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4 회)

제 2 편

전쟁은 힘과 힘의 대결이다

제 1 장

4

(2)

 

안동수네가 알고있는것은 이뿐이였다.

아니 그전에 그들은 이런 전파를 날렸었다.

《첨병에 섰던 3대중 우리 214호 한대만이 남았다. 우리는 지금 포천시내에 들어섰다. 마지막까지 임무를 수행하겠다.》

그리고는 소식이 끊어졌다.

그들은 어떻게 되였는가.

안동수가 탄 101호땅크는 시내한복판을 꿰질러나갔다. 문득 해빛에 번쩍하는것이 보였다.

순간 안동수의 얼굴에 환희의 빛이 확 피여났다. 나지막한 둔덕우에 서있는 땅크를 보았던것이다. 분명 214호 전기련이네 땅크였다. 땅크옆에 몇명의 땅크병들이 앉아 휴식하는것이 보였다.

《운전수, 좌측 언덕방향을 향하여 전속으로!》

기뻤다. 그들이 살아있구나. 임무를 수행한 그들이… 언덕주변에 적들의 시체가 너저분하게 널려있다. 그들이 얼마나 간고한 전투를 치렀는가를 한눈에 알수 있게 해준다.

땅크의 발동소리를 들은듯 땅크병들이 언덕아래로 고개를 돌리다가 벌떡벌떡 일어서는것이 보였다. 휴식을 하고있던 땅크병들이 안동수를 본것이다.

안동수는 목이 꽉 메여오르는것을 느꼈다. 그들앞에서 땅크가 멎자 단숨에 뛰여내렸다.

《차렷!》

중대장이 승조원들을 정렬시키고 거수경례를 했다. 땀에 젖은 구리빛 얼굴들…

《문화부려단장동지, 승조는 휴식중에 있습니다.》

안동수는 미더운 눈길로 그들을 쳐다보았다. 목갈린 소리로 웨쳤다.

《동무들의 전투성과를 축하합니다.》

《조국을 위하여 복무함!》

쩌렁쩌렁 울리는 웨침소리.

《잘 싸웠소, 정말 잘 싸웠소.》

안동수는 중대장의 손을 잡아흔들었다.

《이렇게 살아있는것을… 걱정했댔구만… 어떻게 된 일이요?》

중대장은 손등으로 이마의 땀을 훔쳤다.

《우리가 적을 소멸하면서 이 봉우리에 이르렀을 때 무선기가 파괴되였습니다. 시내에 들어온 땅크는 우리 한대뿐이고 탄약도 얼마 남지 않은데다가 련대와 통신까지 두절되니 어쩔수가 없었습니다. 더 종심으로 들어가면… 함정에 빠질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여기서 부대가 도착할 때까지 적과 싸우기로 했습니다. 적들은 사방으로 우릴 포위하고 덤벼들었습니다. 세시간이 넘도록… 적들은 네차례나 집요하게 돌격해왔지만… 우린 이렇게…》

《장하오. 장해… 전과를 종합했소?》

《했습니다. 이번 전투에서 적 자동차 40대, 포 22문, 토목화점 10여개, 유생력량 200여명 살상했습니다.》

《잘 싸웠소, 본때를 보였구만.》

다음엔 전기련이였다.

안동수는 구리빛얼굴에서 아직도 땀이 줄줄 흘러내리고있는 그의 모습을 미덥게 쳐다보며 주먹으로 가슴을 쿡 내질렀다.

《어때, 좀 풀렸나?》

전기련은 몸을 꼿꼿이 세웠다. 포연에 갈린듯 거센 목소리로 웨쳤다.

《안풀렸습니다.》

안동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옳소, 쉽게 풀려서야 안되지. 풀릴수도 없고…》

전기련은 거친 숨을 씩 몰아쉬였다.

《명심해야 하오. 나라를 빼앗기면 인간적인 모든것까지 다 빼앗긴다는것을…》

《알았습니다.》

다음엔 포장 김국기, 부운전수 김창수…

이어 땅크까지 돌아본 안동수는 포탄에 맞은 오른쪽시창아래 철갑이 째진 자리를 만져보았다.

해볕과 발동기 열로 달아올라 철갑이 뜨끈뜨끈했다.

《상한 동무는 없소?》

중대장이 힘찬 어조로 대답했다.

《없습니다.》

안동수는 다시한번 땅크를 일별하고 고개를 돌렸다.

《좀 쉬여야겠소. 선두에 다른 중대를 세우게 했으니 지시가 있을 때까지 기다리시오. 수리정비를 하고 연유와 포탄도 보충하고…》

순간 기련은 무엇인가 가슴을 툭 치는감을 받았다. 승조원들을 둘러보니 모두가 아연한 기색들이다.

기련은 한걸음 나섰다.

《문화부려단장동지!》

금방 돌아서 가려던 안동수가 의아해서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이요?》

전기련은 주먹같은것을 꿀꺽 삼켰다.

《우릴 계속 선두에 서게 해주십시오.》

안동수는 그를 쳐다보았다. 꽉 다문 입, 틀어쥔 두주먹, 번쩍이는 눈… 승조원들모두가 간절한 눈빛으로 마주본다.

안동수는 왼손으로 허공을 획 내리그었다.

《좋소. 토론해보기요. 땅크의 전투동원준비를 빨리 갖추어놓아야겠소.》

《알았습니다.》

우렁찬 대답소리가 대기를 울렸다.

안동수는 땅크에 뛰여올랐다. 땅크문을 열려다말고 뒤를 돌아보았다.

《금실동무네도 가마마차를 끌고 부대를 따라섰을게요. 아니, 서용숙동무이지. 저녁식사땐… 만날수도 있을게요.》

와르릉- 101호땅크는 다시 포천시내를 돌기 시작했다. 전투준비를 하고있는 부대를 돌아보려는것이였다.

가슴은 신심에 차넘쳤다.

얼마나 미더운 땅크병들인가.

이들이 어제날 나라를 빼앗기고 짐승처럼 짓밟히며 살아오던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괴로운 과거에 영원한 종지부를 찍었다.

력사는 조만간 우리 조선사람들이 침략자들의 총칼앞에 뿔뿔이 흩어져 피흘리며 쓰러지던 약자가 아니라 침략자들의 목줄기를 움켜쥐고 산악처럼 일떠선 거인들이라는것을 알게 될것이다.

서쪽하늘에서는 저녁노을이 붉게 타번지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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