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7 회)

제 2 편

전쟁은 힘과 힘의 대결이다

제 1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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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안동수는 순간 무엇인가 큼직한 돌덩이같은것이 가슴한복판에 툴렁 떨어져내려앉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드는것을 느끼며 벌컥 문을 열어제꼈다.

《려단장동지에겐 알렸소?》

《알렸습니다.》

《알겠소.》

련락병은 대답을 듣기 바쁘게 뛰여갔다.

안동수는 그 자리에 선채 잠시 가쁜숨을 톺았다.

《전쟁이라니… 그럼 놈들이 끝내…》

이제는 모든것이 명백해졌다. 안동수는 부리나케 군복을 입고 뛰쳐나갔다. 밖에서는 비가 내리고있었다.

따따따따… 푸릿푸릿하게 밝아오는 새벽대기를 헤가르며 비상소집 나팔소리가 다급히 울려퍼졌다.

안동수는 급히 려단장방으로 향했다.

어느때건 전쟁이 일어나리라는것은 짐작하고있었지만 이렇게 일요일새벽에… 들이닥칠줄이야. …

하긴 파쑈도이췰란드가 쏘련에 대한 무력침공을 개시한것도 1941년 6월 22일 일요일 새벽이였다. 로일전쟁이 일어난것도 일요일이였다.

놈들은 일요일에 사람들이 긴장성이 풀리고 해이될것이라고 여기고 그것도 단꿈을 꾸는 새벽에 침략의 포문을 열었을것이다.

문득 며칠전 서울에 날아들었던 미국무성특사 죤 포스터 덜레스가 38°선에까지 기여나와 괴뢰군진지들과 전호들을 돌아보았다는 사실이 번개처럼 뇌리를 스쳤다. 38°선의 어느 참호턱에서 개나리꽃을 꺾었다고 노죽을 부리는 음흉하기 그지없는 이자는 서울 《국회》에 나타나 전쟁열을 고취하는 연설을 하고는 곧장 도꾜로 날아가 미극동군사령관 맥아더와 미국방장관 죤슨, 미합동본부의장 브랫들리들과 만나 무슨 꿍꿍이를 하였다. 덜레스가 서울 《국회》에서 한창 기염을 토할 때 도꾜의 궁성앞광장에서는 미극동군의 대열병식이 거행되고…

그러니 덜레스의 남조선행각은 리승만괴뢰군의 북침준비에 대한 최종검열이였고 도꾜에서의 꿍꿍이는 역시 북침전쟁에 대한 최종적인 모의였던것이 분명했다.

미극동군의 열병식은 전쟁을 앞두고 병사들의 광증을 더욱 돋구기 위한 광대극이였고…

맥아더와 덜레스, 죤슨, 브랫들리의 회담에서는 북침전쟁을 최종적으로 합의하고 미국대통령 트루맨에게 보고했을것이다.

트루맨은 바로 오늘 6월 25일 일요일에 북벌을 개시할데 대한 명령을 하달하였고…

이처럼 인류에 대한, 정의와 평화와 문명에 대한 무자비한 도전과 살륙을 명령하고서도 이 엄청난 범죄극의 연출가는 지금쯤 처와 딸을 데리고 고향 미주리주의 어느 고요한 별장에서 주말휴가를 즐기는것처럼 하고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오늘이 바로 일요일이기때문이다. 먼 옛날 조물주가 세상을 창조하느라 엿새동안 일하고 하루를 쉬였다는 그 일요일, 그리스도교에서 평온의 상징처럼 그리도 중히 여기는 안식일에 전쟁의 불을 질렀다면 그것은 그대로 하느님에 대한 도전이고 결국은 하느님을 믿지 않는 북의 공산국가가 먼저 불집을 일으켰다고 이 엄청난 범죄의 책임을 우리에게 넘겨씌울수 있는 주패장을 쥘수 있기때문이다.

이 어마어마한 살륙극을 연출하고도 아닌보살한채 별장의 흔들이의자에 반쯤 누워 흔들흔들 랭커피를 마시며 전화종소리만 기다리던 트루맨은 《북조선이 남침》을 시작했다는 《청천벽력》같은 전화를 받자 《깜짝 놀라》 주말휴가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부랴부랴 백악관으로 달려올것이다. 이미 짜놓은 각본대로 지금쯤 애치슨국무장관은 그 주패장을 쥐고 유엔청사를 향해 달려가고있을지도 모른다.

얼마나 교활하고 음흉하고 악랄하고 비렬하고 뻔뻔스러운 놈들인가.

갑자기 눈앞이 번쩍하면서 눈부신 백광이 검푸른 하늘 한복판을 쫙 찢어발기였다. 뒤이어 꽈르릉하고 하늘을 뒤흔들며 성난듯 우뢰가 울었다. 창대같은 비살이 땅에 사선으로 쫘락쫘락 내려꽂히는것이 번개빛속에서 펑끗펑끗 드러났다. 이 비가 땅크들의 전투행동에 어떤 영향을 주겠는지 자못 걱정된다.

《속도 빨리, 3분대 바싹 따를것!》

뒤에서 갑자기 맵짠 구령소리가 났다. 돌아보니 완전전투복장을 한 한개 소대가량의 병사들이 숨을 헉헉 내뿜으며 지나갔다.

절버덕절버덕 진창을 밟는 소리, 무기장구류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숨소리와 함께 순간에 커졌다가 점차 작아진다.

《이거 진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누구인가 헐떡거리며 하는 소리도 점차 멀어져간다. 목소리가 귀에 익었다. 누구던가. 아, 공병대대의 태복이… 부업밭에 나간다고 하더니… 독립임무수행에 동원되였던 공병대대의 병사들이 자기네 집결장소로 가는 모양이다.

안동수는 얼굴에 흘러내리는 비물을 손바닥으로 연방 뿌려던지며 그들이 가는쪽을 쳐다보았다.

저 공병대대에는 이제 어떤 전투임무가 떨어질가? 저 동무들은 그 임무를 제대로 수행해낼수 있을가?

또다시 번개가 어둠을 짓태웠다. 병사들이 달려가는 저앞으로 공병대대의 병실이 보인다. 그뒤에는 정찰중대, 그옆에는 통신중대병실이…

다시 눈앞이 캄캄해졌다. 하지만 눈앞에는 그 정찰중대와 통신중대, 또 그 너머 산기슭에 자리잡은 30련대 땅크병들의 얼굴들도 보인다.

그들은 과연 이 전쟁에 어떻게 준비되여있는가?

이 전쟁은 안동수 자기가 군인들을 어떻게 사상적으로 준비시켰는가도 엄격히 판결하게 될것이다. 저절로 어깨가 무거워진다.

김일이며 류경수며 위대한 장군님을 모시고 싸워온 투사들의 정치사업방법을 따라배우느라고 애쓰기는 하였지만 정작 이렇게 전쟁이라는 엄혹한 정황에 부닥치고보니 아직 자기 사업에서 너무 빈틈이 많은것같아 자책감을 금할수가 없다.

안동수가 려단장방에 들어서니 전투복차림을 한 류경수는 전화를 받고있었다. 그의 큼직한, 퍼런 피줄이 툭 튀여나오도록 꽉 틀어쥔 왼손주먹은 작전탁을 꾹 내리누르고있었다.

《예, 예, 알았습니다.》하는 류경수의 침착한 목소리.

이어 문이 벌컥 열리더니 참모장 리영복이 뛰여들어왔다. 군관혁띠를 꽉 조여맨 그의 얼굴도 긴장될대로 긴장된 표정이다.

안동수는 놀란 눈길로 그를 쳐다보았다. 지금껏 그는 야외훈련장에 나가있었던것이다. 한순간 피뜩 떠오르는것이 있어 안동수는 입가에 느슨한 미소를 그렸다. 참모장안해의 해산날자가 가까와왔다는 생각이 들었던것이다.

마침내 류경수가 송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도 의아한 눈길로 참모장을 쳐다보며 《어떻게?》하고 물었다. 리영복은 어줍은 표정을 지으며 《그저 좀…》하고 애매한 소리를 했다. 그러는 참모장을 잠시 여겨보던 류경수의 굵은 목에서 주먹같은것이 꿈틀하고 올라왔다가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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