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5 회)
제 2 편
전쟁은 힘과 힘의 대결이다
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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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웅- 씨웅-
하늘에서 갑자기 공기를 맺는 소리가 련이어 나기 시작했다.
《사단장동지, 집중포사격입니다. 빨리 피합시다.》
리영복은 얼른 뛰여가 류경수의 팔을 잡아끌었다. 끌려오면서도 류경수는 계속 철교를 돌아보았다.
《참모장동무, 저 철교로 건늘수 없을가?》
리영복은 창황중에도 어이가 없어 허 하고 웃었다.
《철교로 어떻게 건는다고 그럽니까. 저렇게 끊어졌는데…》
《끊어진 곳이 저쪽대안 가까이에 있지 않소. 저 끊어진 곳까지만 가도 강물이 얼마 깊지 않을거란 말이요.》
《철교가 저렇게 강물우에 떠있는데 어떻게 건느겠습니까. 저 끝에서 물면까지의 높이도 20여m는 넘을것같습니다. 강바닥까지는 25m쯤 될게고… 그 높은데서 땅크가 뚤렁뚤렁 떨어지게 할수야 없지 않겠습니까.》
《저 끊어진 끝이 강바닥에 닿게 이쪽에 폭약을 먹이면…》
《그러면 경사도가 높아지지요. 60°는 더 될겁니다.》
류경수는 다시 섰다.
쓩- 하고 포탄이 머리우로 날아오는 소리가 났다.
《엎드렷!》
류경수가 번개같이 참모장을 덮으며 엎드렸다.
《쾅-쾅쾅.》
포탄이 련이어 옆에서 터졌다. 그들의 머리며 잔등우로 모래벼락이 쏟아져내렸다.
마치도 그들을 조준하고 쏘아대는것같았다.
류경수는 공병대대가 있는 곳으로 가자고 했다.
그들이 서빙고역사를 돌아서는데 마침 공병대대장이 뛰여왔다.
《사단장동지, 공병대대는 지금 한강을 도하하기 위하여 떼무이를 준비하고있습니다.》
리영복은 화색이 되여 먼저 물었다.
《나무가 있소?》
《침목용 통나무들이 여기 좀 있습니다.》
류경수가 말했다.
《아니, 그 나무는 당장은 쓰지 마시오. 대신 동무넨…》
류경수는 대대장을 끌고 철교가 보이는 룡산역방향으로 서빙고역사를 돌아나갔다.
《저 철교 끊어진것 말이요. 저쪽끝이 강바닥에 완전히 닿게 이쪽에 폭약을 좀 먹이시오. 알겠소?》
대대장은 차렷자세를 취했다. 구리빛얼굴은 온통 땀으로 번들거렸다.
《알았습니다.》
《언제까지 하겠소?》
대대장은 손목시계를 내려다보았다.
《8시 30분까지, 한시간내로 해놓겠습니다.》
《좋소. 8시 30분에 내가 나와보겠소.》
영복은 속이 불안했다. 사단장이 도대체 어떻게 하려는지 짐작이 안갔던것이다.
저녁 8시 30분에 류경수는 참모장과 공병대대장을 데리고 철교에 올라섰다.
날이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하여 다리우에 올라선 그들이 보이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철교우에서 아무리 돌아쳐야 별도리가 없으리라고 여겨서인지 적들도 잠잠했다. 탐조등만이 어둠을 썰며 강물우를 빗질하고있었다.
류경수는 침목을 하나하나 밟으며 철길을 따라 끊어진 경간까지 나갔다. 리영복은 그와 함께 나가 끊어진 경간을 내려다보았다. 순간 머리칼이 쭈볏 일어서는것같았다. 밑에서는 시퍼런 강물이 처박힌 철다리끝을 에돌며 솨솨 사품쳐가고있었다. 눈앞이 어질어질해졌다. 금시 몸이 휘돌리우며 밑으로 나떨어질것만 같았다. 한참이나 그 사품치는 강물을 내려다보던 류경수가 고개를 기웃했다.
《철교가 좀 탈렸구만. 땅크견인기 두대면 저건 바로잡을수 있겠지?》
누구에게라없이 묻는 말이였다.
《할수 있습니다.》
공병대대장이 힘있게 대답했다.
《저 경간끝의 물깊이가 얼마나 될것같소?》
《제가 내려가보겠습니다.》
공병대대장이 당장 경간을 따라 내려가려 하자 류경수가 손으로 제지시켰다.
《참모장동문 저 깊이가 얼마 될것같소?》
리영복은 철교밑과 저쪽대안까지의 거리를 가늠해보다가 2m는 넘을것같다고 했다.
《2m라… 좋소. 이 철교로 건늡시다.》
《예?》
리영복은 와뜰 놀랐다. 제 귀를 의심하며 되물었다.
《이 철교로 말입니까?》
《그렇소. 대대장은 땅크견인기로 저 비틀린 철교를 바로잡소.》
《알았습니다.》
대대장의 힘찬 대답소리…
리영복은 믿어지지 않았다. 한발 나서며 서둘러 입을 열었다.
《이 철교경사가 60°는 넘습니다. 이런 경사에서 땅크같은건 돌덩이같이 굴러떨어질겁니다. 저 강물속에 박히면… 그땐 답니다.》
《강물속에 땅크가 박히지 않게 대책을 세워야지요.》
류경수가 이러며 돌아서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어떻게 말입니까. 이 경사면에 땅크를 세운다는것자체가 모험입니다.》
《방법을 연구해봅시다. 무작정 못한다는 립장에 서지 말고 무조건한다는 립장에 서면 방법이 나옵니다. 우리에게
리영복은 가슴이 떨렸다. 땅크들이 련이어 급경사를 따라 한강에 곤두박히는 환영이 떠올라 소름이 끼쳤다.
이거 야단났구나.
류경수의 고집을 자기로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류경수는 한번 한다 하면 벽도 밀고나가는 성미였다.
《사단장동지, 다시한번 랭철히 생각해보십시오. 저런 경사로는 정말 안됩니다. 그래도 땅크야 이러나저러나 내가 오래 타보지 않았습니까. 난 이젠 8년을 땅크와 함께 싸워왔습니다. 저런 경사엔 땅크가 들어서지조차 못합니다.》
류경수가 그를 돌아보았다.
《우리 땅크병들이야 경사지극복훈련을 해보지 않았습니까!》
《그건 땅에서였습니다. 그것도 45°이하였습니다. 저런 경사에선 어림도 없습니다.》
류경수는 이윽토록 리영복을 쳐다보다가 다시 돌아서서 걸으며 근엄한 어조로 말했다.
《지금 적들의 방어력량은 비상한 속도로 강화되고있습니다. 우리가 떼요, 중도하창이요 하면서 시간을 끌면 끌수록
우리에겐 저 철교밖에 다른 길이 없습니다.》
리영복은 사단장의 이 모험을 막을 사람은 안동수문화부사단장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휘부에 도착하여 류경수가 철교도하준비를 빨리 시작할데 대하여 포치하는것을 보다가 급히 안동수를 찾아 떠난것이다.
강건너에서 쏘아대는 포소리가 간단없이 쿵-쿠궁 들려오며 가슴을 떠박질렀다. 리영복은 속이 떨려 견딜수가 없었다. 쏘도전쟁때 군법의 판결을 기다리며 영창속에서 가슴을 쥐여뜯던 일이 자꾸만 눈앞에 얼른거린다.
군사가의 모험은 죽음으로 끝나는 법이다. 높은 지휘관일수록 그 후과는 치명적이다.
(안돼. 다시는 그런 전철을 밟을수가 없어.)
리영복이 문화부에 들어서니 안동수는 문화부군관들에게 무슨 사업인가 포치하고는 어디엔가 막 전화를 걸던 참이였다.
《아니? 참모장동무가 어떻게?…》
안동수는 송수화기를 든채 의아한 눈길로 문화부군관들과 어기며 들어서는 리영복을 쳐다보았다.
리영복은 어서 전화를 마저 걸라면서 손짓을 해보이고는 나들문옆 걸상에 주저앉았다.
《그럼 잠간만 기다려주십시오.》
안동수는 리영복에게 량해를 구하고는 전화를 계속했다.
《그렇소. 내 인차 사람을 보낼테니 부탁을 좀 들어주시오.》
송수화기를 놓은 안동수는 뜻밖에도 전투가방에서 흰종이 한장과 인형을 하나 꺼내 책상우에 올려놓았다. 인형을 들고 이리저리 들여다보며 빙그레 미소를 짓더니 리영복을 돌아보았다.
《어떻습니까? 깜찍하게… 잘 만들지 않았습니까?》
리영복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이런 전쟁판에 인형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