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3 회)

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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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농촌경리위원회에 배치되여간 박미순에게 그곳에서는 열흘동안의 휴가를 주었다.

고향에 내려간 처녀는 아버지, 어머니와 감격적으로 만났다. 숙성한 딸은 어째서인지 부모들에게 서먹서먹한 감을 자아내였다.

딸에게서는 이전에 그가 방학에 왔을 때도 느낀바이지만 농촌처녀의 티를 벗은 도시처녀의 낯설은 모습이 완연하여 상대하기 어려웠다. 하긴 미순이는 다 성숙했고 공부도 했으며 한가정의 울타리를 벗어난 녀성이였다. 그는 이전처럼 어리광을 부리지 않았다.

《졸업했니?》

아버지가 담배를 피우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졸업했어요.》

《어디에 배치받았니?》

궁금증을 이기지 못해 이번에는 어머니가 성급히 물었다.

《평양에 있는 도농촌경리위원회에 배치받았어요》

미순이는 어쩐지 자랑스럽게 말하게 되지 않아 혀아래소리로 대답했다.

아버지, 어머니가 놀란다.

어머니는 얼굴의 주름살이 펴지는듯싶다.

평양, 도농촌경리위원회! 뜨르르하다.

《야, 그거 참 대단하구나. 우리 집안에 큰 인물이 났구나.》

하지만 아버지의 얼굴빛은 컴컴해졌다.

(내 딸이 공부까지 하더니 땅에서 하늘로 날아가버리는구나.)

그는 말없이 담배연기만 내뿜었다.

미순이는 심중해진 아버지를 살피며 자기는 모르고있었는데 농업상이 그 기관으로 보내주었다고 설명하고 이렇게 물었다.

《아버지, 내가 도에 배치된게 잘못됐나요?》

아버지가 힘들게 대답했다.

《잘못되기야 무슨…

우에서 다 생각이 있어서 거기루 보냈겠는데.》

어머니는 령감이 이렇게 미순이를 두둔하듯이 말하자 성수가 났다.

《그렇지 않구. 거기가 농촌경리위원회라니까 농사짓는데겠지?

얘야, 평양에 떨어진다는게 어디 꿈이나 꿀수 있는 일이냐?》

미순이도 얼굴이 약간 밝아졌다.

《제가 이제부터는 아버지, 어머니를 모시겠어요.

이 외동딸을 키우느라 아버지, 어머니가 얼마나 고생하셨나요.》

《얘, 그럼 너 우리를 평양에 데려가겠니?》

어머니가 기대를 품는것 같다.

《이제… 집을 받으면 곧 모셔가겠어요.》

《우리두 늙으막에 평양에서 살게 되겠구나.》하며 좋아하는 처를 사납게 쏘아보는 박영준의 눈에서 불줄기가 날았다.

《난 싫다. 나는 여기를 뜨지 않겠다.》

그의 이마에 퍼런 피줄이 돋고 입술이 부들부들 떨리였다.

《내가 여기 암적에서 태여나 여적 여기 고향땅을 다루어왔은즉 손발이 말을 듣는 한 여기서 농사짓다가 죽어 이 땅에 묻히겠다.

너나 어머니를 모시고 가서 잘살아라. 난 싫다.》

《아버지!》

미순이는 울먹이며 아버지의 팔을 잡아 흔들었다.

《이걸 놔라. 너는 지난해에 향수내를 풍기며 여기에 나타났을 때 내가 동익이를 배필로 삼자고 하니까 단마디로 거절했지. 그때 벌써 나는 네가 달라지고있구나 하고 가슴이 아팠댔다.

그래, 네가 동익이나 혜영이보다 무엇이 잘났니?

혜영이는 뜨락또르운전수가 되여가지고와서 고향땅을 가꾸고있다. 얼마나 장한가!

나는 혜영이가 부럽다. 향수내는 나지 않구 기름냄새가 풍기지만 나는 그 냄새가 더 좋다.》

이렇듯 화를 터뜨리군 하는 아버지의 폭발적인 성미를 알고있는 미순이였지만 딸의 성공을 거부해나서는 그 노성이 가슴을 아프게 찌르는듯 하여 미순이는 두손으로 얼굴을 싸쥐고 울었다.

아무리 공부하고 성숙한 처녀라 해도 그는 역시 아버지앞에서는 딸이였다. 미순이는 어려서부터 아버지에게서 가끔가다 욕도 먹고 매도 맞았으며 그때마다 징징 울면서 엄살을 피우기도 했다. 그가 울면 아버지는 속이 좋지 않아했다.

그 시절처럼 아버지가 욕을 하고 딸이 우는것이였지만 지금은 이전과 다른데가 있었으니 딸은 어리광을 부리며 우는것만은 아니였다. 그래도 아버지는 어린시절에 울던 딸을 보듯 속이 좋지 않아 화를 터뜨린것이 너무했다고 후회를 하는데 로친이 대들었다.

《아니, 갑자기 미치지 않았소? 왜 야단이요? 애가 우는걸 못보오? 평양에서 공부한 애가 향수내를 풍기지 두엄내를 피우겠소?

정말 앞이 막힌 령감이요.

아, 농사를 짓는것이 꼭 고향땅에서 해야 옳은거요? 모두 논밭에 들어서면 지도는 누가 하겠소?

우에서 지도하는 사람두 있어야 할게 아니겠소? 미순이가 고중을 졸업하고 전문학교에 가는걸 한사코 막더니 령감은 정말 못돼먹었수다.

공부한 애가 그래 다시 촌구석에 와야 편안하겠소. 제발 고집을 부리지 마오.

난 령감의 그 고집에 진저리가 난지 오래우다. 미순이를 건드리지 마오.》

《뭐가 어째?》

아버지는 눈길을 허둥거리며 손을 후들거리다가 후닥닥 일어서서 문을 왈칵 열고 나가버리였다. 어머니가 미순이를 진정시켰다.

박영준은 한시간쯤 지나 다시 방에 들어왔다.

그는 담배연기를 날리면서 방바닥을 내려다보며 꺼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네 에미 말이 옳다. 너를 더 건드리지 않겠다. 후-》

그는 땅이 꺼지게 한숨을 지으며 이마의 땀을 훔치였다.

《내가 너무했다. 공부갔던 명호가 돌아온걸 보면서 우리 미순이도 이제 오겠지 하구 고대하다보니…

하지만 한마디만 하겠다. 농촌에서 로력이 자꾸 빠지고 청년들이 공부하려 가서는 도시에 떨어진다고 수상님께서 심려하고계시니 이 늙은 농사군의 마음이 아프구나. 그래서 고아대긴 했다만 얘야, 어떻든 배치받은데 가서 일을 잘해라.

내 걱정은 말아라. 너만 잘되면 한이 없겠다.》

미순이는 고개를 푹 숙이였다. 농촌에서의 로력류출과 관련한 수령님의 심려를 두고 한 아버지의 절절한 말이 미순이의 가슴에 무겁게 실리였다.

그는 이전처럼 티없는 순진한 심정으로 암적마을의 동무들과 만나 즐길수 없었다. 미순이가 그래도 서로 통한다고 인정한 혜영이와도 떠들썩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지 못했다.

풀단을 가득 실은 련결차를 달고오는 혜영의 뜨락또르에 올라 같이 앉아 그의 운전솜씨를 칭찬하고 그의 활달한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짓긴 했지만 미순이자신은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미순이는 혜영이가 전문학교를 졸업한 자기를 축하해주자 《네가 성의껏 마련해준 방석덕도 있어. 기숙사에서 그걸 깔고앉아 복습도 하고 숙제도 했어.》하고 대답을 했으며 그밖의 물음에도 짤막하게 대답했을뿐 주로 조합일이며 운전수들이며 녀동무들에 대해 많이 물었다.

길에서 동익이와 만나자 그의 인사에 답례하고는 달아나다싶이 해서 그로 하여금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동네에서는 혜영이와 동익이가 결혼할것 같다는 말이 돌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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