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6 회)

제 2 편

전쟁은 힘과 힘의 대결이다

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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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멍청히 그 인형과 흡족해서 웃고있는 안동수를 갈마보았다. 빨간치마에 색동저고리를 입히고 쌍태머리에 댕기를 들인 인형이였다. 안동수는 만년필을 꺼내여 종이우에 급히 몇자 적고는 문을 열고 련락병을 찾았다.

《이 편지와 인형을 35련대 군의소 라정순동무에게 가져다주시오. 가능하면 애육원에 좀 들려봐달라고 하시오. 시간이 없으면… 여기 참모장동무 부인이나 사단장동지 부인에게 맡겨도 좋고… 참, 참모장동무, 집에 전할 말이 없습니까? 라정순동무가 부상자들을 후송하려고 평양으로 떠나는데… 편지를 한장 쓰십시오. 아주머니가 기다리겠는데…》

리영복은 도리머리를 했다. 그럴 경황이 없었다. 생사를 판가리하는 이런 위급한 속에서도 그런 여유를 가지고 생활하는 안동수가 부럽기까지 했다. 그럴수록 속은 더욱 끓어올랐다.

련락병이 나가자 리영복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문화부사단장동무, 급한 일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사단장동지가 지금 전혀 승산이 없는 도하작전안을 내놓고 막 내밀고있는데 이거 큰일났습니다.》

안동수는 놀란 눈길로 리영복을 쳐다보았다.

《승산이 없다니요. 난 정말 묘안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예?》

리영복은 어안이 벙벙해져 안동수를 쳐다보았다. 아니, 이 사람은 언제 벌써?

순간 무엇인가 뇌리를 세차게 치는것을 느꼈다.

아까 지휘부에 도착하자마자 사단장이 누구에겐가 전화를 걸며 철교도하가 어떻고 가능성이 어떻고 하면서 말했는데 그것이 안동수와의 토론이였다는것을 깨달은것이다. 그때는 무조건 저지시켜야 한다는 그 한생각에만 옴해 문화부사단장과 토의하는것도 모르고있었던것이다.

《다 알고있다니 차라리 잘됐습니다. 부사단장동무가 제발 좀 막아주시오. 저러다간 땅크를 몽땅 강물속에 처박습니다. 난 8년을 땅크와 함께 산 사람입니다. 부사단장동무, 날 믿어주시오. 저 사단장을 막을 사람은 문화부사단장동무밖에 없습니다.》

영복은 흥분해서 소리치듯 열을 올렸다.

안동수는 모자를 쓰려다말고 놀란 눈길로 리영복을 쳐다보았다.

(나를 믿어달라니… 사단장을 막을 사람이 이 문화부사단장밖에 없다니…)

안동수는 자못 심각해졌다.

저 리영복은 한때는 이 안동수를 추궁하고 타이르기도 하던 사람이였다. 쏘도전쟁때만해도 저 사람은 붉은군대 대대장이였고 이 안동수는 마지막전사였었다. 그 훈장수훈식때도 책임자를 하면서 얼마나 큰소리를 잘 쳤던가.

《량해해주게. 우린 조선사람이야. 나라없는 민족이라고, 약소민족이라고 숙볼가봐 난 더더욱 이렇게 머리를 추켜들고 사네. 그래서 목소리도, 요구성도 더 높이는거구… 울라지미르, 존엄은 제가 지켜야 해. 알겠나?》

수훈식을 하고 헤여지기 전날 저녁 바위우에 나란히 앉아 그가 변명삼아, 충고삼아 하던 말이였다.

그렇게 자존심이 높던 참모장이 이런 문제로 이 문화부사단장을 찾아왔다.

안동수는 가슴이 아팠다.

그가 여기까지 오느라 오죽이나 생각을 많이 했으랴. 얼마나 안타까왔으면 이렇게까지… 그러나… 안동수는 입술을 깨물며 약해지려는 마음을 다잡았다. 모자를 바로 쓰며 정색해서 리영복을 쳐다보았다.

《참모장동무, 난 이미 사단장동지의 결심을 지지하였습니다.》

리영복은 서둘러 도리머리를 했다.

《그건 문화부사단장동무가 그 모험의 위험성을 모르고 지지한겁니다. 이제라도 제지시켜야 합니다. 이제 땅크를 다 잃으면 2차작전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우린 오늘의 하루가 아니라 앞날을 생각해야 합니다. 오늘의 한 전투의 승리가 아니라 이 전쟁의 승리를 생각해야 한단 말입니다. 난 쓰라린 교훈이 있습니다. 부사단장동무도 그걸 알지 않습니까? 하루, 못해도 이틀이면 중도하창이 도착합니다.》

《참모장동무, 우리 땅크병들을 믿읍시다. 장군님의 작전적방침을 관철하는 길이라면 우리 땅크병들은 날벼랑앞에서도 주저하지 않을것입니다. 》

《물론 주저하지 않지요. 죽음도 맞받아나가는 우리 전사들이 아닙니까. 하지만 문제는 땅크를 잃게 되니 야단이란말입니다. 땅크가 없으면 땅크사단도 없어지고맙니다.》

안동수는 근엄한 어조로 판자에 못을 때려박듯 또박또박 찍어서 말했다.

《참모장동무, 다시말하지만 난 사단장동지의 결심을 지지합니다.》

리영복은 안동수를 멍하니 쳐다보더니 털썩 의자에 주저앉았다. 한참이나 씨근덕대며 거친 숨을 몰아쉬다가 뜻밖에도 물에 젖은듯한, 울분이 섞인듯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부사단장동무! 솔직히 말해서 난 쏘도전쟁때 땅크를 굴려먹고 군법앞에까지 섰던 사람입니다. 그 전투에서 나는 가장 가까왔던 한 전우를 잃었습니다. 내가 그 급경사지로라도 내려가라고 명령했기때문에 언덕을 내리다가 땅크를 처박고… 나때문에 죽었단 말입니다.

부사단장동무, 좀 랭철하게 생각해봅시다.

저런 급경사로는 땅크가 내려가지 못합니다.》

또다시 가까운곳에서 쿵-쿠궁-포소리가 울려왔다.

안동수는 생각깊은 눈길로 리영복을 쳐다보다가 천천히 도리머리를 했다.

《난 참모장동무의 심정이 리해는 되지만… 동의할수는 없습니다. 왜 참모장동무는 불가능하다고만 합니까. 갑시다. 같이 가서 지혜를 합쳐봅시다.》

《아니, 난 반대요. 그렇겐 못하오.》

리영복이 황황히 두손을 내저었다.

《세계 그 어느 력사에도 저런 철교로 땅크를 건네본 례가 없소. 난 책임을 못지겠소.》

《좋습니다. 책임은 사단장동지와 내가 지겠습니다.》

《이건 책임문제가 아니란 말입니다.》

《다른 길이야 없지 않습니까. 나가봅시다.》

《아니, 난 반대요. 난 저 서빙고역쪽에… 떼를 뭇는 곳으로 가겠소. 난 중도하창을 기다리겠소.》

리영복은 일어섰다. 몸을 약간 비칠하더니 얼이 나간 사람처럼 허청허청 걸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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