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0 회)
제 2 편
전쟁은 힘과 힘의 대결이다
제 2 장
6
(1)
황대걸이 아버지네를 겨우 대전까지 실어다주고 수원으로 돌아왔을 때 마이클은 미간을 찌프리고 따지듯 물었다.
《당신 왜 이렇게 늦었습니까?》
황대걸은 이마에 내돋은 땀을 손수건으로 훔치며 죄송한듯한 어조로 대답했다.
《길에 피난민들이 너무 덮싸여서…》
길에 피난민들과 패잔병들의 무리가 한벌 덮인것은 사실이였다. 자동차, 장갑차, 대포와 사람들이 한데 엉켜 떠들썩 고아대고 욕하고 때리고 울고 총으로 쏘고… 그 악다구니와 욕지거리와 인파속을 뚫고 대전까지 갔다오는것도 쉽지 않은 일이였지만 아버지가 집에 떡 버티고 앉아 그 어디에도 떠나지 않겠다고 앙탈을 부린 까닭에 이렇게 늦어진 황대걸이였다.
아버지 황병태에게는 이 아들도 얼마인지 알수 없는 막대한 액수의 수형과 금품이 있었다. 황대걸에게는 결국 황병태이자 자기 집이였고 재산이였고 승진의 밑천과도 같았다.
황대걸은 이 서울을 두고 이제 또 어디로 가라는가고 하며 방바닥에 나가 누워 발버둥질치는 아버지를 닁큼 안아들었다.
《지금은 떠나야 하우다. 아버지가 그처럼 믿은 리승만대통령도 무쵸대사도 다 서울을 떠났단 말이우다.》
아버지를 안아다 차에 실은 황대걸은 서울댁 (그는 자기보다 두살이나 아래인 이 녀자가 결국은 어머니격이였으나 한번도 공손히 대한적이 없었다.)에게 《가겠으면 빨리 타오.》하고 퉁명스레 내뱉았다. 낯이 빨개진 서울댁이 뒤좌석에 올라앉기 바쁘게 차를 짓쳐몰았다. 하지만 한강다리는 숱한 차들과 사람들과 소, 말들까지 한데 엉켜 빠져나가기가 조련치 않았다.
황대걸은 속이 달아올랐다. 이미 이 한강다리를 폭파할데 대한 명령이 떨어졌다는것을 알고있는 그였다.
다행하게도 황대걸의 차가 한강다리를 겨우 넘어섰을 때 천지가 무너지는듯한 폭음이 울렸다.
황대걸은 차의 제동기를 밟은채 눈을 감았다. 눈꺼풀을 뚫고 다리에서 벌어졌을 정경이 생생히 안겨들었다. 한강물속에 곤두박히는 자동차들, 달구지들, 마차들, 승용차들, 자전거들, 사람들이… 한강에 처박힌자들은 또 그렇고 저 서울에 남아있는 《국군》 주력부대는… 그들은 피할길도 없다. 한강이 배수진격이 되였으니 마지막까지 싸우다 죽는수밖에… 그와 함께 다 드러내놓은 하얀 어깨와 치마사이로 얼찐거리는 송려애의 흰다리도 눈거죽을 뚫고들어온다.
황대걸은 침을 뱉았다. 그년은 공산군들앞에서도 꼬리를 흔들테지… 차라리 잘된셈이였다. 마이클과 서로 숨박곡질을 할일도 없으니 마음부담을 하나 던셈이였다.
누가 말했던가, 헤겔이던가.
《전쟁은 일종의 진정제, 정화제이다.
어지러워진 대지우로 폭풍이 불어 생존능력이 없는 잡것들을 걷어가는것처럼 부패한 사회와 인간의 륜리관념을 청결해버린다.》
그는 다시 차를 몰았다.
대전까지 곧장 나가 집을 하나 잡아주고 인차 돌아섰다.
하지만… 마이클은 몹시 기다린 모양이였다. 그는 뱀처럼 차거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방금전에 맥아더
《예?》
황대걸은 눈을 흡떴다. 자기가 잘못 듣지 않았나 해서 멍청히 마이클을 쳐다보았다.
《맥
이미 예견했던 일이였다. 실지로 《국군》에 대한 실권은 미군사고문단이 가지고있었다.
황대걸은 큰숨을 몰아쉬였다. 눈앞에서 파리 두세마리가 윙윙 날았다.
《조만간에 맥
규슈와 야마구찌에 있던 미24사단과 25사단도 인차 부산에 도착할것입니다.》
황대걸은 두손을 맞비비였다. 큰 짐을 벗어놓은것처럼 숨이 후 나갔다. 드디여 미군의 본격적인 개입이 시작된것이다. 조만간 정세는 달라질것이다.
《저 한강다리를 끊어놓은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입니다.
물론 국회의원들이나 장관들의 압력으로 리대통령이 진퇴량난에 빠지기는 하였지만 아마 미스터 채가 그 책임을 지게 될겁니다.》
책임을 누가 지든 그건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한강다리를 끊어놓음으로써 그 저주로운 공산군땅크들을 비롯해서 기계화수단들이 한강을 넘어올수 없게 된것이 춤출듯이 기쁜 일이고 미군이 이 계선에 이를 때까지 공산군의 공격을 저지시킬수 있다는것이 다행한 일인것이다. 공산군은 나라방위를 위해 방어형으로 편성되였기때문에 저 한강을 도하할만한 기재들도 준비되여있지 못하다.
《우리는 어떻게 하나 이 로량진계선에서 적의 공격을 제지시켜야 합니다. 우리 군사고문들의 역할이 어느때보다 높아졌습니다.
당신은 그 특별증명서를 가지고 현지사단들에 나가봐야 하겠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군부상층들의 동향이 중요합니다. 그들이 실지 어떻게 작전하고있는지, 어떻게 부대들을 통솔하고있는지, 국군장병들의 동향은 어떠한지…
필요할 땐 강을 건느다가도 말을 갈아타야 합니다.》
황대걸은 북쪽에서 쿵쿵 울리는 포소리를 듣고있었다.
공산군이 쏘는것인지, 《국군》이 쏘는것인지…
황대걸은 자기의 어깨우에 더없이 중요한 임무가 무겁게 실리는것을 느꼈다. 작년 9~10월때는 군사고문단장 로버트의 《북벌군사작전계획》의 성공가능성여부를 타진하고 보고서를 작성하여 미군의 참전을 적극화하게 하였다면 이번에는 《국군》장성들의 인사문제까지 개입할수 있는 권한을 쥐게 된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