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9 회)

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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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동익의 어머니와 이웃집에서는 김덕준부녀를 소홀히 대접하지 않았고 손님들은 병자가 마다했음에도 무릅쓰고 찾아가 인사를 했다.

마을로 돌아온 김덕준과 동익은 앞으로의 대사를 어떻게 치를것인가 하는 문제를 둘이서 의논하지 말고 이런 일에 물계가 트인 몇사람을 불러 같이 토론하자고 했다. 한것은 일련의 난점들이 있었기때문이였다.

창고장과 재식이가 김덕준아바이집으로 불리워왔다. 창고장은 제털 뽑아 제 구멍에 꽂는다는 사람인데 조합원들이 다 손이 작다, 깍쟁이다 하고 욕했지만 관리위원장 리규성은 그를 제일 신용했다.

계산하는데는 귀신같고 융통성이란 손톱만큼도 없는 이 창고장을 불러온 사람은 김덕준이였다.

왜 그를 데려왔는가 하면 허황한 생각이나 감정 따위하고는 담을 쌓고있는 실무에 밝고 실수 없고 무엇에나 명백한 사람이였기때문이였다.

창고장은 저녁밥을 먹고 김덕준네 집에 찾아왔다. 애기때 하도 순해서 한쪽으로만 누워잔 까닭에 뒤머리가 심히 찌그러진 그는 눈이 가늘고 코가 뾰족했으며 입은 작았다. 눈은 가늘지만 영채가 돌았고 어쩌다 있는 일이지만 웃는다 해도 눈으로만 웃었다.

말이 없고 조용히 창고안에 박혀있어서 《말없는 창고지기》라고 뒤에서 놀려대기도 했다.

한번은 관리위원장 리규성의 안해가 유치원의 출입문에 뼁끼칠을 새로 해야 한다면서 창고에 있는걸 좀 달라고 남편에게 청했다.

리규성은 바삐 출근하면서 창고장한테 가서 내가 주라고 했다면서 필요한 량만큼 가져다 쓰라고 했다.

관리위원장의 안해는 창고에 가서 창고장한테 위원장이 승인했다면서 뼁끼를 얼마 달라고 청했다. 창고장은 어데 쓸것인가, 출입문은 얼마큼 크고 몇개인가 등을 묻고는 《뼁끼가 좀 남겠는데…》하며 줄념을 하지 않았다.

창고장의 속통이 좁은줄 알고있는 녀인은 《쓰다가 남으면 반환할테니 걱정말고 어서 내줘요.》하고 짜증을 냈다.

《그럼 그렇게 락착을 봅시다. 관리부위원장한테 가서 전표를 떼오시오.》

창고장이 실무적으로 딱딱하게 말했다.

위원장이 아침에 나가면서 자기가 승인했다면서 가서 가져오라고 말했다고 하지 않았어요?

같은 말을 두번 시켜야 속이 씨원하겠어요?》

그 항변에는 귀도 기울이지 않고 창고장이 간단히 반복했다.

《전표를 떼오시오.》

그리고는 돌아서서 무슨 바줄퉁구리를 만지는척 했다.

《나는 위원장이위원장이나 창고장보다 높은줄 알았지?》

천둥같이 화가 난 녀인은 창고문을 활 열어제끼고 바람을 일쿠며 관리위원장방을 찾아들어갔다. 한창 고아대고나서 녀인은 《위원장보다 창고장이 더 높은줄 오늘에야 알았어요.》하고 비꼬았다.

리규성은 창고장과 꼭같은 랭랭하고 딱딱한 어조로 말했다.

《창고장이 옳소. 내가 잘못했소.

물자취급질서에서는 그가 나보다 훨씬 높소.》

이 자그마한 사건은 관리위원장의 안해가 온 마을에 퍼뜨려서 누구나 알게 되였다.

몇시까지 오라고 한 시간에 정확하게 나타난 창고장을 보며 덕준은 그 유명한 일화가 생각나서 웃었다.

재식은 아직 동익이가 장가들어도 들 집이 없어 당분간 신혼부부에게 자기 집의 한칸을 내주어야 할 사람이고 또 운전수들의 좌상이고 성품이 침착해서 이번 대사에서 주역을 맡게 되였던것이다.

다 모이자 김덕준이 모임을 사회하였다.

《먼저 토론할건 남자잔치를 어디서 하는가 하는거요. 신랑은 우리 집에서 신랑신부가 같이 상을 받고 합동잔치를 하자는 주장이고 나는 그럴수 없다, 신부쪽 잔치, 신랑쪽 잔치를 갈라서 하자, 신랑쪽 잔치는 형도 오게 해서 재식동무네 집에서 하자, 이런 주장이요.》

그의 주장을 즉시 재식이가 찬동했다.

창고장은 작은 입을 다물고있었다.

《창고장은 어떤가?》

김덕준이 묻자 자그마한 눈이 반짝했다.

《아바이도 신랑도 다 틀렸소. 아니요! 조상전례대로 해야 하오.

신랑은 신부집에 가서 상을 받은 다음 그를 데리고 신랑의 집에 가서 상을 받고 잔치를 해야 하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보태였다.

《나는 한번 말하면 그만이요. 더 들을것도 없고 말할것도 없소.

나와 더 토론하는건 시간랑비요.》하며 그는 일어서기까지 했다.

《왜 일어서나? 좌우간 좀 앉소.

의견이 세곬으로 나왔으니 더 난사로구만. 창고장, 기어이 가겠소?》

김덕준이 그를 붙잡아 앉히려 했다.

《아 글쎄 나는 더 있어야 소용없다니까.》

《젠장, 무슨 성미가 그래, 가겠으면 가게.

그러되 림촌에 가서 강달수를 보내주게.》

김덕준이 사는 본촌에서 림촌은 낮은 야산의 길지 않는 고개길을 넘으면 된다.

이윽하여 강달수가 왔다. 이 강달수는 어떤 사람인가?

그의 고향이 어딘지 딱히 아는 사람이 없었다.

어쨌든 타관사람인데 해방전 림촌의 앞벌에서 사금이 소문나면서 밀려든 품팔이군의 한사람이였다. 그는 사금을 다 파먹고 헤여져 갈 때 림촌으로 처자를 데리고 와서 이 고장에 정착했으며 그때부터 농사를 지었다. 사금을 다루면서 적지 않게 저축한 그는 자주 순안읍으로 드나들며 장사군들과 거래를 했다. 그래서 그는 림촌에서 별로 궁색하지 않게 지냈다.

해방후에도 순안으로, 평양으로 뻔질나게 다니였는데 이 과정에 보고들은것이 많고 또 본인이 구변이 좋아서 어디서 얻어들은 소리, 만들어낸 소리를 밤새껏 해도 끝나지 않는다고 한다.

동네일에 삐치기 좋아하고 훈시하기 잘한다. 말하자면 이 고장에서는 궁리와 물계가 튼 사람이다. 눈은 부리부리하고 코는 주먹코이고 입은 컸다.

먼저 동익이의 의견을 들었다. 동익은 잔치라는거야 남녀가 짝을 무어 살자고 하는것이니 이집저집 분주하게 오가며 식량과 물자, 시간을 랑비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덕준아바이가 말했다. 동익은 우리 조합의 식솔이다. 그가 여기 와서 얼마나 많은 일을 해놓았는가, 그런데 동익의 고향엔 아버지가 오금을 못쓰고 누워있다, 그런 곳에 가서 풍창대며 놀아댈수 있는가, 여기서 잔치를 하되 신랑쪽에 기본을 두고 갈라서 하는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한다. …

두편의 공방전이 계속되는것을 듣기만 하던 강달수가 손바닥을 쳐들어 제지시키였다.

《덕준아바이의 론고, 창고장의 론고, 신랑의 론고가 다 자기들로서는 옳소. 그러나 밤을 새우며 론의해도 안되겠으니 이렇게 합시다.》

강달수가 자신심을 가지고 언명했다.

《신랑의 고향과 고향사람들, 부모님들을 제외한다는것은 말도 되지 않소. 그러니까 요새 잔치에 앞서 약혼식이라는것이 성행되고있는데 이건 남자쪽에서 례장을 녀자쪽에 가져다주면서 간단히 인사도 하고 식사도 하는 례식이요.

두집안 사람들외에 가까운 이웃이나 동무도 초청하오. 이 약혼식을 신랑의 고향에 가서 한단 말이요. 말하자면 작은 잔치요.

그렇게 되면 창고장이 고집했다는 조상전례의 법도를 크게 어기지 않는것으로 되오.

그다음 잔치는 이곳에서 하게 되오. 먼저 김덕준령감네 집에서 색시를 맞으러온 신랑에게 상을 차려줘야 하니 이것이 곧 잔치상이기는 하지만 좀 간소화합시다. 본격적인 잔치는 신랑이 신부를 데리고간 암적의 재식동무네 집에서 크게 성대하게 한단 말이요. 어떻소, 여러분?》

《강달수가 과연 난 사람이다. 인물이다!》

김덕준이 박수를 치며 탄성을 올리였다.

제일 시끄럽고 어려운 문제가 락착되였다. 그다음 잔치진행과 관련한 세부들이 토의되였는데 이것들도 대개가 강달수의 머리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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