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1 회)

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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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순이는 농업상이 왜 자기를 농전에 입학시켜주고 졸업후의 배치에까지 마음썼는지, 그리고 기숙사생활에도 관심을 돌려주었는지 하는것을 비로소 똑바로 알게 되였다. 그러한 관심은 농업상의 개인적인 가정사의 슬픔과 관련되여있었다.

미순이는 자식없이 외롭게 늙어가고있는 그들부부에게 깊은 동정이 갔으며 도농촌경리위원회에 배치받아 평양에서 살게 되면 아닌게아니라 부모님들처럼 그들을 모시리라 마음먹었다.

원화리에 계시는 아버지, 어머니도 장차 평양에 모셔오리라.…

이렇게 앞날을 그려보던 미순이는 과연 고향땅에 깊이 뿌리내린 고집이 센 아버지가 딸을 따라올가, 그리고 그것은 시집을 가서 집을 받은 후의 일이지 하는 생각이 들자 금시 얼굴이 붉어졌다.

미순이는 상의 부인이 붙잡는것을 겨우 뿌리치고 이모네 집으로 갔다. 거리는 명절분위기로 흥성거리고있었다.

8월의 따뜻하고 밝은 해빛아래에서 기발들이 나붓기고 8. 15를 경축하는 구호들과 선전화들이 상점들과 아빠트들, 기관건물들에 나붙어있었다.

거리에는 명절옷차림의 시민들이 붐비고 차도로에서는 승용차들과 뻐스들, 우리 나라 《승리-58》호 화물차들이 달리고있었다.

공원에는 젊은 남녀들, 늙은이들, 학생들, 아버지, 어머니를 따라나온 아이들이 꽉 차있는데 그들이 입고있는 옷들과 손에 든 고무풍선, 푸른 나무그늘과 활짝 핀 꽃들로 울긋불긋 장식되여있었다.

미순이는 버드나무가 줄지어선 거리의 그늘밑을 걸으며 손수건으로 부지런히 땀을 씻었다. 그는 더위도 더위려니와 평양에서 살게 되였다는 흥분으로 하여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나는 성공했다! 하고 미순이는 가슴을 내밀고 속으로 웨치였다.

두해전 평양역에 도착하여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지 어리뻥뻥해져 평양사람에게 갈길을 물었는데 그 사람이 《촌에서 왔소?》하고 너그러운 미소를 지을 때 부끄러웠고 모욕감으로 하여 얼굴이 확 달아올랐던 미순이, 이 도시생활에 뛰여들어 기어이 성공하리라고 도전해나섰던 그 농촌처녀가 마침내 목적을 달성했다.

미순이는 이렇게 자부하며 지금까지 부러워했던 잘입고 잘생긴 평양시민들을 오늘은 별치않게 스쳐지나며 미소를 머금었다.

이모네 집에 도착했다. 이모사촌동생은 동무들과 거리에 놀려나가고 이모와 이모부는 방금 휴식을 하고 일어나 담소를 하며 사과를 깎고있었다. 그들은 미순이를 몹시 반갑게 맞이했다.

명절날에 찾아오는 손님은 누구나 반갑지만 이모는 자기와 비슷한 곱게 생긴 조카에게 남다른 애정을 갖고있었기에 그 반가움이 여간 아니였다.

명절날이니 응당 찾아올것으로 알고 음식상을 차려놓고 기다렸는데 왜 이제야 오느냐, 우선 세면장에 가서 땀난 몸부터 씻어라 하며 분주탕을 피웠다.

세면장에 들어가서 시원하게 몸을 씻고 나온 미순이를 방가운데 앉히고 깎은 사과를 쥐여주며 이모는 이것저것 쉴새없이 물었다.

이모는 농업상의 집에 승용차를 타고갔던 이야기를 손을 모아잡고 놀랍게 들었다.

그리고 농업상부부의 지난날의 슬픈 사연과 그로 하여 조카를 딸처럼 여기고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이 글썽해지기까지 했다.

미순이가 도농촌경리위원회에 배치되였다는 이야기를 하자 이제껏 이모가 분주하게 떠들어대는 통에 한쪽으로 밀려나 입을 다물고 듣기만 하던 이모부가 끼여들었다.

《그거 잘 됐구나. 잘 됐어!

내가 김만금부장한테 부탁했더니 그 량반이 농업상한테 말한것 같아.》

그는 자기를 내세우려 했다.

《아니예요.》

미순이가 머리를 젖고 이모가 남편을 비난했다.

《아니, 여태 거기 앉아서 뭘 들었소?

농업상동지가 미순이를 딸처럼 여기고있단 말이요.》

이모는 미순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아, 우리 미순이가 대단하다! 그처럼 큰 간부의 눈에 들었으니 말이다.》

이야기판에서 밀려날것같아 이모부가 급하게 《곱게 생겼으니까.》하고 한마디 했다가 된탕을 먹었다.

이모가 《당신은 그저 녀자를 놓고는 곱다느니 밉다느니 하는 소리밖에 모르지. 글쎄 미순이가 나를 닮아 곱기야 하지요. 그렇지만 기본은 이거지요.》하고 손가락으로 미순의 머리를 가리켰다.

이모부는 탁 웃었다.

《미순이는 잘났지만 당신이야 뭐…》

그러다가 이모의 눈살이 꼿꼿해지는것을 보고 얼른 말머리를 돌려 주도권을 쥐려 했다.

《미순이가 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게 됐으니 시집가는 문제도 고려해봐야지. 한창 무르익는 시절이거든.

내 그래서 기가 막힌 상대를 점찍어두었다. 그는 미순이가 일전에 나한테 어떤 사람인가고 물어보았던 그 강철수다. 싫지 않겠지?

우리 집에 한번 왔댔는데 네 이모도 칭찬했다.》

강철수에 대한 평가에서는 이모가 이모부의 견해에 동감이였다.

《그 청년이 정말 괜찮더라.》

이모가 얼른 이모부의 말을 받았다. 《난 마음에 푹 든다.》

《수재형이라는데 대해서는 내가 이미 말했지.》

이모부는 주도권을 계속 쥐려고 이모의 말을 가로챘다.

《함남도내기인데 고급중학교를 졸업하자 교장선생이 직접 그를 데리고 김책공대로 갔다. 그리고 그의 뛰여난 수학적인 두뇌에 대해 설명하면서 입학시켜달라고 했다.

어떤 교수가 철수와 간단히 담화하고나서 학장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학생의 앞날이 몹시 기대됩니다.〉 교수가 옳게 평가했다.

대학을 졸업하면서 철수는 론문을 제출해서 학위를 받았고 그의 연구가치가 특별히 인정되여 수상님의 표창장을 받았다.

그뿐이 아니다. 대학을 찾아주신 수상님께서 대학의 교수, 박사들과 담화를 하시던중 김책공업대학 졸업생 강철수의 연구가 가지는 특출한 가치에 대해서 들으시고 치하의 교시를 하시였다.

이런 인재가 우리 성에 있다. 알겠니?》

미순이는 붉어진 얼굴을 숙인채 쳐들지 못하고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가슴이 활랑거리기만 하였던것이다.

대동강유보도에서 우연히 사귀였고 바로 그 대동강의 얼음판우에서 정이 깊어진 지식인청년, 그러나 넘지 말아야 할 한계선은 지켜왔던 그 미남자를 이모부가 인생의 반려자로 선택할것을 바라고있으니 이것은 꿈같은 일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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