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0 회)

제 2 편

전쟁은 힘과 힘의 대결이다

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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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부대가 자기 궤도에 들어서기 전에는… 나에겐 남들처럼 집에 들어가 안온하게, 한가하게 지낼 권리가 없다.

그는 그날부터 부대사무실로 잠자리를 옮겼다. 젊은 안해에겐 미안한 일이였지만 리해하리라 믿었다.

남들이 어떻게 보든 부대싸움준비에만 신경을 쓰려고 했다. 저녁에 집으로 들어가고싶어도 참으며 쏘련에서 가지고나온 소책자들을 보고 또 보았다. 집에 너무 관심이 없다는 비판을 받을수록 속으로는 그만큼 부대에 관심을 돌렸다는것으로 자부를 느끼군 했다.

그렇다고 그 사연을 안동수나 류경수에게 말할수도 없었다.

그런데 정작 그렇게 해서 부대의 싸움준비에 이바지한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훈련할 때에도 그랬지만 전쟁이 일어나서는 더욱 그랬다. 쏘련 붉은군대 군관학교를 최우수성적으로 졸업하고 땅크부대의 대대장으로서 제2차 세계대전의 포화를 헤치면서 단련되고 성장한 자기여서 이 작고 협소한 땅에서는 한몫 할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첫날부터 자기의 경험을 도저히 써먹을수가 없었다. 만세다리에서는 보병과의 협동이 아니라 땅크선견대의 전투진입이라는 상상도 못했던 전투방식이 창조되였으며 보병이 없는 선견대의 벼락같은 공격으로 포천을 해방하였다. 다음은 의정부전투, 미아리고개전투, 서울해방전투, 한강도하작전, 영등포전투… 어느 하나도 자기가 머리속으로 짜보았던 작전전술안이 아니였다. 하지만 전투는 매번 승리를 가져왔다. 더우기 한강도하때에는 교범의 두배인 60° 급경사로 땅크를 몰고내려가 임무를 수행하였다. 그것도 운전기술이 제일 미타하다고 생각했던 한계천이가 그 기적을 창조하였다. 교범을 내들면서 모험이라고 반대하자 류경수사단장은 성이 독같이 나서 자기가 전적인 책임을 진다며 입도 못벌리게 했다. 너무도 안타까와 문화부사단장을 찾아갔더니 그는 애당초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결과는 철교로 한강을 건넜다.

결국 자기는 제 얼굴에 침을 뱉는 격이 되였다. 자기가 기다리자고 주장했던 그 중도하창은 약속된 시간에 도착하지도 못했다. 오는 도중 적항공대의 습격을 받았던것이다. 만일 자기의 말대로 중도하창을 계속 기다렸다면 어쩔번 했는가? 틀림없이 자기는 전시군법앞에 나섰을것이다.

리영복은 이 전쟁에서의 자신의 존재를 다시금 랭철하게 돌이켜보지 않을수 없었다.

지금껏 자기가 작전한대로 전투가 진행된것은 단 한번도 없었다. 모든것은 류경수사단장의 수정을 거쳐야 했고 어떤 경우는 완전히 꺼꾸로 뒤집히기까지 했었다. 그래서 매번 승리하였다.

만일에 이 참모장이 작전한대로 하였다면… 그때도 승리했을것인가?

리영복은 이 무더운 날에도 소름이 끼치는것을 느꼈다.

무서웠다.

자기가 언제 어떤 과오를 범하고 군법앞에 서게 될지 가늠할수가 없었다. 자신의 작전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렇다고 참모장이란 사람이 작전을 하지 않고 사단장만 쳐다볼수도 없었다. 참모부를 책임진 지휘관으로서 사단장을 방조해야겠는데 도리여 부담이 되고있으니…

리영복은 음- 하며 괴롭게 한숨을 톺았다.

자기가 이 전쟁에서 전혀 필요치 않는 존재라는것을 가슴아프지만 인정하지 않을수 없었다. 전투를 조직할줄 모르는, 승리할수 있는 작전을 세울수 없는 참모장, 지휘관의 결심채택에 도움은커녕 방해만 주는 참모일군은 차라리 없는것보다 못하다.

리영복은 옆에서 흐느적대는 풀대를 와락 꺾어 질근질근 짓씹기 시작했다. 자기도 모르게 호흡이 빨라졌다.

(그렇다면… 사임?)

그 선택이 옳을것같았다. 지금까지 진행해온 전투로정을 랭정히 돌이켜보면 볼수록 이 리영복은 괜히 자리지킴이나 하고있었다는것을 자인하지 않을수 없다.

자격도 능력도 없이 계속 자리에 틀고앉아있는다는것은 나라앞에 죄악이 아닐수 없다.

(이제라도 제기를 하자. 패기있고 능력있는 사람을 참모장으로 보내달라고…)

더는 미룰수가 없었다.

이제부터 싸움은 더 어려워질것이다.

미제의 24사선견대가 부산에 상륙하여 100여대의 자동차에 분승하여 전선으로 떠났다고 한다.

방금전에 사단장이 불러서 가니 전방지휘소에서 받은 정보라면서 알려주었었다. 우리의 공격속도와 놈들의 속도를 보아 오산계선에서 맞다들것같은데 작전안을 빨리 세워보라는것이였다.

저 스미스특공대놈들은 미24사 21련대 1대대와 야포대대로 구성된 강력한 전투단이라고 한다. 추정병력은 1000여명, 야포대대는 105미리포, 4인치박격포, 75미리무반동포, 최신형로케트포, 60미리직사포로 무장을 했다고 한다. 화력은 아군 한개 련대와 맞먹고…

특공대장 찰스 비 스미스중좌는 1939년 륙군사관학교 최우수졸업생이며 1941년 12월 일본군의 바바즈공격시 방어전에서 용맹을 떨쳤다고 한다.

이놈이 지금 우리 앞길을 막아보려고 호언장담하면서 달려오고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깊이 하고있습니까?》

뒤에서 울려오는 귀익은 소리에 리영복은 고개를 돌렸다.

안동수문화부사단장이 야전밥통 하나를 들고 서서 빙그레 웃고있었다.

마침이라고 생각하며 리영복은 약간 자리를 틔여앉았다.

《어서 와 앉으십시오.》

안동수는 옆에 와 앉으며 말했다.

《그 한계천동무가 재간둥이더군요. 기관실안을 열어보니 어떻게나 묘하게 만들어놓았는지… 싸움을 하면서도 밥도 짓고 감자도 찌고 별의별 일을 다하게 만들었더군요. 허허허. 참모장동지두 승인했다면서요?》

리영복은 시무룩이 웃었다.

《수명이 다 되여 페기시키려던 교육용땅크여서 마음대로 하라고 했댔지요. 기술부사단장동무도 동의했고…》

안동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밥통뚜껑을 열었다.

《우리 땅크병들이 참 용치요. 저 한계천동무는 열다섯달전만 해도 화전농사를 짓던 동무인데… 자, 하나씩 듭시다. 저 한계천동무가 하는 말이 글쎄, 허허허… 쏘련에선 이런 올감자가 귀물이 아니였는가구 하면서… 하나씩 맛보라는겁니다. 우리 따슈껜뜨에 이런 올감자가 얼마나 잘되는지… 그걸 모르더란 말입니다. 조선의것은 다른 나라에 다 없는것처럼 생각하지요. 허허허. 사실 따슈껜뜨에서 귀한건 고구마인데… 어쩌겠습니까. 이 감자도 고구마처럼 귀물이라 생각하고… 자, 어서…》

안동수는 이러며 주먹보다 조금 작은 감자를 리영복에게 내밀었다.

리영복은 가슴이 뭉클해옴을 느끼며 멍하니 그 감자를 쳐다보았다. 아까 한계천이가 한개 맛보라고 한것이 그런 웅심깊은 마음에서 나온 말이였구나 하고 생각하니 한때 그를 제대까지 시키려 했던 일이 돌이켜지며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왜 보기만 합니까. 팔 떨어지겠습니다. 허허허.》

안동수가 감자든 손을 흔들어서야 리영복은 서글피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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