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4 회)

제 2 편

전쟁은 힘과 힘의 대결이다

제 3 장

2

(1)

 

리영복참모장은 허둥지둥 안동수문화부사단장을 찾아가고있었다.

(저지시켜야 한다. 그러지 않다간 땅크를 저 강물속에 다 처박고말것이다.)

마음이 급했다.

지금껏 사단지휘부에서는 한강도하문제를 놓고 론의가 분분했었다.

끊어진 다리를 복구한다는것은 말도 되지 않는 일이다. 저 다리를 복구하자면 목재, 철근, 세멘트 그 모든것이 다 보장된다 해도 보름이상은 걸릴것이다. 배로 건는다는것도 불가능한 일이였다. 여기 한강에는 땅크의 중량을 받아낼만한 배가 한척도 없었다. 제일 좋기는 떼를 만들든가 중도하창을 놓는것이였다. 류경수는 한손을 내저었다.

《그 방법도 틀렸소. 떼는 언제 만들고 중도하창은 어디서 가져오겠소.》

《전방지휘소에 요구합시다. 우리에겐 그 길밖에 없지 않습니까.》

리영복은 송수화기를 들고 전방지휘소를 찾아 중도하창이 없이는 강을 건느지 못한다고 딱 잘라맸다. 전방지휘소에서는 잠간 무엇인가 토의하는것같더니 그럼 이틀만 기다리라고 했다.

《최소한 이틀이요. 이틀이면 6사의 중도하창을 실어올수 있소.》

류경수가 옆에서 그 소리를 듣다가 화를 냈다.

《이틀은 너무 늦소. 그걸 설치하는데 한겻은 또 걸릴거란 말이요. 그사이에 적들은 한강대안에 엄청난 무력을 증강해서 방어를 강화할대로 강화해놓을거요. 적들에게 이이상 시간을 더 주어서는 안되오.》

《그럼 어찌합니까. 현재는 그 방법밖에… 지금 보병들도 다 우리 땅크만 바라보고있답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요?》

《전방지휘소에서 그렇게…》

《뭐요?》

류경수는 리영복에게서 와락 송수화기를 당겨들었다.

전방지휘소에서도 류경수가 옆에서 한 말을 다 들었는지 수화기로 약간 갈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전번 산지극복훈련때 파악도 없는 산판으로 땅크를 몰고가 석대씩이나 굴렸다고 당장 문제를 세운다던 그 부총참모장이였다.

《사단장동무, 조금만 참소. 한강도하작전이 땅크사단때문에 지연되고있는데 아무렴 우리가 속수무책으로 가만있겠소? 6사의것을 최대한 빨리 실어오도록 하겠소.》

류경수는 속에서 무엇인가 욱 치밀어오르는것을 가까스로 삼키는듯 살멱이 무섭게 꿈틀했다.

《그건 또 무슨 말입니까. 땅크사단때문에 한강도하작전이 지연되다니… 땅크가 없이는 한강도하작전도 못한단말입니까?》

류경수는 송수화기를 쥐지 않은 왼손을 안타까이 내흔들었다.

《사단장동무, 물론 일부 보병들을 신변기재를 리용해서 강행도하시킬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땅크와 포가 없이 적들속으로 뛰여든다는건 승산없는 일입니다. 자멸의 길이란 말입니다.》

수화기의 말소리가 얼마나 격렬한지 옆에서도 다 들리였다.

류경수는 벼락같은 소리로 웨쳤다.

《빨찌산식으로 하면 되지 않습니까. 명령이야 관철해야 할것 아닙니까.》

《자제하시오. 우리에게 땅크와 포가 있는데 왜 무모한 희생을 내겠소. 중도하창을 인차 보내줄테니 기다리시오. 땅크정비랑 연유보충이랑 전투준비를 빈틈없이 갖추어놓고 대기하란 말이요.》

류경수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험상해진 그의 눈길을 마주보기가 두려울 정도였다.

《우리가 건느지 못하면 공격이 불가능하단말이지. 공격이…》

송수화기를 든 그의 손이 푸들푸들 떨렸다. 이윽고 송수화기를 내려놓은 그는 밖으로 향했다.

《나가봅시다.》

밖에서는 땡볕이 쏟아져내리고있었다. 이따금 저 강건너에서 총포탄이 앙칼진 소리를 내며 날아오군 했다.

류경수는 성급히 강기슭을 오르내리며 강건너를 쏘아보았다. 끊어진 한강다리밑에는 다리가 폭파될 때 굴러떨어져내린것이 분명한 화물자동차적재함이며 승용차며 달구지며 인력거며 자전거며 하는것들이 강물우로 삐죽삐죽 쌓여있었다. 다리가 폭파되였을 당시의 광경이 눈에 선히 그려졌다.

리영복은 한번 으시시 몸을 떨고는 류경수를 쳐다보았다.

류경수는 뒤짐을 진채 입을 실룩거리며 강기슭을 오르내리고있었다. 두눈에서는 시퍼런 불이 황황 쏟아져나오는듯싶었다.

리영복은 가슴이 서늘해지는것을 어찌할수가 없었다. 그 어떤 막연한 불안이 가슴속 한귀퉁에서 계속 머리를 쳐들었다.

사단장의 저렇게 성난 얼굴은 처음 보았던것이다. 저러다 무슨 일을 칠것만 같다.

리영복은 한숨을 내쉬였다. 아무리 속상해해도 뾰족한 수가 나올수 없다. 다리들이 복구되지 않는 한 다리신세는 질수 없는 일이고… 그렇다고 강을 헤여건늘수는 없다. 땅크를 타고 자맥질해갈수도 없다. 깊이가 7~8m나 되는데 어떻게 건너갈수가 있는가. 그렇다고 물우로 날아건늘수도 없다. 비행기로 날아건느지도 못하고…

빨리 이제라도 떼를 만들수 있게 임무를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아니면 중도하창을 기다려야 한다.

류경수는 철교를 쳐다보고있었다. 철교는 저쪽대안에 거의 가서 한 경간이 끊어져내렸다. 한끝이 강물우에 드리워 45°정도의 경사를 이루었는데 마치 경사사다리를 철교에 의지해놓다가 밑둥이 잘리워 허궁들린것처럼 끝이 강물우에 떠있었다.

전설에서 나오는 그런 100척 거인 힘장사가 있어서 저 끝을 다시 들어 이어놓으면 되련만… 하는 엉뚱한 생각까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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