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2 회)

제 2 편

전쟁은 힘과 힘의 대결이다

제 2 장

1

 

한세곤은 전쟁이 일어난 그날부터 모교의 선생에게 마음속으로 편지를 쓰군 했다.

《선생님, 선생님은 땅크를 운전하는 저의 사진을 보시고 너무 기뻐 눈물까지 흘리셨다지요.

선생님의 그 회답편지를 받고보니 불쑥 학교다닐 때의 일이 떠올랐습니다.

군에서 체육경기대회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동무들을 휘동해서 공부시간까지 뚜꺼먹구 몰래 구경을 갔다온 날 선생님은 저의 집에 찾아오시여 너무도 안타까와 눈물까지 흘리며 타이르셨지요. 아버지는 억이 막혀 이런 말까지 했습니다.

<선생이 처녀라구 저렇게 제 마음대로 놀면서 주먹을 막 휘두르구 애를 먹이는데 과연 저게 사람구실이나 할가요?> 하고 말입니다.

선생님도 아시지만 전 어렸을 때부터 골목대장노릇을 했지요. 처음엔 왜놈애새끼들과 싸움을 하군 했습니다.

한번은 군에서 일본학생들과 우리 조선학생들 사이에 체육경기가 있었는데 우리가 종목마다 이기자 약이 오른 놈들은 트집을 걸어가지고 싸움을 일으켰지요. 왜놈들은 우리 선수들은 물론 응원하던 녀학생들까지 야구방망이로 마구 때려 피투성이로 만들어놓았습니다. 싸움을 말리러 달려온 왜놈경찰놈들은 오히려 우리 조선학생들이 먼저 불집을 일으켰다면서 무작정 우리들을 잡아다 마구 때렸지요. 억울하기 그지없었지만 어디에 하소할데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경찰들도 무작정 자기네 편을 들자 우쭐해진 왜놈애새끼들은 우리 조선아이들을 더욱 못살게 굴군 했지요. 그놈들이 쩍하면 야구방망이까지 휘둘러 우리 조선아이들을 피투성이로 만들군 하는것을 보면 정말 눈에서 불이 일군 했습니다. 그래서 주먹이 센 몇몇 애들과 짜고 그런 놈들을 골목길에서 만나면 누구인지 알수 없게 자루를 뒤집어 씌우고는 막 두드려패군 했습니다. 그때는 얼마나 속이 시원하던지… 그런데 글쎄 그렇게 함께 주먹질을 하군 하던 애들과 해방이 된 후에도 계속 밀려다니면서… 골목대장노릇을 했지요. 해방된 내 나라에서 왜놈들도 다 쫓겨가고 누구나 행복을 누리며 살기 시작했는데도 괜히 우쭐해서… 아버지, 어머니들과 선생님들이 타이르고 추궁을 하고… 그래서 고치자고 마음을 먹었다가도 눈에 거슬리는 일만 보면 말로 타이를 대신 참지 못하고 주먹부터 내둘러 또 재구를 치군 하였지요. 사람들 눈에 이 한세곤이란 인간이 어떻게 비쳐있었는지는 저도 알고있었습니다. 그 인식을 바꾸게 한다는게 나로서는 도저히 불가능했습니다. 그때 군대초모가 시작되였지요. 물론 난 제외되였습니다. 조국을 지키는 그 성스러운 대오에 설자격이 없었습니다. 전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내딴엔 그래도 불의에 절대로 참지 못하는 정의의 대변자처럼 자부하고있었는데… 얼굴을 들고다닐수가 없었습니다. 더는 이렇게 살아서는 안되겠구나 하고 뼈저리게 뉘우쳤지만 때늦은 후회였습니다.

군복입은 동무들을 초소로 떠나보내고 돌아온 날 나는 초모사업을 보는 일군들을 찾아갔습니다. 울면서 하소연을 했습니다. 그들은 믿지 않았습니다. 나는 군당에도 찾아갔습니다. 민청조직에도 찾아가고… 그대로 주저앉을수가 없었습니다. 조직에서는 새출발을 하겠다는 저의 결의를 믿고… 보증해주었습니다. 그때 선생님도 저를 보증해주었지요.

나는 눈물이 나게 고마왔습니다. 내 이 기대에, 이 믿음에 기어이 보답하리라 맹세하고 또 맹세하였습니다.

인민군대에 입대한 나는 지휘관들과 동지들의 사랑속에 어엿한 땅크병으로까지 자라게 되였습니다. 문화부려단장동지는 우리들에게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자기가 누구인지 잊지 말라고… 그렇습니다. 나 한세곤은 조선인민군 땅크병, 위대한 장군님의 전사입니다. 위대한 장군님을 모신 조선사람입니다. 이 긍지와 자부를 안고 장군님 전사로서의 도리를 다 해야 한다고 이끌어주고 떠밀어주고… 힘을 주고…

우리 지휘관동지들도, 함께 생활하는 동지들도 얼마나 마음들이 뜨겁고 친근한지 모른답니다.

저는 어엿한 땅크운전수가 된 나의 모습을 선생님께, 고향의 부모님께 보여주고싶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중대의 그림솜씨가 있는 영철동무에게 나의 초상을 하나 그려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전사들의 이 심정까지 장군님께서 다 헤아려보시고 사진사를 보내주실줄이야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우리가 바로 장군님의 전사라는 문화부려단장의 말이 가슴을 쩡 울려주었습니다. 날씨가 좀 차진다고 전사들의 침실을 덥게 해주어야지 감기에 걸릴수 있다고 새벽 세시반에 전화까지 걸어주시여 지휘관들이 우리가 자는 병실에 찾아와 밤을 새우며 불을 때주게 한 일도 있답니다.

사진을 받아안던 날 방철호문화부대대장동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곤이, 이 사진을 빨리 학교에 보내자구. 선생님이 이 사진을 받으면 얼마나 기뻐하겠나.>

안동수문화부려단장동지는 또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곤동문 학생때 일때문에 생각이 많은것 같은데…

그런 걱정은 안해도 돼. 우리 장군님께서 한세곤동무를 믿고 이렇게 땅크까지 맡겨주시지 않았소. 동무도 이 땅크한대가 장비수준에서 웬만한 공장한개와 맞먹는다는걸 알지? 그러니 이 이상 더 큰 믿음이 어디에 있겠소. 걱정마오. 동무만 잘하면 앞으로 당원두 되구 영웅도 되구… 다 될수 있소.>

선생님, 지금이야말로 장군님의 이 믿음에 보답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는 지금 장군님께서 그으신 화살표를 따라 달려나가고있습니다. 위대한 장군님께서 가르치시는대로만 하면 그 어떤 원쑤도 쳐부시고 승리할수 있다는것을 지난 항일전쟁을 통하여, 새 조국건설을 통하여 심장으로 체득한 우리 인민군전사들입니다. 우리는 벌써 서울을 14km 앞에 둔 도봉리계선에 이르렀습니다.

저기 후미진 산기슭마다엔 옹기종기 땅에 들어붙은 오막살이들이 보입니다. 미제침략자들과 리승만괴뢰도당의 학정에 짓눌리며 죽지 못해 살아가는 남녘동포들의 모습처럼 보입니다. 그들을 해방하고 위대한 장군님의 품속에서 행복하게 살게 해주려고 우리가 이 포화속을 헤치고있는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적들이 마구 쏘아대는 포탄들이 우리 땅크 앞뒤에서 앙칼진 소리를 내며 터집니다. 운전수문짬으로 불길이 확확 들어옵니다. 포연과 흙먼지로 앞을 가려볼수가 없습니다. 전속으로 달리면서 앞을 살펴보니 그제야 저앞에 적의 포진지가 보였습니다. 한 200~300m쯤 되는것같습니다. 또다시 어디가 맞았는지 땅크가 쾅- 하면서 세차게 떨었습니다. 어찌나 심한 진동인지 머리가 다 뗑했습니다. 순간 포진지가 눈앞에 펀뜻 나타났습니다. 200~300m 쯤 되여보인다고 했는데 실지는 30m안팎이였습니다. 포연과 흙먼지때문에 그렇게 보였던것입니다. 적들이 포도 쏘지 못하고 갈팡질팡합니다. 나는 연료공급답판을 힘껏 밟았습니다. 포를 깔아뭉개고 그뒤에 있는 자동차를 들이받았습니다.

<우지끈> 하는 소리와 함께 적의 자동차가 등허리가 부러져 도랑창에 구겨박힘니다. 적들은 도로를 따라 줄행랑을 놓습니다. 어림도 없습니다. 저따위 놈들이 뛰여야 벼룩이지… 속도를 더욱 높였습니다. 적들을 깔아뭉개며 바투 따라가는데 앞에서 흙먼지가 쾅 솟구쳐오르더니 다리가 무너져내렸습니다. 야단났습니다. 끊어진 다리경간은 5~6m나 내려앉았고 그 거리는 10m입니다. 만약 량경사면에 끼이면 빠져나올수가 없을것입니다. 순간 나는 경사지극복훈련을 할 때 일이 떠올랐습니다. 전속력으로 저 구간을 극복할수 있다는 신심이 생겼습니다. 나는 땅크의 속도를 최대로 높였습니다. 끝내 넘어섰습니다. 이번엔 저 릉선쪽에서 적토목화점이 미친듯이 불을 뿜어대고있습니다. 어림도 없습니다. 우리 고현빈포장동무가 가만 놔둘리가 없습니다.

이 전투에서만도 우리는 토목화점 11개, 각종 포 13문, 자동차 4대를 파괴하고 150명의 원쑤들을 살상했습니다.

얼마나 통쾌한 일입니까.

우리 장군님께서 가르치시는대로만 하면 우린 무조건 이긴다는 신심이 더 굳어졌습니다.…

선생님,

우리 35련대 선견대땅크들은 아군의 총공격에 앞서 27일 밤 퇴각하는 적들의 꼬리를 물고 뻐젓이 서울시내로 들어갔습니다. 서울시를 방어하는 적들은 자기네 땅크인줄 알고 우리 선견대를 아무런 의심도 없이 무사통과시키였지요. 다섯개사단이 방어하는 시내중심으로 도제 다섯대의 땅크가 들어갔으니 그럴만도 했지요. 그처럼 어마어마하게 방어진을 친 전략적인 근거지로 아무런 포병준비사격도 없이 태연하게 굴러들어오는 땅크들을 인민군대의 땅크라고 누가 감히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놈들은 우리 땅크를 처음에는 자기네 편인줄 알고 마음놓고있다가 우리가 막 돌입하면서 짓뭉개며 돌아가자 혼비백산해서 이리뛰고 저리뛰며 갈팡질팡 하고있습니다. 캄캄한 밤이여서 놈들은 지금 갈피를 못잡고있습니다. 우리 장군님의 지략이 얼마나 멋있습니까.

우리 땅크만도 벌써 적들의 자동차 40대쯤은 받아넘겼습니다. 허리들이 부러지고 불에 타고… 포만 해도 7문을 파괴하고 적병을 200여명 깔아뭉캤습니다. 이렇게 새벽까지 서울시내를 메주밟듯 하면서 적들을 마음껏 짓뭉개놓은 다음날이 밝으면 괴뢰통치기구의 총본산인 괴뢰서울 《중앙청》으로 돌입하게 됩니다. 그때는 아군의 총공격이 시작되니까요.

우리 포장동무는 지금 포를 쏘지 못해 몹시 안달이 나하고있습니다. 백발백중하는 명포수인데 글쎄 서울해방과 같은 력사적인 전투에 참가해서는 포 한방 못 쏘고있으니 왜 안그러겠습니까. 하지만 포 한방 쏘지 않고서도 이렇게 이기고있으니 얼마나 통쾌합니까.

 

선생님, 드디여 총공격이 시작되였습니다.

신호탄이 저 미아리고개쪽에서 세발 올랐습니다.

이제는 돌격할 때가 되였습니다.

<운전수, 오른쪽길로 꺾을것. 목표 괴뢰서울《중앙청》 앞으롯!>

땅크지휘관인 방철호문화부대대장동지의 쩡 울리는 목소리입니다.

<중앙청> 앞에서 방어하고있던 놈들이 맞받아 돌격해오고있습니다. 무수한 총포탄들이 앞뒤에서 작렬하고 불기둥이 솟구칩니다. 골목골목마다에서 놈들이 뛰쳐나와 결사적으로 막아서고있습니다.

선생님, 믿어주십시오. 문화부려단장동지는 저를 보고 영웅이 될수 있다고 했습니다.

제 꼭 영웅이 되여 돌아가겠으니 기다려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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