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5 회)

제 2 편

전쟁은 힘과 힘의 대결이다

제 2 장

3
 

여보,

지금 서울시내는 감격과 흥분으로 불도가니마냥 끓고있소.

위대한 김일성장군님께서 서울을 해방한 우리 인민군장병들에게 축하명령을 하달하시고 서울해방에 즈음하여 미제와 리승만매국역도들의 학정에서 해방된 서울시민들을 축하하시였다는 소식에 접한 우리 군대와 인민들은 만나는 사람마다 장군님이야기로 꽃을 피우고있소.

그뿐이 아니요.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서울해방작전에서 공훈을 세운 인민군련합부대들의 전투성과를 높이 평가하시고 제3, 4보병사단들에 각각 서울 제3보병사단, 서울 제4보병사단칭호를 주시였소. 그리고 우리 9땅크려단은 땅크사단으로 승격시켜 서울 제105땅크사단칭호를 주시였소.

적들의 침공을 좌절시켰을뿐 아니라 반공격으로 넘어가 3일만에는 오히려 침략의 아성인 서울까지 해방한 흥분에 가슴들먹이고있던 우리 땅크병들은 이 기쁜 소식을 듣자 서로 부둥켜안고 목청껏 만세를 불렀소.

즉시 부대별로, 대대, 중대별로 축하명령전달모임을 진행하고 충정의 맹세들을 다졌소.

여보,

이렇게 가증스러운 원쑤놈들을 단숨에 때려눕히며 침략의 아성인 서울까지 해방하고보니 정말 우리 장군님을 당할자가 이 세상에 없겠구나 하는걸 다시금 깊이깊이 절감하게 되였소.

아버지는 술만 한잔 마시면 버릇처럼 가슴을 쥐여뜯으며 《아-약소민족의 슬픔아!》하고 울분을 터뜨리군 했지. 늙으신 아버지의 얼굴로 줄줄 흘러내리는 눈물을 가슴저리게 쳐다보면서 나도 그렇게 생각하군 했었소.

일제놈에게 나라를 빼앗기고 멀리 이국땅으로 쫓겨다니지 않으면 안되였던 이 신세… 과연 우리 민족이 그렇게도 약하고 힘이 없었던가. 골수에 사무치는 망국노의 설음을 어디에다 터뜨릴데가 없어 가슴에 붙안고 모지름을 쓰면서 민족사를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았소. 허지만 우리 조선의 력사를 연구하면 할수록… 우리 민족이 결코 약하지 않다는것을 똑똑히 알게 되였소. 슬기롭고 재능있는 민족이였소.

그런데 왜 우리 민족이 이렇게 약해졌는가. 왜 일제놈들에게 나라를 빼앗기고 이렇게 망국노로 떠돌이살이를 하게 되였는가. 왜 의병대, 독립군들도 속절없이 쓰러지고 온 나라가 들고일어났던 3. 1인민봉기도 그렇게 피눈물로 끝나지 않으면 안되였는가. 그것은 우리 민족이 자기를 이끌어줄 옳바른 령수를 만나지 못했기때문이였소. 약소민족이 아니라 탁월한 수령이 없기때문이였소. 민족의 힘은 결국 수령에게 있는것이요. 그렇소. 장군님은 우리 조선의 힘이요. 우리 인민은 장군님을 모셨기에 아시아의 맹주로 무섭게 군림했던 일본제국주의자들을 끝내 이 땅에서 내쫓고 부강한 자주독립국가를 세울수 있었고 오늘은 미제와 그 주구들을 때려부시고 이처럼 침략의 아성 서울까지 해방할수 있은것이요. 걸음걸음 승리를 이룩하고있는것이요.

여보,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소. 혹시 지금 렬차로 오고있는중은 아닌지… 집에 도착하면… 마음놓고 기다리오.

우리 단숨에 저 남해까지 다 해방하고 집으로 돌아가겠소. 려단장이 손수 팔을 부르걷고 앞장서서 지은 집인데… 우리 금덕이가 지금 잘 거두고 기다리고있을게요. 아니… 아마 당신이 도착할 때쯤이면 나도 집으로 돌아갈수 있을게요.…

우리 그때 만나 밤을 새우며 즐겁게 회포를 나눕시다.

난 우리가 이 전쟁에서 어떻게 이겼는가를 당신한테 다 말해주겠소. 우리가 얼마나 위대하신분을 모시고있는가를…

우리 장군님을 잘 모십시다. 늘 장군님만 생각하면서…

장군님뜻대로만 삽시다. 우리뿐 아니라 우리의 자식들도… 그러면 우리는 언제나 이길거요.

여보,

우리 려단 아니 이젠 사단이지. 우리 사단땅크병들은 이번 서울해방전투에서도 커다란 공훈들을 세웠소.

여기 서울시민들은 서울시내를 종횡무진하면서 원쑤들을 쳐부신 우리 땅크병들을 보고 얼마나 놀라와 했는지 모르오. 아까 박일남 사돈을 만나고 돌아오는데 337호땅크옆에 웬사람들이 모여서서 고개를 기웃거리며 자기네끼리 수군거리는게 아니겠소.

의아해서 그리로 다가서는데 한 로인이 이 땅크를 정말 조선사람이 모는가 묻는것이였소. 다른 사람들을 둘러보니 모두가 고개들을 끄덕이는게 혹시 쏘련군대들이 오지 않았는가 하는 눈치였소. 그제서야 나는 사람들이 왜 그러는지 알았소.

나는 앞에 있는 337호땅크로 다가가 운전수를 불러냈소.

《한계천동무, 고향이 어디던가?》

《옛, 함경남도 정평입니다.》

나는 사람들을 둘러보았소.

《어떻습니까, 조선사람이 맞지요?》

《맞습니다.》

나는 다시 한계천동무에게로 돌아섰소.

《한계천동무, 이 사람들이 동무가 정말 땅크를 몰줄 아는가 해서 그러는데 저 서울역까지 한바퀴 쭉 돌고오시오. 전속으로, 알겠소?》

《알았습니다.》

한계천동무는 씩 웃더니 땅크운전부안으로 쑥 들어갔소.

와르릉- 땅크가 요란한 발동소리를 내자 사람들이 이크 하며 뒤로 물러섰소.

이윽고 땅크가 맹렬한 속도로 질주하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와- 하고 환성을 올렸소.

《자, 보라구. 우리 조선사람들이 맞지 않는가.》

누구인가 뻐기는듯한 말이였소.

나는 사람들에게 말했소.

《여러분, 보시다싶이 땅크병들은 다 우리 조선사람들입니다. 예로부터 우리 조선민족은 슬기롭고 용맹한 민족으로 이름을 떨쳐왔습니다. 부패무능한 봉건통치배들때문에 국력이 약해져 나중에는 일제의 식민지노예살이를 하지 않으면 안되였지만… 다시는 그렇게 안될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세상에서 제일 위대한 김일성장군님께서 계시기때문입니다. 위대한 김일성장군님께서는 일제에게 빼앗겼던 나라를 다시 찾아주시고 우리 인민을 나라의 주인으로 내세워주시였으며 우리를 이렇게 무적의 강군으로 키워주시였습니다. 우리는 이제 미제와 리승만괴뢰도당의 학정밑에서 남조선전지역을 해방하고 반드시 세상에서 제일 강대한 나라를 일떠세울것입니다. 우리 인민은 존엄높은 영웅인민으로 온 세상에 자랑떨치게 될것입니다.》

박수소리가 울렸소. 모두가 적극 호응하는것이였소.

그렇소. 영웅인민… 우린 반드시 영웅인민이 될것이요.

여보,

난 우리 사단부터 통채로 영웅사단으로 만들어 장군님앞에 내세우자는거요. 영웅사단… 얼마나 멋있소. 그러자면 우선 전사들을 펄펄나는 싸움군들로 키워야 하오.

장군님께서 임의의 시각에 임의의 장소에서 마음을 놓고 구상하신 그대로 우리 부대를 쓰실수 있게 말이요.

우리 지휘관들이 자기가 맡은 부대들을 다 그렇게 키우면 결국 우리는 떳떳이 장군님의 군대라 말할수 있게 되고… 언제나 승리만을 떨칠수 있게 될것이요. 이 세상 제일 강대한 나라로 될것이요.

여보. 지금 전사들은 서울을 해방하고 장군님의 축하명령까지 받은 기쁨에 집들에 편지를 쓰고있지만… 나는 그럴수가 없구만.

편지를 쓴다 해도 어디로 보내야 할지 알수가 없기때문이요.

점심때 한강다리에 나갔댔는데… 거기서 박일남 사돈을 만났댔소. 우리 부대에 입대했더구만. 함께 다리밑에서 밥을 먹었는데… 목이 메더구만. 강낭밥이여서가 아니였소. 당신이 앓는 어머니를 모시고 먼 차길에 고생하지는 않는지 해서… 지금 미국놈의 비행기들이 북쪽으로도 날아가군하는데…혹시 렬차를 타고 오다가 폭격을 당하지는 않는지 하는 생각도 들고… 전쟁때에는 교통수단들이 1차적인 타격을 받기 마련이니까.…

매사에 주의하오.

승리하고 만나서 긴긴밤을 새우며 오늘 못한 이야기를 마음껏 합시다.

그럼 안녕히…

 

이것은 30련대에 나가 축하명령전달모임을 조직하고 돌아온 안동수가 창가에 서서 밤하늘에 총총한 뭇별들을 보며 안해와 속삭인 말이다. 고향집들에 편지를 쓰는 병사들을 보니 자연 안해 생각이 나고 며칠안으로 평양에 도착할것 같은 예감에 가슴이 흥분되였던것이다. 이윽해서야 자기 자리로 돌아온 그는 전투가방에서 수첩을 꺼내 펼쳐들고 땅크병들의 공로를 하나하나 적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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