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7 회)

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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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긴장한 모내기에 이어 김매기까지 결속될무렵 김만금은 그간 고혈압병이 더 심해져 어쩌는수없이 중앙병원에 입원했다. 그가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갔을무렵에는 눈이 뿌옇게 되여 앞이 잘 보이지 않았고 하늘과 땅이 빙빙 도는것 같았다.

당중앙위원회 일군이 뒤따라왔었는데 그는 김만금부장이 치료받던 과의 담당의사와 과장을 불러다놓고 부장이 이렇게 병상태가 심해지도록 동무들은 뭘하고있었는가 하고 몹시 추궁했다.

담당의사는 욕을 다 먹고나서 《변명같지만 저희들은 중앙당 해당 부서에도, 부장동지의 집에도 여러번 전화로 병원에 오라고 요청했습니다. 요구가 아니라 요청했단 말입니다. 말하자면 제발 와달라고 빌었지요. 지어 약을 보내주기까지 했습니다. 대답은 매번 한가지였습니다. 〈모내기와 김매기가 끝나면 간다.〉 그러니 우린들 어찌겠습니까? 부장동지가 가있는 황해남도나 평안북도까지 따라가 치료할수야 없지 않습니까?》하고 말했다.

그 일군은 묵묵히 듣고나서 《선생들이 응당 알아서 하겠지만 최선을 다해주십시오. 이 부탁밖에 할말이 없습니다.》하고 돌아갔다.

일체 병문안이 허용되지 않았다.

피창린이 찾아갔을무렵에는 극히 제한된 사람들에게만 면회가 허락되여있었다. 점적대, 액이 들어있는 유리병에서 길게 내려온 점적관, 팔에 꽂은 주사바늘을 고정시킨 붙임띠, 오른팔을 내밀고 누워있는 환자의 불기우리한 부어있는 얼굴, 감고있는 눈, 고르로운 숨소리…

밝고 서늘하고 정갈한 방안은 고요하였다.

부장의 부인이 두손을 앞으로 모아잡고 서있다. 간호원이 지금 환자가 잠을 자고있기때문에 병실에 들어가면 안된다고 했지만 그저 얼굴이나 한번 보고 나오겠다고 우겨서 겨우 들어온 피창린은 까딱 움직이지 않고 걸상에 앉아서 김만금의 얼굴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고있었다. 숙천군에서 당사업을 할 때 도당위원장이였던 김만금이를 애태우던 일이 머리속을 스치였다.

《피창린동무, 대체 동무를 어디 가야 만날수 있소? 거긴 창동리요? 내가 거기로 오라오?

군당위원장사무실에 좀 엉치를 붙이고 앉아서 군전반당사업과 내부사업을 보아야지 밤낮 장돌뱅이처럼 돌아다니기만 하니 욕을 하재도 만나야 욕을 하지!》

《도당위원장동지, 몇개 리를 돌아보면 군전반형편을 알수 있습니다. 그러나 군당사무실에 앉아서는 군전반형편을 구체적으로 알수 없습니다.》

《거기 어디 과부를 봐두고 다니는건 아니요.》

《과부를 볼짬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도당위원장동지도 협동조합에 내려와서 하루쯤 묵으면서 조합원들과 담화를 좀 해보십시오.

별별 일들이 다 있습니다. 그런건 사무실에 앉아서는 절대로 체험할수 없습니다.》

《지금 당장 떠나 군당에 오시오. 내가 기다리겠소.

군당사람들이 동무에 대해 의견이 많소.》

《알았습니다. 그러니까 아래에 잘 안내려가도 잘못이고 잘 내려가도 잘못입니까?》

아마 피창린이 이렇게 올리받치였을 때 김만금이 혈압이 200은 넘어섰을것이다.

피창린은 숙인 이마를 손으로 고이고앉아 그 시기를 추억하며 괴로워하고있었다.

김만금은 도당위원장에서 당중앙위원회 부장으로 들어갈 때 수령님께 자기의 후임으로 피창린을 천거했다.

농업상 한룡택이 김만금을 병문안 갔을적에는 그의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신경과민도 상당히 안정된 상태였다.

김만금은 이제는 퇴원해도 되지 않을가 하는 생각을 굴리며 병실안을 오락가락하고있었다.

문이 열리고 흰 위생복을 깨끗하게 입은 예쁜 간호원이 들어오며 《농업상동지가 오셨습니다.》하고 알리였다.

이어 볼이 축 처지여 얼굴이 네모져보이는 한룡택이 들어오고 꽃묶음을 든 운전사 종팔이가 뒤따랐다.

《아, 농업상동무가!…》

김만금이 반기며 마주 다가갔다.

《살아났구만, 억척같은 당일군이 쓰러졌다 했더니 역시 억척같은 사람이군.》

한룡택이 그와 손을 맞잡으며 말했다.

종팔이가 생화묶음을 침대머리맡에 가져다놓았다.

《고맙소, 방안에 소독약냄새뿐이였는데 꽃향기가 금시 풍기누만. 정말 고맙소.》

종팔이와 간호원이 나가고 두 사람은 등받이 없는 걸상을 각기 차지하고 앉았다.

《난 퇴원할 생각이요.》

김만금이 먼저 입을 뗐다.

《벌써? 다 나았소?》

《다 나았다고 볼수 있지요. 고혈압은 병이 아니요.

일을 하지 않고 신경도 쓰지 않고 밥이나 축내면서 산보를 하면 아무 일도 없소. 하지만 그렇게 사는게 사는게요?

막 갑갑해 죽을 지경이요. 그래 무슨 새 소식이 없소?》

김만금의 얼굴을 쳐다보며 한룡택은 이 사람의 병상태가 완화되였다고는 하지만 아직 더 치료를 받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서는 어쩐지 조급증이 느껴졌던것이다. 그것은 신경이 아직 정상이 아니라는것을 말해준다고 보아야 할것이다.

《새 소식이 없소.》

한룡택은 우정 뚝뚝하게 말했다.

《농사군한테서 무슨 새 소식이 있겠소.

지원로력이 다 철수하고 들에는 벼가, 언덕에는 강냉이가 푸르싱싱하며 익기 시작한 과일들이 향기를 풍기고있소.

내 복숭아를 좀 가져왔는데 유명한 황주복숭아요. 이 애가 왜 꾸물거리나?》

문쪽을 보며 종팔이를 탓하는데 그가 큰 지함을 들고 들어섰다.

《음, 여기다 놓소. 간호원한테 좀 가지고가서 씻어가지고 오우.》

그는 김만금이에게 계속 말했다.

《첫물이요. 꿀처럼 다오.

그리고 이 복숭아는 무엇보다도 리뇨제란 말이요.》

《고맙소. 상동무!》

김만금은 이렇게밖에 더 어떻게 인사해야 할지 몰랐다.

《마저 듣소. 사과나 배, 추리 같은것은 지나치게 먹는다든가 위가 편안치 않을 때 먹으면 체하기도 하고 설사도 하지만 복숭아는 절대로 그런 탈이 생기지 않소.

그래서 〈무릉도원〉이라고 하는데서는 〈복숭아 도〉를 쓰고 옥황상제가 계시는 하늘에는 천년자란 복숭아가 있는데 그것을 먹으면 천년을 산다고 하는거요.》

김만금은 빙그레 웃었다.

《상동무는 역시 학자답소.》

《내가 무슨…》

《그런데 말이요. 농촌에서 지방산업공장에 빠져나간 기술자들과 농촌출신 로동자, 사무원들을 다시 농촌으로 보내는 문제가 상정된지 오랜데 잘 되지 않고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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