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4 회)

제 2 편

전쟁은 힘과 힘의 대결이다

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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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애육원에 가니 춘희는 너무 반가와서 손을 맞잡고 콩콩 뛰기까지 했다.

《아이, 너의 몸엔 포연내가 꽉 밴것 같구나. 소독수나 요드냄새가 아니라 전선용사의 냄새가 난다니까.》

그의 호들갑스러운 웃음소리를 가슴뿌듯해서 들으며 라정순은 은근한 어조로 물었다.

《그새 앓지는 않았니?》

《후방에서야 좀 앓는들 뭐라니. 생사를 판가름하는 전선에 비하면야… 하지만 난 아무 일두 없어. 너무 앓지 않으니까 앓는 사람들한테 미안한감까지 들어. 호호호. 참, 너의 그 용감한 땅크병은 아직도 돌격해오니?》

라정순은 속이 찔끔 했지만 아닌보살을 했다.

《그 사람이 뭐 정신나갔다구 적진으로 돌격하지 않구 처녀한테루 돌격하겠니?》

《어야나, 그렇지. 호호, 알만해. 벌써 그 사람을 두둔하는구나. 어때, 내 말이 맞았지? 그런 사람한테는 못견딘다는것.》

《까불지 말어.》

라정순은 이렇게 단마디로 막아치우고는 《참, 그 처녀애 있지? 우리 부사단장동지가 데려온 아이 말이야. 꽃니라고 하는 아이… 지금 잘있겠지?》하고 말머리를 돌렸다.

《응, 부르라니?》

라정순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부사단장동지가 부탁하더구나. 이 인형을 주라고 하면서 …》

라정순은 위생가방을 열고 인형을 꺼냈다.

춘희의 눈이 인형을 보자 반짝 빛났다.

《야, 요거 깜찍하게도 만들었네. 꽃니가 정말 좋아하겠다야.》

춘희는 인형을 들어 이렇게도 보고 저렇게도 보면서 연신 감탄을 했다.

《너희네 부사단장동진 정말 헐치 않은분이야. 그 죽고살고하는 전쟁판에서도 꽃니를 위해 인형을 보낼 생각까지 하다니…》

라정순은 자기가 칭찬을 받는듯 흐뭇해지는것을 느끼며 미소를 지었다.

《꽃니가 앓지는 않았니?》

춘희는 고개를 살래살래 젓더니 인형을 놓고 나들문을 열었다.

《이봐요. 경옥어린이, 꽃니를 좀 오라고 하세요.》

《알았습니다.》

하는 챙챙한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다.

《아이들이 다 활발하다야.》

정순이 저 멀리서 줄넘기도 하고 술래잡기도 하면서 뛰노는 원아들을 쳐다보며 감개한 어조로 말했다.

《왜 안그러겠니. 장군님께서 이 전쟁때에도 애들이 사소한 불편이라도 느낄세라 엊그제 또 모기장이랑 보내주셨단다. 간식도 떨구지 않게 계속 보장해주시구…》

《모기장을?》

《응… 우리 귀중한 애들이 모기에라도 쏘이면 안된다고 하시면서 넉넉히 보내주라고 하셨대.》

라정순은 가슴이 뭉클해올랐다. 이 준엄한 전쟁을 승리에로 이끄시느라 그토록 분망하실 장군님께서 애육원원아들이 모기에 쏘이는것까지 념려하시다니… 그처럼 세심하신분이 이 세상 어디에 또 있을가 하는 생각에 눈굽이 쩌릿해졌다.

밖에서 문을 똑똑똑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손잡이 퍽 아래에서 소리가 나는것으로 보아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작은 아이 같았다.

《들어오세요.》

문이 방싯이 열리더니 쌍태머리를 한 애가 빠금히 고개를 들이밀었다.

《날 찾았나요?》

라정순은 자기도 모르게 호호호 웃었다. 제법 어른들처럼 격식을 차리는것이 우스웠던것이다.

《어서 들어와요. 꽃니어린이, 여기 누가 왔나보세요.》

춘희가 라정순을 손으로 가리키자 꽃니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빤히 올려다보았다. 그 행동도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라정순은 자기도 모르게 그 애를 담쏙 그러안고 볼에 쪽 하고 입을 맞추었다.

《꽃니야, 내가 부사단장아저씨한테서 왔단다. 아저씨가 이 인형을 꽃니에게 주라고 했어.》

라정순이가 인형을 주자 꽃니의 눈이 별처럼 반짝 빛났다. 대번에 꽃같은 웃음이 확 피여났다.

《야, 인형!》

꽃니는 인형을 가슴에 꼭 안았다가 다시 눈앞에 들고 찬찬히 쳐다본다.

그러다가 아무래도 믿어지지 않는듯 라정순을 올려다보았다.

《이거 정말 나를 주는거나요?》

라정순은 웃음을 머금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부사단장아저씨가 보낸거라는데…》

《부사단장아저씨요?》

그제야 라정순은 부사단장이란말이 꽃니의 귀에 설리라는것을 깨달았다. 라정순은 황황히 자기 말을 정정했다.

《너를 렬차에서 구원해준 그 아저씨 말이야, 부려단장아저씨… 이젠 부사단장아저씨가 되였단다.》

《이거 정말 우리 아저씨가 보냈어요?》

《응.》

《야, 좋네.》

꽃니는 환성을 올리며 콩콩 뛰여오르다가 별안간 몸을 획 돌리더니 밖으로 뛰여나갔다.

《얘들아, 우리 아저씨가 나한테 인형을 주었다. 얼마나 고운지 몰라. 요것 봐. 요 눈이랑, 볼이랑, 멋있지? 우리 아저씨가 준거야. 요것 봐. 요 리봉… 치마… 정말 곱지?》

꽃니가 너무 좋아 소리소리치며 뛰여나가 자랑하며 돌아가자 춘희가 민망한 어조로 말했다.

《애두 참, 아저씨한테 고맙다는 인사를 보낼 생각은 않구…》

《그래서 아이가 아니니.》

정순은 애들한테 가서 인형자랑을 하는 꽃니를 사랑스러운 눈길로 이윽토록 지켜보았다. 저 이야기도 문화부사단장에게 빠짐없이 전해주리라 생각하니 저절로 마음이 즐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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