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8 회)
제 2 편
전쟁은 힘과 힘의 대결이다
제 1 장
6
(2)
어느 포탄 하나가 무한궤도를 명중시킨 모양이였다.
《맞았다!》
여기저기서 환성이 터져올랐다. 땅크에 위압되여 집과 벽체들 사이사이에 바퀴처럼 숨어있던 결사대원들이 와- 거리로 밀려나왔다. 황영걸이 승이 나서 소리쳤다.
《1중대는 저 카페뒤로 돌아 땅크의 퇴로를 차단하라. 3중대는 좌측골목으로 돌아 저 땅크를 포위하라. 2중대는… 앞으로!》
공산군땅크가 주저앉자 다시 용감해진 결사대원들이 와 달려나갔다.
그때 땅크문이 벌컥 열리더니 한 땅크병이 기관총을 들고 뛰여내렸다. 땅크옆에 붙어서서 결사대원들을 향해 련발사격을 해댄다. 결사대원들이 주춤하는 사이 또 다른 땅크병들이 뛰여나와 그 경기관총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엎드렸다.
《한놈도 살려보내지 말라!》
경기관총을 틀어잡은 공산군이 쩌렁쩌렁 소리친다.
《원쑤놈들에게 죽음을 주라!》
다른 땅크병들도 맞받아웨치며 기관총과 기관단총을 휘둘러댄다.
뚜루룩뚜루룩 피유피유- 총탄들이 아츠러운 소리를 내며 황영걸의 주위에 날아와 박혔다.
앞으로 달려나가던 결사대원 몇이 또 꺼꾸러지자 그들은 약속이나 한듯 일시에 쫙 그자리에 엎드렸다.
황영걸은 속이 까맣게 타는것같았다. 빨리 다른 땅크가 덤벼들기 전에 저 공산군들을 잡아야겠는데 결사대원들은 까투리들처럼 대가리를 땅에 처박고 움직일념을 안했다.
이때 문득 땅크뒤 전주대쪽에서 《국군》한무리가 얼찐거리는것이 피뜩 눈에 비쳐들었다.
분명 1중대였다.
황영걸은 더는 지체할수 없어 권총을 휘두르며 목청껏 소리쳤다.
《공산군은 다섯명뿐이다. 그들은 포위되였다. 돌격앞으로!》
그 순간 왼쪽팔이 시큰하면서 허궁 들렸다가 내리워졌다. 부상을 당한것이다. 와- 하며 일떠섰던 결사대원들이 또 그자리에 엎드렸다.
《빌어먹을…》
공산군기관총은 뚜루룩뚜루룩거리며 결사대원들을 삼대베듯 쓸어눕혔다. 화력이 너무 세서 그대로는 공격하기가 곤난했다.
황영걸은 악이 날대로 났다. 미쳐죽을것만같다.
(저 공산군 다섯한테 300명도 넘는 결사대가 이렇게 꼼짝못하다니…)
분통이 터질 일이였다.
《야, 앞으로! 포복전진으로 앞으로!》
결사대는 땅크를 향해 아니, 그 공산군들을 향해 총탄을 퍼부으며 포위망을 좁혀나갔다.
50m, 45m, 40m…
황영걸은 이미 죽은자의 시체를 앞에 방패로 놓고 그 시체를 밀면서 전진했다. 총탄이 날아와 시체에 박히는 소리가 투닥투닥 들렸다. 황영걸은 신심이 생겼다.
《부려단장동지! 위험합니다.》
갑자기 공산군쪽에서 누구인가 웨치는 소리가 났다.
얼핏 보니 한 땅크병이 벌떡 일어나 처음에 기관총을 들고 땅크에서 뛰여내린 그 공산군을 한몸으로 막아나선다.
황영걸은 눈이 금시에 커다래졌다. 저 기관총을 쏘는 놈이 간단한 인물이 아닌것 같았다.
황영걸은 승이 나서 소리쳤다.
《야, 저기 큼직한 놈이 있다. 무조건 사로잡으라!》
공산군과의 거리는 불과 얼마 안남았다. 30m, 25m 됐다. 이제는 덮칠 때가…
바로 이때 《만세!》하는 요란한 함성이 들려왔다.
와뜰 놀라 돌아보니 인민군땅크 한대가 앞골목으로 에돌아 돌진해오고있었다. 그뒤로 총창을 비껴든 공산군보병들이 《만세!》를 웨치며 공격해오고있었다.
황영걸은 권총을 든 손으로 길바닥을 부서져라 내리쳤다.
(늦었구나.)
황영걸은 퇴각명령을 내리려고 얼핏 뒤를 돌아보았다.
결사대원들은 벌써 그의 퇴각명령을 받기라도 한듯 벌떡벌떡 일어나 꽁지가 빳빳해서 내뛰고있었다.
《쌍놈의 새끼들, 저따위새끼들도 결사대라구…》
황영걸은 주먹질을 하며 쌍욕을 퍼붓다가 자기도 이러고있을 때가 아니라는것을 피뜩 깨닫고 화닥닥 뛰쳐일어났다.
×
무서운것은 땅크뿐이 아니였다.
황영걸은 자기가 인민군대의 나어린 취사원 처녀에게서까지 이렇게 홍찌를 갈기도록 혼이 나게 될줄은 꿈에도 상상 못했었다.
길길이 쌓아놓은 탄약상자, 포탄상자, 지뢰, 수류탄상자들앞에 키도 얼마 크지 않고 버들가지처럼 몸매도 회친회친한 체소한 처녀가 활활 타오르는 불뭉치를 들고 서있었다. 언제 석유를 뿌렸는지 벌써 그 상자들에선 기름기가 번쩍거리고있었다.
인민군땅크려단에 배속된 가마마차에서 일하던 처녀를 랍치해온지가 불과 세시간도 안되였었다.
의정부가 완전히 함락된것은 저녁 9시경이였다.
황영걸이네 결사대패잔병들이 여기 도봉산기슭에 있는 사단탄약창고로 도망쳐오기 바쁘게 날이 어두워진것은 그야말로 하늘이 도운 행운이라 아니할수 없었다. 기차를 타고 도망칠수도 없었다. 그들이 정거장으로 퇴각해들어갔을 때 홈에 서있는 화물렬차방통으로는 패잔병들이 개미떼처럼 모여들어 서로 먼저 타려고 와글와글 끓으며 싸움질을 하고있었다. 꽥- 꽤액- 하며 독촉하는 기적소리, 땅땅- 마구 쏘아대는 총소리, 호령소리, 욕지거리…
바로 그속으로 그 악마같은 공산군땅크가 와릉와릉 육박해들어왔다. 포탑측면에 《214》라고 새긴 그 땅크는 화차방통에 대고 쾅쾅 땅크포를 쏘아대고 산산이 흩어져 달아나는 패잔병들에게 기관총을 휘둘러댔다. 화차방통이 산산이 부서져 하늘로 날아나고 도망치던 패잔병들이 역구내를 한벌 뒤덮으며 쓰러졌다. 역구내는 아비규환의 생지옥이 되였다. 황영걸이네는 다시 정거장에서 빠져나와 혼비백산해서 도봉산쪽으로 도망쳤다.
다행하게도 이 탄약창고에는 아직 공산군의 발길이 미치지 못하고있었다.
인차 공산군의 손길이 뻗칠테지만 이 탄약창고에 가득 쌓여있는 포탄과 수류탄, 총탄, 지뢰들이면 한동안은 얼마든지 지탱해낼수 있을것같았다. 결사대력량도 100여명은 남았으니 다행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