미리골안으로 행군하고있는 조건에서… 보병이 아직 오지 않은 조건에서 …》

리영복은 자꾸 말을 더듬었다. 이마에서 땀이 뽀질뽀질 돋았다. 보병과의 배합으로만 땅크를 쓸수 있다는것은 공인된 전법이였다. 그런데 자기 역시 놀랍게도 벌써 지금껏 철칙으로 여겨온 그 기성리론을 벗어나고있는것이였다.

류경수가 신중한 눈길로 리영복을 쳐다보고는 다시 작전지도에 눈길을 떨구었다.

《일없소. 마음놓고 생각대로 말하오. 전사들은 다 준비되여있소.》

리영복은 더운 침을 삼키고는 지도를 계속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가능하다면… 한개 대대쯤 먼저 진출시키고… 또 다른 대대를 이쪽오솔길로 해서 방어종심으로 진출할수 없겠는지…》

류경수는 빙그레 웃었다.

《좋소, 그건 내 생각과 같소.》

리영복은 큰숨을 내쉬였다. 신심이 생기는것같았다.

《그렇게 되면 적들을 타격하면서 진군속도를 높일수 있을것같습니다.》

류경수는 지도를 보며 한손으로 턱을 힘껏 문질렀다.

《아니 밀고나가기만 해서는 안되오. 놈들을 한놈도 남김없이 몽땅 잡아치워야 하오.》

류경수는 연필을 받아들고 잠시 뭔가 생각하다가 도로를 따라 쭈욱 화살표를 그었다.

《한개 대대를 여기 서정리계선까지 진출시켜 퇴로를 차단하고 포위섬멸해야 하오. 어떻소?》

리영복은 또 한번 모두숨을 내쉬였다.

《그렇게 하면 통쾌하기는 한데…》

류경수는 연필을 지도우에 탁 놓았다.

《난 참모장동무 작전안에 찬성이요. 그게 바로 장군님의 빨찌산식전법이요. 놈들을 몽땅 포위섬멸해서 미제의 거만한 코대를 분질러놓읍시다.》

류경수는 미더운 눈길로 리영복을 쳐다보았다.

《난 참모장동무가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계속 작전을 해나가리라 믿겠소.》

리영복은 갑자기 목이 꽉 메여왔다. 드디여, 이제야 비로소 내가 자기 길에 들어섰단 말인가.

그래서 이번 작전은 리영복 자기와 류경수사단장의 합작으로 된것이다. 아니, 사단장은 이미 그런 작전안을 세웠던게 분명했다. 리영복은 이제라도 사단장의 작전안에 비슷이 도달하게 된것이 다행스러웠다.

안동수부사단장이 고마왔다.

리영복은 이 전쟁이 일어나 열흘이라는 날자가 흘러가는 속에 수많은 전투들을 하였지만 자기가 작전한것이 이렇게 긍정적으로 평가되기는 처음이여서 새삼스러운 눈길로 다시금 작전지도를 굽어보았다. …

《참모장동무, 제노라고 우쭐대는 놈들인데 본때를 보입시다.》

《알았습니다.》

리영복은 자기의 지휘땅크로 향했다. 골안의 여기저기에 땅크들이 널려서서 정비들을 하고있었다. 리영복이 자그마한 바위들을 에돌아 길바닥에 내려서는데 문득 안동수문화부사단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리영복은 우뚝 멈춰서서 소리나는쪽을 쳐다보았다.

안동수문화부사단장이 땅크병들과 함께 쇠갈구리로 무한궤도에 배긴 흙덩이들을 파내고있었다.

《저 바다건너에서 기여든다는 스미스특공대놈들 말이요. 제2차 세계대전에도 참가했다는 고참병들이 많다지만 세상 겁쟁이들이 또한 그놈들이요. 왜냐하면 그게 다 돈에 팔려온 고용병들이기때문이요. 돈을 벌려고 온 놈들이란 말이요.

그놈들은 군사복무를 정의를 위해, 조국을 지키기 위해 하는것이 아니라 돈을 벌려고 하오. 군사복무를 하고 이렇게 전쟁에까지 참가하면 돈을 주니까… 그런데 돈은 왜 버는가? 그건 잘살기 위해서요. 죽으면 그 돈이 무엇에 필요하겠소? 그래서 죽지 않을데만 골라서 가는 판이지. 놈들은 고용병들을 이 전쟁판에 보내면서도 어떻게 선전하는가.

<이 세상에 미군을 당할 군대는 없다>, <이제 미군이 전선에 나타나기만 하면 공산군은 넋이 나가 뺑소니를 칠것이다> , <당신들은 그저 총을 메고 유람식으로 한번 가보기만 하면 된다> , <조선이 어떤곳인지 구경만 하고오면 된다>.

자 어떻소, 이렇게 속아서 오는 놈들이요.

우린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 누가 말해보겠소?》

《옛.》

한 땅크병이 힘있게 대답했다.

《우린 다시는 원쑤들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 싸웁니다.》

《옳소, 해방전에 우리가 얼마나 피눈물나는 노예살이를 강요당했소. 저 한계천동문 바가지라는 조선말 한마디 한것때문에 죽도록 매맞고 벌금까지 물었댔지, 저 전기련이넨 또 어떻게 살아왔소. 한세곤이네는 어떻게 살아왔구… 더두말구 우리 사단지휘부식당 금실동무가 겪은 그 일만 생각해두 얼마나 치가 떨리오. 나라를 빼앗기면 또 그렇게 된단 말이요.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싸우는거요. 나라를 지키고 고향을 지키고 부모형제를 지키고 자기를 지키기 위해서… 남녘땅을 해방하고 조국을 통일하기 위해서… 그러니 이 싸움에서 누가 이길것같소?》

《우리가 이깁니다.》

일제히 울리는 챙챙한 대답소리…

《옳소. 우리가 이긴다는건 불보듯 명백하오. 지난날엔 옳바른 령도자가 없어서 나라가 약해지구 나중엔 왜놈들에게까지 먹히웠댔지만 이젠 어림도 없소. 미군놈들이 아무리 전쟁경험이 많구 아무리 발전된 무기를 가지고있다구 해도 우릴 당하진 못해. 왜? 우린 바로 세상에서 제일 위대한 김일성장군님을 모신 조선사람이기때문이요. …

장군님은 하늘이 낸 천출명장이시구 우리 조선사람은 이 세상 제일 슬기롭고 용감한 민족이요. 나라를 빼앗기면 어떤 비참한 운명에 처하는지 골수에 사무치도록 체험한 우리란 말이요. 이런 우리가 질수가 있는가. 어때? 또 한번 본때를 보여야지?》

《알았습니다. 미국놈들에게 조선사람의 본때를 보이겠습니다.》

안동수는 돌덩이처럼 꽉 틀어쥔 주먹을 눈앞에서 흔들었다.

《지금 우리 인민군대는 하늘과 땅, 바다에서 미국놈들의 거만한 코대를 보기좋게 꺾어놓고있소.

우리 하늘의 용사들은 전쟁이 일어난지 나흘째되던 6월 29일에 벌써 미국놈들이 떨어지지 않는 <하늘의 요새>라고 떠들던 <B-29> 전략폭격기를 떨구는 기적을 창조했소. 수원비행장과 인천항을 정찰하고 기지로 돌아가던 리문순이란 비행사가 단신으로 싸워이겼단 말이요.
우리 바다의 용사들은 또 어떤가.

그들은 지난 7월 2일 주문진앞바다에서 어뢰정 4척으로 중순양함 <볼티모>를 격침시키고 경순양함을 격파시키는 세계해전사에 그 류례를 찾아볼수 없는 위훈을 세웠소. 어뢰정은 배수량이 17t이지만 <볼티모> 는 1만 7천t이 넘소. 그러니 자기보다 천배도 넘는 놈을 해제꼈단 말이요.
자, 이제는 우리 차례요. 알겠소?》

《알았습니다.》

땅크병들의 자신만만한 우렁찬 대답소리…

리영복은 이윽토록 안동수를 쳐다보았다

이국살이도 같이했고 장군님의 신임도 같이 받았는데 왜 저 부사단장과 나는 이리도 아득한 차이를 가져오는가. 언제나 전사들속에 들어가 고락을 함께 하면서 신심과 용기를 주는 문화부사단장…

《승차!》

어디선가 구령소리가 울렸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짧고도 명료한 구령들이 울렸다.

《승차!》

《승차!》

리영복도 더운 침을 삼키며 삑 돌아서서 자기의 지휘땅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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