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3 회)

제 2 편

전쟁은 힘과 힘의 대결이다

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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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부상자들을 평양에 있는 큰 병원들로 후송하는 일은 라정순이가 생각했던것보다 더 힘들었다.

부상자들이 평양에 도착하자 렬차에서 내리지 않겠다고 다시 전선으로 보내달라고 떡 버티고 떼를 써서 무진애를 먹었다. 진정제주사를 맞고 잠이 든 사이에 후방으로 실어왔다고 라정순이네를 원망했다.

한겻시간이 걸려서야 겨우 그들을 병원들에 입원시킨 라정순은 급히 사동에 있는 사단지휘부로 향했다.

전선에 있는 동지들의 부탁을 들어주어야 했던것이다.

 

현재 사단에 와있는 전사들의 집에서 보낸 편지를 모두 가져올것. (후방차나 땅크부속들을 운반하는 차편을 통해 정상적으로 편지가 전선으로 운반되고있지만 안동수문화부사단장은 전번에 편지를 가져간 뒤에 온것이 한장이라도 있을수 있으니 꼭 관심해서 있으면 무조건 가져오라고 했었다.)

리영복참모장의 안해가 해산을 하였는지 알아볼것. 순산인가 아닌가. 산모와 애기의 건강은 어떠한가. 구체적으로 알아볼것.

서용숙의 행처를 알아볼것.

지휘부사택에 들려 가족들의 안부도 알아볼것.

가능하면 애육원에 들려 꽃니가 앓지 않고 잘 자라는가 알아봐주었으면 고맙겠음. 인형은 직접 주어도 좋고 참모장부인이나 사단장부인에게 부탁해도 됨.

 

이것이 문화부사단장이 부탁한 내용들이였다.

다른 동지들이 부탁한것도 많았다. 편지를 전해달라는것, 전화를 걸어달라는것, 누구를 만나보고 오라는것…

래일 아침에 떠나는 차를 타자면 서둘러야 했다.

사단지휘부에 들리니 경비성원들뿐이라 별로 한적해보였다. 전선에서는 철화가 오가고 폭음이 요란하고 불구름이 타래치고 피가 흐르는데 여기 먼 후방의 청사에서는 오히려 훈련때보다 더 조용했다. 직일관을 만나 각 련대, 대대별로 후방차가 떠난 후 어제와 오늘사이에 온 편지들을 모아달라고 부탁한 라정순은 급히 사택마을로 향했다.

황순희를 만나러 사단장의 집으로 가니 집이 비여있었다.

참모장의 집에 가니 마침 해산을 한 뒤였다.

아들을 낳았다면서 황순희는 기뻐서 어쩔줄 몰라했다. 그는 해산방조를 하러 와있었던것이다.

《순산을 했어요. 참모장동지가 얼마나 좋아하겠어요. 마흔에 첫아들이니…》

라정순은 그제야 문화부사단장이 참모장의 일에 대해 왜 그리도 왼심을 쓰는지 리해가 되였다. 참모장이 마흔이 되도록 애기가 없어 그랬던 모양이다.

그 다심한 마음에 코허리가 쩡해왔다.

《우리 군관가족들은 모두 잘있어요. 참, 기술부사단장동지네 돼지가 새끼를 열마리 낳았어요. 우린 지금 전선을 원호하기 위한 사업을 하고있어요.》

황순희는 매 가족들의 건강이며 그들이 전선원호에 어떻게 열을 올리고있는가에 대해 하나하나 알려주고는 안동수문화부사단장의 집도 가족을 맞을 준비를 다 해놓고있다고 알려주었다.

《부사단장동지의 누이동생은 전선으로 탄원해나갔어요. 떠나기 전에 여기 집에 와서 가마도 닦고 물도 길어다놓고 갔답니다. 마당까지 깨끗이 쓸어놓고요. 이제 인차 따슈껜뜨에서 엄마랑 오겠는데 만나보고 가라고 하였지만… <모든 힘을 전쟁의 승리를 위하여>라는 장군님의 방송연설을 높이 받들고 학교학생들이 모두 전선으로 탄원했다고 하면서… 이제 승리하고 돌아와 엄마랑 오빠랑 만나겠다고…》

《부사단장동지 가족이 인차 온답니까?》

《여기… 부인한테서 어제 전보가 왔어요. 부사단장동지한테 전해주세요.》

황순희는 품속에서 전보쪽지를 꺼내주었다.

라정순이 서둘러 펼쳐보니 거기엔 이렇게 씌여있었다.

《5월 8일에 보낸 편지를 받았음. 인차 준비를 하고 떠나겠음. 6월 28일에 떠날것으로 예견됨. 떠날 때는 약속대로 전보를 치겠음… 이리나.》

《어마나!》

라정순은 자기도 모르게 손벽을 쳤다. 얼굴에 밝은 미소가 확 피여올랐다.

6월 28일에 떠난다니 그럼 지금 한창 오고있을것이 아닌가. 오늘은 모두 기쁜 소식들뿐이다. 참모장동지의 생남소식에 부사단장동지네 집소식에…

이때 마침 잠이 들었던 참모장의 안해가 눈을 떴다.

《아이 잠을 깼군요. 기뻐하세요. 참모장동지가 이렇게 사람을 보내왔군요.》

황순희가 라정순이를 가리키자 산모의 얼굴에 미소가 그려졌다. 《정말… 그이가 보냈어요?》

라정순은 무릎을 꿇고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문화부사단장의 부탁이지만 참모장이 보냈다고 한들 무슨 큰일이랴. 산모를 기쁘게 하면 그만인걸…

《그런 뚝박쇠령감이 어떻게… 문화부사단장동지가 보냈지요?》

라정순은 고개를 가로 흔들었다.

《아니예요. 참모장동지가…》

산모는 씁쓸히 웃었다.

《열흘전에… 부사단장동지가 들렸댔어요. 전쟁이 일기 이틀전인가… 당장 해산을 하게 되였는데 참모장이 훈련장에 나가 살고있으니 이게 될말인가고 하면서 당장 들여보내겠다고 했었지요. 그런데 다음다음날 새벽에 전쟁이 일어났으니… 그래서 부사단장동지가 보냈을거예요. 우리 령감은 그런 인정이 전혀 없어요. 그저 땅크밖에 모르지요.》

황순희가 어이없는듯 이렇게 탓하며 웃었다.

《아이참, 이제 나이 겨우 40이 된 남편보고 령감이 뭐예요. 애기아버지 보고, 호호호.》

산모도 웃고 라정순이도 웃었다.

산모가 이렇게 한마디 했다.

《건강해서 잘 싸우라고 하세요. 그리고 애이름이나 지어보내라고 하세요.》

라정순은 기쁜 마음을 안고 참모장의 집에서 나왔다.

이번엔 애육원에 가봐야 하였다. 벌써부터 꽃니의 귀여운 얼굴이 눈앞에 떠오르며 웃음을 자아냈다. 동창생을 만나볼 일도 즐겁기만 했다.

이 후방에서 애들의 작은 가슴에 청진기나 대보고 감기에라도 걸릴세라 보육원들에게 지청구를 하고 식사전마다 식당에 나가 검식이나 하고… 평화롭고도 안정된 생활을 하고있을 그에게 가자니 전선에서 총포소리에 단련되고 죽음의 고비도 넘어온 자신이 한결 자긍심이 생기는것을 어쩔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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