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2 회)

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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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순이는 강철수라는 청년을 한번밖에 만나보지 못했지만 이상하게도 이따금씩 그의 모습이 눈앞에 떠오르는것을 어쩌지 못했다. 그는 매력적인 도시청년이라고 말할수 있었다.

(내가 부드럽고 순진해서 좋다구? 그건 남자들이 처녀들을 홀릴 때 쓰는 수법이겠지. 그림의 떡이야.)하고 머리를 흔들군 했으나 마침내는 이모네집에 갔을적에 이모부에게 이렇게 물어보기까지 했다.

《이모부, 기계공업성에 강철수라는 김책공업대학 졸업생이 있어요?》

이모부는 기꺼이 대답해주었다.

《있지. 대학졸업생들이 적지 않지만 철수는 두각을 나타내고있어서 성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래요? 똑똑한 모양이지요.》

이렇게 호기심을 나타냈지만 표정은 담담했다. 우정 그가 크게 관심을 가지는 인물이 아니라는것을 보여주려는것이였다.

《철수는 수재형이야. 머리 좋고 언변이 류창하고 도덕이 또한 밝아 모두 칭찬한다. 우선 잘 생겼다.》

이모부는 이렇게 대답하다가 의심이 들었다.

《너 전문학교에 다니는 애가 대학을 나온 철수같은 청년을 어떻게 아니?》

미순이는 미소를 머금었다.

《수재로 소문났으니까 알게 되였지요. 그저 그뿐이예요.》

이모부는 미순의 얼굴을 살피였다. 그들사이에 무슨 인연이 있는것이나 아닌가 해서였다. 하긴 성안에서 말이 돌기를 철수를 따르는 처녀들이 평양에 수두룩하다고 했다.

《철수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말해줄가?》

이모부가 흥미를 갖고 이렇게 묻자 미순이는 새침해서 대답했다.

《아니, 됐어요. 그러니까 어느 한곳도 빠진데가 없구만요?》

《그렇다고 할수 있지.》

《알겠어요. 결국 바보겠군요.》

이모부는 《바보라니, 너 그건 어떻게 하는 소리냐?》하며 유감스러워했다.

《한 화가가 여러 사람들의 얼굴에서 제일 잘 생겼다는 눈, 코, 귀, 입을 가져다가 리상적인 얼굴을 그려보았는데 그렇게 조립해놓고보니 천하에 못생긴 얼굴이 되더래요.》

이모부는 무릎을 치며 한바탕 웃어댔다. 미순이도 따라 웃었다. …

어느 일요일, 추운 밖에 나가지 않고 기숙사에서 공부를 하고있던 미순은 웬일인지 불쑥 철수의 얼굴이 떠오르며 이모부와 있었던 그 이야기를 돌이켜보면서 저도모르게 혼자 방긋이 웃었다.

그런데 그때 기숙사정문에서 련락이 왔다. 어떤 청년이 찾아왔다는것이다.

정문으로 나간 미순은 금시에 가슴이 높뛰고 걸음이 떠졌다. 바로 그 청년, 철수가 서있었다.

겨울모자를 쓰고 짧은 락타직외투를 입은 키가 훤칠한 그는 매혹적인 웃음을 짓고 서있다가 다가왔다.

《안녕하오, 미순동무? 이렇게 문득 찾아와서 미안하오. 일요일이여서 스케트타러 가자고 찾아왔지요.》

미남자는 류창하고 진지하게 말했다.

지난해 여름에 대동강유보도에서 한번 사귄 후에 다시 보는 강철수, 그와의 한번 사귐이 인상적이였던지 종시 잊혀지지 않았고 방금전에도 이모부와 주고받았던 그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라 혼자 미소까지 지었었다.

《저는 스케트를 탈줄 모릅니다.》

미순이가 우정 새침해서 하는 대답이였다.

《그건 걱정 마시오. 내가 배워주겠소.》

《아니, 난 공부를 하던중이예요.》

처녀들과 많이 사귀여보았을 철수는 이 정도의 새침한 거절에 당황해할 청년이 아닌것 같았다.

《유감이군요, 동무와 스케트를 타고싶어서 여기까지 왔는데…

그러니 돌아가야 할가요?》

《마음대로 하세요. 제가 청한것은 아니니까요.》

《청하지는 않았지요. 그러니 그냥 돌아가기를 바란다면 그냥 돌아가겠습니다.》

철수는 빙그레 웃었다.

《그런데 말이요, 일요일에까지 공부를 하고있으니 머리가 얼마나 아프겠소? 미순동무는 그런 때면 대동강에 나가군 한다고 했지요?

내가 마침 왔지요. 겨울에 스케트타는 재미를 영화구경에 대겠소?

나는 겨울이면 일요일마다 스케트타러 대동강에 나가지요. 미순동무가 공부를 하다가 머리를 쉬려고 유보도에 나와 춤을 추듯이 말이요.》하며 철수가 어찌도 유쾌하게 웃는지 미순이도 따라 미소를 지었다.

강철수는 이상한 청년이였다. 그에게는 미순이를 꼼짝 못하게 하는 그 어떤 비상한 끌힘이 있었다. 미순은 지금 그 끌힘에 거미줄처럼 감겨들었다.

《어서 들어가 옷을 든든히 입고 나오시오. 조금 지나면 대동강이 풀리고 그러면 스케트도 마감이지요. 서두르시오.》

미순은 마음속으로 기뻐하면서 못이기는척 하고 기숙사에 들어가 속내의를 뜨뜻하게 입고 외투우에 빨간 목도리를 두르고 녀자용 겨울모를 쓰고 나왔다. 이런 기회를 어찌 놓치랴!

뻐스를 타고 시내중심으로 가면서 그들은 별로 할말이 없어 잠자코 있었는데 미순이에게는 그것이 더 편안했고 처녀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한 청년이 좋아서 떠들지 않고 점잖게 행동하는것이 한없이 돋보였다.

대동강의 한복판에 만들어놓은 스케트장에는 주로 젊은이들과 중학생들이 가득 모여들어 한손은 등에 다른 손은 휙휙 내저으며 타원형의 주로를 달리고있었다. 그들의 목에 두른 붉은색, 푸른색, 흰색목도리들이 기발처럼 펄펄 날리였다.

날씨는 추웠으나 맑게 개인 하늘에서 해가 쟁글거리고있어 투명한 대기는 마치 얼음처럼 차고 깨끗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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