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2 회)

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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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집주인인 채재식은 집을 빌려주는것 외에는 분공받은것이 없어서 공연히 어정거리며 무슨 참견을 하나 했다가 연실이 어머니한테서 퉁을 맞았다.

《거 어디 구석에 앉아서 구경이나 하구려. 야, 연실아, 쪽상에다가 뭘 좀 차려 들여오너라.》

그리고 연실이 아버지한테 말했다.

《창고에 가서 한병 꺼내오구래.》

채재식이 술병을 들고 들어오니 딸이 벌써 쪽상에다가 먹음직한 료리 몇점을 접시에 담아 가져다놓았다.

《자, 이거 혼자 마시는 재미가 있나?》하며 밖을 내다보는데 마침 강달수가 마당에 들어섰다. 개털모자를 쓰고 군대솜옷을 입었다.

《하여튼 저치는 먹을 복이 있어. 여 강동무, 오라구. 마침이군!》

강달수가 들여다보며 우선 침을 삼키고 미안한 표정을 보였다.

《가만, 내 일이 어떻게 되는지 좀 살펴보구.》

《당신이 없이두 잘돼가구있어. 시계바늘 돌아가듯 정확히 말이야.》하며 재식은 서은옥이로 하여 강달수의 치밀한 계획이 헝클어진 생각을 하며 껄껄 웃었다.

《부엌일 걱정은 말구 여기 들어와 앉으라구.》

강달수는 못이기는척 하며 솜저고리의 단추를 풀면서 신발을 벗었다.

곧 그의 입이 터졌다.

《시작하자면 시간이 더 있어야 하겠는데 채동무가 이렇게 불러주니 고맙소. 사실 내야 어찌어찌하라고 계획을 짜주었으니 할것은 다 했지.

명동무(로동지도원)가 집행하면 되니까. 그런데 그 사람은 왜 보이지 않는가. 오늘은 조합이 쉬는 날이니까 사무를 보고있을리는 없고…

관리위원장이 하게 될 축사를 써주는가.》

《이 안주맛을 좀 보라구. 강동무네 집에서 보내온 말린 붕어를 서은옥이가 어떻게 맛을 냈는지 보라구.》

림촌앞벌에 사금을 캐먹던 웅뎅이가 많았다. 전후에 새땅을 얻어내느라 그걸 적지 않게 메우고 논을 풀었지만 아직 좀 남아있었다. 거기에 붕어가 많았다.

강달수는 쉬는 날이면 그 물웅뎅이에 나가서 붕어들을 낚시질로 낚아가지고 밸을 따고 얼간을 해서 말리우군 했다. 그 말린 붕어가 밥반찬에서 한몫했다. 그것을 잔치집에 보내왔던것이다.

《그것 참, 우리 집사람이 튀긴것과는 대비도 되지 않는군.》

말린 붕어튀기를 아작아작 씹으면서 강달수가 눈이 휘둥그래해져서 하는 소리다.

마당 한쪽에서 문득 떡치는 소리가 났다. 재식이와 달수는 잠시 그쪽을 내다보았다.

떡돌앞에는 얼굴이 넙적하고 잔등이 떡판같은 6작업반의 조대우가 나무떡메를 들고 서있었다.

이 추운 날에 그는 상의를 벗어버리고 내의바람인데 황소처럼 큰숨을 쉴 때마다 큰 배가 한치씩 들락날락했다.

그는 성을 낼줄 모르는 사람이다. 누구한테 부당한 욕을 먹었을 때도 눈만 꺼벅거리다가 잠을 자고 다음날에야 얼굴이 벌개지면서 그것을 터뜨리는데 이렇게 굼뜨게 달아오른것조차도 《녀석, 암적강에나 처넣을가부다.》하고 저 혼자 씩씩거리는 정도였다.

그가 늘 짓는 웃음은 세상사를 다 재미나게 대하는 사람좋은 성품때문이다. 강달수가 《대우녀석이 실없이 웃어대는건 입에 해놓은 금이발을 자랑하느라구 그런다니까.》하는 말이 사실처럼 퍼졌다.

그는 김이 문문 나는 떡쌀을 떡메로 짓이겨 찰기가 돌게 한 다음 《떡은 치고 국수는 만다고 했거늘 어디 힘을 좀 써볼가.》하고 타령 비슷이 엮어대여 녀자들을 웃기며 떡메를 휘둘러댔다. 그가 숨이 차서 입을 벌릴적마다 누런 금이발이 눈부시게 빛났다.

손님들이 오기 시작했다. 손님들이래야 동익이네 운전수들과 암적마을사람들이 기본이였다.

《오늘 목에 때를 벳기게 됐군.》

《좀 놀아보세.》

이런 소리들이 마당에서 들려왔다. …

《신랑신부가 온다!》

마을어귀에서 아이들이 달려오며 소리쳤다.

볼만한 광경이 펼쳐졌다.

본촌에서 암적으로 들어오는 행길로 중형뻐스가 앞서고 그뒤를 화물자동차가 뒤따랐는데 자동차에는 본촌 민청원들과 뜨락또르운전수들이 한데 어울려 북을 치고 새납을 불며 온 마을을 진감시켰다.

그들은 차가 멎자마자 와르르 쓸어내려왔다.

집안에서 기다리던 손님들이 모두 마당으로 쓸어나와 그들을 맞이했다.

농기계작업소에서 협동조합을 돌면서 차수리를 해주는 수리차인 중형뻐스에 신랑신부, 둘러리들, 신부의 외삼촌과 동무 몇명 그리고 로동지도원이 타고왔다.

로동지도원은 신부쪽잔치에 참가했다가 같이 오는것이였다.

강달수때문에 두 집 잔치를 총괄하는 책임을 지고 쉬는날에 휴식도 못하면서 고역을 치른다고 두덜대던 로동지도원이 언제 그랬냐싶이 싱글벙글하며 선참으로 차에서 내렸다.

그는 큰 공이라도 세운듯 전주대같은 키를 흔들거리며 성큼성큼 걸어왔다.

뒤미처 내린 신랑신부가 동익의 형 동철이와 형수에게 인사를 했다.

《혜영이가 오늘 별루 곱구나.》

《너두 저렇게 차리구 비다듬어보지?》

암적마을처녀들이 소곤거리였다.

신랑신부가 동익의 형과 채재식이에게 인사하자 재식은 추운데 어서 들어가자 하며 그들을 이끌었다.

강달수는 신랑신부를 따라 집안으로 들어가려는 로동지도원을 붙잡았다.

《관리위원장은 안오나?》

《밤에 잠간 들리겠대요.》

《젠장, 그럼 축사는?》

《내가 대신 간단히 하라더군.》

《급이 떨어지는군!》

자기가 짜준대로 되지 않은데 락심한 강달수는 이마살을 잔뜩 찌프리였다. 신랑신부와 가족들의 사진부터 먼저 찍었다.

다리가 세개인 틀우에 사진기를 올려놓고 검은 천을 뒤집어쓰고있던 사진사가 얼굴을 내밀고 《자, 찍습니다. 하나, 둘, 셋!》하며 줄을 당기였다.

사진들을 찍은 다음에는 신랑신부가 동익의 아버지, 어머니를 대신하는 형과 형수에게 술을 부어드리고 기타 술잔을 받을만한 자격의 인물들인 채재식의 부부, 로동지도원, 강달수에게도 술을 권했다. 그 장면들도 다 사진찍었다.

반드시 겪어야 할 공정이지만 이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속에 나이많은 사람들은 지루해하고 오히려 성미 급해보이는 젊은축들이 관심을 나타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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