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4 회)

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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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늘이 흐려지면서 해볕이 적게 비치였지만 바람이 잦아들고 습기차고 답답해났으며 무더위는 더 심해졌다. 가만히 서있어도 땀이 등골로 흐른다.

성의 국장이 농업상의 사무실에 올라왔다. 선풍기에서 뿜어주는 바람을 쏘이며 앉아서 글을 쓰고있던 한룡택이 머리를 들었다.

《상동지, 폭우를 동반한 태풍이 밀려오고있습니다.》

한룡택은 그가 어째서 새삼스럽게 태풍을 강조하는지 의아해하였다. 지금 성안에서 태풍이 밀려오는것을 모르고있는 사람은 없다. 상은 이와 관련하여 지시를 내렸다. 그런데?…

상은 무뚝뚝하게 말했다.

《도와 군, 모든 협동조합들에 긴급지령이 내려갔겠지?》

《그렇습니다. 총동원하여 강냉이밭변두리를 따라가며 말뚝들을 박고 새끼줄을 늘이며 도랑과 물길을 정리하고 무너지지 않게 석축도 쌓으며 고인물빼기를 하는 등 긴급대책을 세울데 대한 지령을 떨구었습니다. 우리가 그런 지령을 떨구지 않는다 해도 각 도와 군, 리의 조합들에서도 일기예보를 듣고있으며 당조직들이 가만 앉아있지 않기때문에 긴급대책을 세웠을것이고 벌써 움직이고있습니다.》

현실이 그렇게 되여갈것이고 또 그렇게 되여가고있는것은 뻔한 일이다.

《그런데 동무는 지금 무슨 용무로 왔소?》

한룡택이 눈섭을 찌프리였다.

국장이 마디마디 힘주어 말했다.

《상동지, 저는 큰물과 비바람에 대처한 준비를 갖추도록 지령을 떨구어야 한다고 벌써 6월에 상동지에게 제기했습니다.

우리 나라에서 7~9월사이에 태풍이 밀려와 대체로 중부지방을 지나가는것이 례상사로 되여있기때문에 시간을 가지고 미리미리 피해방지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동무네 그때 지령을 떨구지 않았던가?》

《지령을 떨구었지만 지령을 떨구는 성에서도 지령을 받은 도와 군에서도 당면한 김매기와 풀베기가 바쁜데 언제 한달이나 두달후의 태풍에 대처할 준비를 지금부터 하겠는가 하는 무관심으로 하여 집행하는데 등한히 했습니다.

지금 태풍이 들이닥치니 급해서 뛰여다니는데 늦었습니다. 이것은 우리 성이나 도와 군농업지도기관들의 고질적인 병입니다.

이런 현상과 투쟁해야 합니다. 나는 이것을 말씀드리려고 왔습니다.》

한룡택은 시뻘겋게 달아오른 그의 얼굴에서 눈길을 뗐다.

상이 침울하게 말했다.

《알겠소. 하여튼 지금 들이닥치는 태풍피해를 막을 대책부터 세우고 봅시다. 그 정형을 수시로 장악하고 보고하시오.》

계획국장이 나간 후 농업상은 생각에 잠겼다. 성사업에서의 결함이나 과오는 이렇든저렇든 최종적으로는 상이 책임지게 되여있다.

계획국장의 말이 옳다. 6월달에 그런 지령을 아래에 떨구었다. 그러나 그후에 누구도 그것을 상기하지 않았으며 관심을 돌리지 않았다.

언제나 일이 눈앞에 들이닥쳐야 각성하고 급해한다. 멀리 있는 일은 거의 상관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발등의 불을 끄느라 후날의 일에 관심을 돌리지 못한다.

지금 시급히 대책하자니 늦었다. 계획국장이 옳게 말했다.

한룡택의 퉁퉁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며칠사이에 무슨 수로 강냉이밭에 말뚝을 박고 새끼줄을 매고 물길을 정리하고 도랑을 깊이 파는 엄청난 작업을 다 해낼수 있겠는가. …

온 나라 농촌에서 태풍피해방지대책을 세우느라 복닥거리는 가운데 드디여 태풍이 들이닥치였다.

하늘이 컴컴해지고 시속 40키로메터의 강한 바람이 산과 들, 마을과 도시를 휩쓸며 불어댔다. 도시의 가로수들이 휘여들며 몸부림쳤다.

주먹같은 비방울들이 후둑후둑 떨어져내리기 시작하더니 이어 쏴- 하고 폭우가 쏟아졌다. 비줄기와 물보라속에서 앞이 보이지 않고 거리는 어둠에 잠기였다.

승용차, 뻐스, 전차들도 멈추어섰다. 아스팔트에 쏟아진 비물이 금시 도랑을 이루어 콸콸 하수망으로 흘러내리였다.

한룡택은 종팔이에게 비옷과 고무장화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행정국장이 지금 현장에 나가보아야 아무런 소용도 없다, 조합원들도 이 혹독한 비바람을 피해 마을로 들어갔을것이다, 불안스러운대로 지켜보며 비바람이 좀 뜸해지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극력 말리였다.

《이제 현장에 상동지가 나가본다 해도 도움이 될것은 없습니다. 단지 상이 직접 현장에 나와보았다는 정치적의의밖에…》

한룡택은 행정국장의 말이 언제인가 모내기때 자기가 농산국장에게 했던 말이라는것을 가슴아프게 상기했다.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어떻게 사무실에 멍하니 앉아있는단 말이요? 농민들이 폭우속에서 결사전을 하고있는데 상이라는 사람이 사무실이나 지키고있으라는가.》

한룡택이 꽥꽥 소리쳤다.

한룡택은 고무비옷과 고무장화를 착용하고 비가 그냥 두드려대는 승용차에 올랐다. 행정국장이 같이 탔다.

《어디로 가시렵니까?》

종팔이가 물었다.

《중화쪽으로!》

승용차가 어둠속에서 전조등을 켜고 줄대같이 쏟아지는 비를 헤가르며 달리였다. 바퀴가 아스팔트우에 흐르는 비물을 요란한 소리를 내며 량쪽으로 헤갈랐다.

한룡택은 입을 꾹 다물고 그 어떤 비장한 각오를 한듯 엄엄한 표정으로 까딱하지 않고 앉아있었다.

《저기서 농민들이 일하는것같습니다.》

중화쪽으로 한창 달리는데 종팔이가 나지막한 등성이기슭에서 사람들을 발견하고 알리였다.

《음, 저기로 가자구.》

상이 지시했다.

아스팔트길을 벗어나자 농촌길은 온통 물에 잠긴 진흙탕으로 변해 승용차가 기우뚱기우뚱하며 겨우 전진했다. 종팔이는 온갖 재주를 다 부리며 나가다가 어쩔수 없이 차를 세웠다.

《더 못갑니다.》

《왜 못가? 가자는데.》

상이 화를 냈다.

《안됩니다.》

종팔이는 운전대를 틀어쥐고 뻗치였다.

행정국장이 《종팔이, 가는껏 가보자구.》하고 타일렀다. 그러나 50m 더 가지 못하고 진흙탕속에서 헛바퀴를 돌기 시작했다.

《이젠 앞으로는 더 말할것도 없고 뒤로도 빠질수 없습니다. 운전사의 말을 들으셨어야지요.》

종팔이가 서글프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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