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8 회)

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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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슴푸레 잠이 들었던 김덕준아바이는 누군가 대문을 주먹으로 두드리다가 왈랑절랑 마구 흔들어대는 소리를 듣고 눈을 떴다. 집을 지키는 검둥이가 짖어대다가 웬일인지 조용해지며 낑낑거리였다.

(밤중에 누가 찾아왔노? 개가 짖다가 반가워하는것을 보면 집식구 같은데?

응? 혜영이가? 세밑이니까 그애가 올수 있어. 양성소를 졸업했던가 설을 쇠러 올수 있지.)

덕준아바이는 급히 솜저고리를 우에 걸치였다.

다시 대문을 흔들어대고 개가 우는 소리를 낸다.

아바이는 방문을 열고 소리쳤다.

《누구요?》

예감했던대로 이러한 대답이 들려왔다.

《아버지, 나예요, 혜영이예요.》

《아무렴 혜영이겠지. 네가 온줄 알았다.

대문을 흔들어대는 꼴이 벌써 달라. 이제 나간다.》

그는 퇴마루에 발을 내밀고 신을 찾았다.

《빨리 나가지 않구 왜 그러구 서서 중얼거리고만 있소?

찬바람 들어와요.》

로친이 일어나 앉아서 하는 질책이다.

《신발을 찾는중이야.》

《신발이야 부엌에 들여다놓지 않았소?》

《참 그랬지.》

덕준아바이는 문을 닫고 부엌으로 내려가 신을 찾아신고 밖으로 나갔다. 먹물을 풀어놓은듯 밖은 캄캄한데 차거운 바람이 윙- 윙- 울었다. 마침 로친이 방안의 전등불을 켜서 그 불빛이 창문으로 쏟아져나오면서 마당이 환해졌다.

그는 매달리는 검둥이의 대가리를 쓰다듬어주며 대문으로 다가갔다.

《잠이 들었댔다. 오래 기다렸니?》

대문밖의 딸에게 묻는다.

《아니, 방금 왔어요.》

《됐다.》

그는 빗장을 벗기였다. 대문이 찌꿍 열리고 까만 솜옷에 흰양털목도리를 두르고 가방을 든 혜영이가 냉큼 들어왔다.

《아버지, 잘 있었나요?》

《잘 있었다. 검둥이가 좋아서 야단하는구나.》

그는 껑충껑충 뛰며 혜영의 어깨에 앞발을 올려놓는 검둥이를 보며 웃었다.

《반년만에 만났으니 무척 반갑겠지. 자, 이젠 그만해라. 그 가방을 내가 들지. 손가락들이 얼지 않았니?》

《괜찮아요. 자, 들어가자요. 어머니는 주무시나요?》

《네가 대문 흔드는 소리에 우린 잠을 깼다.》

그들은 부엌을 통해 방안에 들어갔다.

덕준아바이는 어머니와 딸이 만나는 모양을 지켜보며 희한해하였다. 딸은 떠들며 해들거리고 어머니는 눈물을 씻는다.

(녀자들이란!…)

덕준아바이는 혜영이에게 말했다.

《그만하고 솜옷을 벗어라.》

《집안이 후끈하군요.》

《네가 올줄 알고 불을 많이 땠다.》

《호호…》

《집에 오니 좋은 모양이구나.》

그들이 이야기하는 사이에 로친은 혜영의 양털목도리와 솜옷을 받아걸고 그가 들고온 가방을 한구석으로 날라갔다.

《가방에 뭘 넣었기에 이렇게도 무겁니? 이걸 들고 네가 걸어왔구나? 정거장에서 오는 길이냐?》

어머니가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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