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0 회)

제 2 편

전쟁은 힘과 힘의 대결이다

제 1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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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금실은 가슴이 뭉클해옴을 느끼며 새무죽이 웃었다.…

금실은 안동수가 왜 자기의 련애담까지 터놓았는지 너무도 잘 알고있었다. 자기가 데리고있는 아래사람들에게 아무것도 숨김이 없이 있는 그대로 다 드러내놓고 사는 사람… 하지만 이 금실이란 처녀는…

죄스러웠다. 그날 일을 생각할수록 가슴이 옥죄여드는것을 어찌할수가 없다. 정말이지 생각같아서는 속마음을 말끔히 터놓고 의지하고싶은 친오빠와도 같은 문화부려단장이였다.

로복실은 또 어떻던가.

자기 조카며느리로 삼겠다면서 밤도와 삼석까지 갔다온 로복실…

그런 훌륭한 사람들에게조차 자기를 숨기고 살아야 하는 이 괴로움을 어찌하면 좋단말인가.

그럴수록 가슴속깊은 곳에서부터 부걱부걱 괴여오르는 분노와 증오와 절규의 그 응축된 감정을 참아낼수가 없었다. 아, 나는 정녕 어쩌면 좋은가.

주룩주룩 내리던 비… 일본군대에 끌려와 우둘우둘 떨며 몰켜서있는 처녀들과 젊은 아주머니들… 왜놈 오장놈이 칼을 뽑아들고 나선다. 앞에는 전주대에 묶이여 서있는 녀자…

《자, 보라- 황군에 복종하지 않으면 어떻게 죽는가를…》

허공에서 번뜩이는 칼이 순간에 그의 오른팔을 잘라냈다. 다음엔 왼팔… 다음엔 배를 갈랐다.

《금실아!》

그는 목이 터지게 자기 동무를 불렀다.

《왜놈들에게 천벌을 내려라!》

금실의 마지막웨침소리…

금실은 서용숙의 둘도 없는 동무였다. 둘이 도망을 치려다 발각되자 자기의 죽음으로 용숙이를 보호해준것이다.

그는 금실이가 어떻게 숨을 거두는지 보지 못했다. 정신을 잃었던것이다. 왜놈들은 그의 팔다리를 국가마에 넣고 삶아먹었다고 했다.

야만들, 식인종들… 숱한 조선녀성들의 정조를 빼앗고 존엄을 빼앗고 생명을 빼앗은 바다건너 섬오랑캐놈들…

그 쪽발이놈들때문에 그 숱한 녀성들이 인간으로서 녀성으로서의 행복의 권리, 사랑의 권리를 빼앗겼다. 너무도 억울하고 수치스러운 일이였다. 어디에 이 사실을 내놓고 말할수 있단 말인가.

이 몸을 가지고 누구를 사랑할수 있는가. 이 꼴을 해가지고 어떻게 집으로 갈수 있단 말인가. 부모들이 자기들의 사랑하는 딸이 이 지경이 된것을 알면 기절해넘어질것이다.

그래서 집에도 가지 못한 그였다.

그는 한생을 혼자 살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하루가 다르게 접근해온다. 사랑을 주겠다는것이다. 눈물나게 고마운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 사랑을 뿌리치지 않으면 안되는 이 마음… 한생을 고독하게 눈물속에 살아야 하는 이 운명을 어찌하면 좋단말인가.

문득 부엌문이 열리더니 머리를 비다듬어넘기며 로복실이가 들어섰다.

《아니, 너 벌써 나왔니? 너두 참, 나올 때 날 깨울게지.》

금실은 허거픈 미소를 지었다.

《언니야 어제 늦도록 노래련습을 하잖았어요.》

《련습이야 나만 했니? 자기도 하구선…》

식당취사원들도 무조건 합창에 참가해야 한다고 해서 그들도 어제밤 늦도록 합창련습하는데 가있었다.

오늘은 일요일이라 려단문화부에서 판정을 하는 날인것이다.

지금 지휘부는 지휘부대로 직속구분대들은 또 그들대로 후방경리부문은 후방경리부문대로 서로 이기겠다고 승벽들이 이만저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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