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4 회)
제 2 편
전쟁은 힘과 힘의 대결이다
제 2 장
2
(2)
《우리는
설비기술원은 일어서서도 두손을 싹싹 빌며 연신 고개를 갑삭거렸다.
《난 죄가 없습니다. 기술원일뿐입니다.》
안동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호주머니에서 담배갑과 라이터를 꺼냈다. 기술원은 권총이라도 꺼내는줄 알았는지 흠칫 떨며 눈이 둥그래서 안동수의 손을 쳐다보았다.
안동수는 기술원에게 담배를 권했다.
《자 한대 태우시오. 우리는 당신을 해치려는게 아니요. 마음을 푹 놓으시오. 담배를 피우고 이 방송설비를 좀 고쳐야겠소.》
담배를 빨던 설비기술원이 벌떡 일어났다.
《예. 고치겠습니다. 목숨만 살려주신다면 인차…》
안동수는 빙그레 웃었다.
《어서 담배를 마저 태우시오. 집에 가족은 몇이요?》
《늙은 어머니와 안해와 딸이 둘이 있습니다. 제발 불쌍히 여기시구…》
《놈들은 우리 인민군대가 죄없는 사람들을 마구 해친다고 선전했지요?》
기술원은 고개를 갑삭갑삭했다.
《예. 예. 그 사람들은 <빨갱이> 아니, 공산군이 나오면 모조리 죽인다면서…》
안동수는 그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가볍게 웃었다.
《걱정마시오. 놈들이 선전한것을 모두 꺼꾸로 해석하면 될거요. 우리는 인민을 위해 싸우는 인민의 군대요. 인민을 해치는것이 아니라 인민의 생명재산을 목숨바쳐 지키는 인민군대란말이요. 알겠소? 여기 방송설비들두 빨리 복구하구 누구도 어쩌지 못하게 당신이 지키시오. 이제부터는 당신이 여기 주인이요.》
기술원은 담배를 든채 피울 생각도 못하고 멍하니 안동수를 쳐다보다가 조심히 물었다.
《제가… 여기 주인이란 말입니까?》
《그렇소. 이제는 이 방송국도 인민의것이 되였소. 이젠 여기 서울도 인민의 세상이 되였소. 가슴을 쭉 펴구 머리를 번쩍 들구 보란듯이 맘껏 일하면서 새생활을 창조하시오. 알겠소?》
《알았습니다. 그럼 인차, 인차 고치겠습니다.》
기술원은 흥분해서 밖으로 달려나갔다.
《이보라구, 만준이. 금희씨, 나오라구. 어서, <빨갱이>, 아니, 인민군대는 우리가 생각했던 그런 나쁜 군대가 아니야. 좋은 사람들이야. 어서 나오라구.…》
기술원은 여기저기 숨어있던 자기또래 직원들을 세명이나 더 찾아냈다. 그리고는 함께 설비들을 복구하기 시작했다.
안동수는 다시 창가로 다가갔다.
여기저기서 아직도 총소리가 들려온다. 곳곳에서 불길도 타오른다. 그러나 본격적인 전투는 끝난듯 했다. 만세소리, 만세소리-
가만…
안동수는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순간 그의 얼굴에서 이루 형언할수 없는 밝은 미소가 떠올랐다.
《
안동수는 시계를 보았다. 11시 20분이다. 마음이 급해진다.
빨리 방송을 해야겠는데… 방송국을 점령한지도 1시간 20분이 되였다.
왜 아직 소식이 없는가. 그 설비기술원도 고칠수 없게 아예 몽땅 파괴된것은 아닐가.
11시 25분… 30분…
《됐습니다. 방송이 살았어요.》
방송설비기술원이 뛰여들어오며 환성을 올리듯 소리쳤다.
안동수는 획 돌아섰다.
방송원은 뛰여가 마이크를 들고 몇번 후- 후- 불어보더니 안동수에게 내밀었다.
《고맙소.》
안동수는 미더운 눈길로 그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마이크를 놓고 옷매무시를 바로했다.
그리고는 다시 마이크를 들고 멀리 평양하늘을 우러러보았다. 이제 이 전파가
《전체 조선인민의 영명한
또다시 목이 울컥 메여올랐다.
안동수는 이윽해서야 마이크를 놓고 방송탁에 마주앉았다. 자기가 하는 이 방송이 남녘땅은 물론 온 조선땅, 아니 온 세계, 온 우주에 울려퍼지리라 생각하니 가슴이 몹시 울렁거려졌다. 안동수는 심호흡을 한번 깊숙이 하고는 약간 격동된 소리로 쩌렁쩌렁 방송을 시작했다.
《서울시민 여러분. 남녘의 동포 여러분, 우리는 영명하신
여러분, 서울은 해방되였습니다. 서울시민 여러분은 오늘부터 영명하신
전체 조선인민의 영명한
영광스러운 우리 조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만세!》
그의 청청한 목소리는 서울시내의 혼잡을 누르며 온 세계를 향해 힘차게 울려갔다.
그의 뒤에서는 방송설비기술원과 그의 동료들이 서로 부둥켜안고 서서 소리없이 울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