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4 회)

제 1 편

전쟁은 어느때 일어나는가

제 5 장

7

(3)

 

황병태는 술상에 엎드려 엉엉 울었다.

《아, 이젠 끝장이구나. 국부께서두 끝장이구 이 도지사두 끝장이구…》

아버지네 떨거지들도 찔금찔금 눈물을 짜냈다.

결국 생일놀이는 울음판이 되고말았다.

황대걸은 골살을 찌프렸다. 그에게는 아버지가 언제 울었더냐싶게 당장에 벌떡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추게 할 극비소식이 있었지만 이 자리에서는 말을 할수가 없었다.

사실 조선전쟁은 미국에 있어서 더 절박한 문제라고도 할수 있었다.

지금 미국에서는 수천개의 회사들이 련이어 파산되고 거리로 떠도는 완전실업자가 1300만으로 치달아오르고있어 미국의 정치가와 실업계 지도자들모두가 극도의 경제공황공포증에 휩싸여있었다.

이런 때에 남조선에서의 위기가 겹치고 중국에서는 7월에 중공군이 대만을 공격하려 한다는 말까지 떠돌아 조선전쟁을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미국으로서는 더 어려운 처지에 빠질수 있었다.

시급히 비상조치를 취해야 했다.

그들에게는 이미 작성해놓은 《AL-3》이라는 전쟁계획이 있었다. 황대걸이도 관여한 그 전쟁계획은 금년 1월 미륙군장관 로이얄과 맥아더사령부 외교국장 씨볼드가 부분적으로 수정완성하여 트루맨과 애치슨, 죤슨을 비롯한 거두들의 지지를 받았다.

트루맨은 즉시 서울과 도꾜에 덜레스와 국방장관 죤슨, 합창의장 브랫들리를 파견하여 전쟁준비를 최종적으로 검토하였다. 드디여 전쟁날자까지 락착지어졌다.

하지만 아직은 이 모든것이 극비였다. 아무리 아버지가 추태를 부리고 그러다 심장이 터져 이 자리에서 즉살을 한다 해도 말해줄수가 없는것이다.…

《자, 그럼 형님은 수도승처럼 이 자리를 굳건히 고수하시우. 이 주정뱅이 1선용사는… 남아답게… 끅.》

영걸은 딸국질을 해대면서도 또 한잔 술을 마시고는 돌아서서 그 노랑저고리를 붙안고 돌아간다. 장교들, 고관대작의 처첩들, 악단배우들 남녀들이 서로 부둥켜안고 비비꼬며 돌아가는 속으로 뛰여든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음악소리는 더욱 커졌다. 마치도 온 세상이 다 들으라는듯 요란스럽다.

황대걸은 큰숨을 모아 후 하고 내뿜었다.

이 무도회 역시 아버지같은 청맹과니들을, 아니, 이 세상을 속여넘기기 위한 기만극이였다.

미국으로서는 남조선에 대한 무관심성을 공개적으로 표방하고 도발자로서의 정체를 감추자는것이다.

이것은 또한 전쟁의 책임을 저 북조선에 넘겨씌우기 위한 미끼이고 공화국의 경각성을 무디게 하기 위한 수면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처럼 북벌을 고창해온 로버트를 소환했고 6월 11일부터 13일간 계속되여온 준비상계엄령도 오늘로써 해제를 한것이다. 평화를 웨치는듯한 이 무도회만 끝나면…

전전선에서 포사격은 더욱 강화될것이다. 하지만 공산군은 우리가 늘 진행하는 그런 포사격으로 생각할것이다.

황대걸은 식탁에서 몸을 떼며 심호흡을 한번 했다.

이제 전쟁만 시작되면… 뒤에는 미군이 있다.

저 미군이 있기에 북진통일은 기어이 이루어지게 될것이다.

그 북진통일의 밑바닥에는 이 황대걸의 공로도 적지 않게 깔려있다. 비록 위험한 도박이기는 하였지만 로버트의 그 무지한 작전계획을 승산이 없는 작전으로 평가하고 미군으로 하여금 전쟁에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개입하도록 한것은 결국 이 황대걸이 목숨을 걸고 쌓은 공적인것이다. 저 미국무성이나 국방성에도 이 황대걸의 자료가 올라있을것이다.

도박은 아니, 인생의 무지개빛상승길은 이미 시작되였다. 어린시절 아버지가 굽신거렸던 그 새똥만한 별이 아니라 그 별을 단 장관들도 굽신거리는 절대의 군주를 꿈꾸었던 내가 아니였던가.

비록 그 빌어먹을 쏘련놈들때문에 감방에서, 따슈껜뜨에서 6년이라는 아까운 한시절을 덧없이 보내기는 하였지만…

이 전쟁은 바로 이 황대걸이라는 인간을 세상이 알게 해줄것이다.

저 우둔하기 그지없는 채병덕이나 생쥐같은 신성모나 다 늙어빠진 리승만이나… 내가 그것들보다 못한 점은 무엇인가.

누가 그랬던가. 《전쟁은 강자의 월계관이다》고…

그렇지. 아돌프 히틀러였지.

력대로 인간이 유명해진것은 전쟁때문이였다.

케자르, 아더왕, 씨저, 나뽈레옹, 칭기스한…

저 맥아더도 비록 한때는 패전장군으로 쫓겨다니기는 하였지만 어쨌든 전쟁이 아니였다면 저렇게 5성원수로 되지는 못했을것이다.

내 비록 지금은 마이클의 꼭두각시가 되여 어쩔수없이 얼뜨기들이나 쳐다볼 이 광대극의 열성배우로 근기있게 앉아있지만…

앞날을 위해서는, 어린시절의 꿈대로 이 땅의 절대군주로 떠받들리우기 위해서는 그까짓 갈보같은 년을 디딤돌로 섬겨바친들 아까울게 없는것이다.

황대걸은 가슴속에 서려들던 불안을 순간에 씻어낼 심산으로 동생이 부어놓았던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

그 시각 24시간 경계태세에 들어간 38°선 전전선에서는 포사격이 점점 강화되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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