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1 회)

제 2 편

전쟁은 힘과 힘의 대결이다

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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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를 받자 손이 뜨끈했다. 금방 찐것이여서 손이 델 정도였다.

《이크, 뜨겁구만.》

《감자는 더울 때 먹어야 제맛이지요. 자, 여기 소금도 있습니다.》

안동수는 주머니에서 종이에 싼 소금까지 꺼내여 앞에 펼쳐놓았다.

둘은 감자를 하나씩 들고 껍질을 벗기기 시작했다.

《난 부사단장동무가 왜 날 찾아왔는지 압니다.》

후후 불며 감자를 벗겨 소금에 찍어 입에 넣은 안동수는 눈을 끔벅이며 무슨 말이냐는듯 쳐다보다가 입안의것을 꿀꺽 넘기고서야 물었다.

《그건 또 무슨 말입니까?》

리영복은 시무룩이 웃으며 역시 껍질벗긴 감자를 소금에 찍었다. 안동수는 허- 하고 웃었다.

《식기전에 어서 드시우. 원, 별식을 함께 하자고 찾아왔더니 완전히 생트집이로군. …》

리영복은 감자 한알을 다 먹고서야 허거픈 미소를 지었다.

《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사람입니다. 숱한 사람들을 거느려왔고… 내가 부사단장동무의 속심을 모를것같습니까?》

《허허허. 남의 성의를 그런 식으로 속단하면 죄가 됩니다.》

《난 이미 죄를 지은 사람이지요. 국가앞에, 사단장동무나 문화부사단장앞에, 전사들앞에…》

《그건 또 무슨 말씀입니까?》

리영복은 후- 하고 긴숨을 내쉬였다.

《몰라서 묻습니까? 평화시기 훈련을 할 때도 그랬지만 전쟁이 일어난 다음부터는 더더욱 부대에 부담만 주지 않습니까. 아마도 내 머리속에 들어있는 그런 군사지식과 전투경험은 이 전쟁에서 아무 쓸모도 없는것같습니다. 》

《그래서 그리도 얼굴색이 어둡습니까. 솔직히 말하면 난 그 말 한마디는 하자고 했댔습니다. 참모장동무도 알지 않습니까. 전사들은 언제나 지휘관의 얼굴을 쳐다본다는것을 말입니다.》

《난 지휘관자격을 상실한 사람입니다. 애초에… 능력이 없었지요.》

《참모장동무!》

안동수의 목소리가 갑자기 높아지고 엄해졌다.

《참모장동문 무슨 말을 자꾸 그렇게 합니까. 도대체 어쩌자는겁니까?》

리영복은 후- 하고 무거운 숨을 내그었다.

《난 사임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안동수는 서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게 진심입니까?》

리영복은 고개를 끄덕였다.

《섭섭하군요. 참모장동무가 어떻게 그런 말을… 참모장동무는 어떻게 그렇게 장군님의 신임을 쉽게 저버릴 생각을 했습니까.》

《어찌겠습니까, 능력이 없는걸. 제가 있어야 부대작전에 역효과를 줍니다. 나같은건 제때에 자리를 내놓고 물러앉는게 아무모로 보나 더 유익할겁니다.》

《참모장동무, 난 참모장동무가 이렇게도 비겁한 사람인줄 정말 몰랐습니다.》

《내가 비겁하다구요?》

《그렇습니다. 참모장동문 정말 참모장은커녕 조선사람의 자격조차 없습니다.》

《뭐라구요?》

리영복은 자리를 차고 뛰쳐일어났다. 불이 펄펄 이는 눈길로 안동수를 쏘아보았다.

안동수는 격분해서 주먹을 푸들푸들 떨며 웨치듯 말했다.

《우리 조선사람은 례의가 밝은 사람들입니다. 동무처럼 의리가 없는 배은망덕한 사람들이 아니란 말입니다!》

《그 말 다했소?》

리영복이 씩씩거리며 거칠게 내뿜었다. 금시 무슨 일이 터질것같았다.

《아니, 다 못했소. 동무는 장군님의 믿음을 배반했소. 장군님께서 동무가 사대와 교조에 물젖은 사람이라는걸 모르고 참모장이라는 중임을 맡기신것같소? 용감하게 그런 낡은 사상에서 벗어나 조선사람답게 우리식의 전법, 빨찌산의 전법으로 무장하길 바래서 그런 믿음을 주시였단 말이요.

조선사람의 긍지, 조선사람의 자존심, 동무에겐 왜 그것이 부족하오? 우리야 장군님의 전사가 아니요. 우리 장군님은 100여만의 일제관동군을 때려부시고 조국을 해방해주신 민족의 영웅이시오, 천출명장이시란 말이요. 이런 장군님을 모시고있는데 동문 2차대전경험이요, 뭐요 하면서… 그 귀중한 빨찌산전법, 장군님의 전법은 연구하지 않고… 정신차리시오, 참모장동무!》

리영복은 거칠게 숨을 씩씩 몰아쉬다가 속이 타는지 와락 앞섶을 잡아제꼈다.

안동수는 안타까이 절절하게 말했다.

《우리 땅크병들은 하루가 다르게, 눈에 뜨이게 발전하고있소. 불과 몇년전만 해도 화전민, 머슴군, 철공소로동자로 일하던 사람들이 해방후 5년동안에 얼마나 자랐는가 말이요. 발전된 나라 사람들도 3년, 4년 걸려야 한다던 운전조법을 여섯달도 되기전에 다 떼고 열걸음, 백걸음 따라앞서고있소. 조선사람의 기개를 남김없이 시위하고있소. 얼마나 훌륭하오.

참모장동무는 매일 병사들과 같이 살며 싸우면서 왜 그걸 보지 못하오. 왜 그들을 믿지 못하오. 참모장동문 우리 땅크병들의 각오와 능력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기때문에 더더욱 작전에서 대담하지 못하고 기존리론에서도 탈피하지 못하고있단 말입니다.》

안동수는 잠시 동안을 두고 끓어오르는 격정을 가라앉힌 다음 간절한 어조로 뒤를 이었다.

《난 참모장동무가 집에 잘 들어가지 않는 문제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참모장동무는 부대가 아직 신설이나 같구 땅크병들도 제구실을 하자면 멀었는데 어떻게 참모장이란 사람이 저녁마다 집에 들어가 자겠는가 하면서 그러는것같은데 그것자체가 우리 병사들, 동지들을 믿지 못하기때문이 아니겠습니까. 그건 자기 기만이구 가장 가까운 동지인 안해에 대한 죄악입니다.

난 지휘관일수록 심장이 뜨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참모장동무, 우리 이제부터라도 장군님을 모시고 싸운 투사동지들에게서 허심하게 배웁시다. 배우고 배우고 또 배워서 그들을 닮을 때 장군님의 믿음에 보답할수 있다는것을 잊지 맙시다.》

안동수는 돌아섰다.

리영복은 우두머니 그가 걸어가는 뒤모습을 쳐다보다가 후-하고 긴 숨을 내쉬며 고개를 떨구었다.

발밑에는 안동수가 가져왔던 감자밥통과 소금이 담긴 종이가 펼쳐져있었다. 소금우에는 절반밖에 먹지 못한 껍질벗긴 감자가 놓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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