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0 회)

제 1 편

전쟁은 어느때 일어나는가

제 5 장

6

(2)

 

둥근달은 그 좋은 구경거리를 두고 그냥 갈수는 없다는듯 산마루에 걸터앉아 신기한 눈길로 골짜기들을 굽어보고있었다.

낮까지만 해도 신록이 짙어가는 수림속에서 제가 주인이기라도 한듯 뻐꾹- 뻑뻑꾹- 하고 구성진 노래소리로 산속의 정취를 돋구어주던 뻐꾸기들도 무색한듯 어디론가 숨어버렸다.

태고적부터 시작된 노래를 아직도 끊지 않고 목소리를 다듬어온 시내물도 부끄러운듯 이 저녁에는 소리를 낮추었다.

산골짜기마다 무쇠땅크들이 와릉와릉 들어와 자리들을 잡기 바쁘게 땅크문들이 벌컥벌컥 열리며 땅크병들이 뛰쳐나와 천막을 친다, 저녁밥을 짓는다 법석 떠들어대더니 이제는 대대별로 우등불을 피워놓고 오락회들을 벌려놓은것이다.

웃음소리, 노래소리, 북소리, 퉁소소리…

그 희한한 구경을 우리들도 좀 하자는듯 남빛하늘에 별들이 가득 널려 눈들을 반짝이며 내려다본다.

안동수는 류경수려단장과 나란히 지휘부천막에서 나와 발길을 옮기기 시작했다.

하루훈련이 끝난 뒤면 서로 마주앉아 하루사업을 총화하고 새날의 계획을 토론하는것이 일과로 된 그들이였다.

어디선가 찔레꽃향기가 물씬 풍겨왔다. 달빛이 흘러내리는 저앞에 찔레나무덩굴이 바라보였다. 산기슭 여기저기에 찔레나무덩굴이 무덤무덤 자리를 잡고있다.

《오늘 내가 참모장동무를 너무 무시한것같습니다.》

류경수가 자책이 어린 어조로 조용히 말했다.

《그런 정황에서야… 할수가 없었지요. 어찌겠습니까. 당장 훈련명령을 떨궈야 할 때인데…》

류경수는 옆에서 하느적대는 찔레꽃가지를 끄당겨 향기를 맡아보았다.

《교범엔 밝은 동무인데… 창조성이 없는게 탈이거던. …》

안동수는 심호흡을 한번 하며 걸음을 내짚었다.

《제가 잘 돕지 못해 그런것같습니다. 늘 전사들속에 들어간다고는 하면서도 가까이에서 함께 사업하는 참모장동무에 대해선…》

《잘못으로 말하면야 지휘관인 나한테 있지요. 이 부대장의 결심채택을 도와주고 방조주어야 할 참모장인데… 쏘도전쟁경험만 절대시한다면서 속으로는 좋지 않게까지 생각하군 했으니…》

안동수는 우등불이 타오르는 골짜기쪽을 쳐다보며 신중한 어조로 말했다.

《참모장동무가 교범만 절대시하려는것이 결코 실무화되여서 그런것만은 아닌것같습니다. 보다 신중한 문제가 있는것같습니다. 참, 아까 보위성 부총참모장동무가 무슨 말을 했습니까?》

류경수는 시무룩이 웃었다.

《이번 훈련이 너무 모험적이라는거지요. 결과를 보고 문제를 세우겠답니다. 훈련시작부터 석대가 정비장으로 끌려갔으니…》

《석대라는것도 첫 오전훈련에 그렇게 되지 않았습니까. 경험이 없으니 당황해서 그렇게 된건데… 오후엔 훈련이 잘되지 않았습니까.》

《나도 그렇게 말했는데… 부총참모장동문 도리머리를 하더군요. 내가 있는 앞에서 참모장동무에게 로골적으로 비판합디다. 땅크전경험까지 있다는 사람이 이 모양으로 만들었는가고… 참모장은 무얼하는 사람인가고…》

《참모장동무가 마음고생을 하는것같습니다. 려단장동문 냅다 밀지 우에선 도리질하지, 가운데 끼여서…》

《그게 더 안타깝단 말입니다. 왜 우리 나라 실정에 맞게 훈련방식을 완전히 새로 고쳐야 한다는걸 리해하지 못하고있는지…》

《잘 도와주어야지요. 저도 쏘도전쟁에 좀 참가해보았는데 저부터가 노루꼬리만한 현대전의 경험을 가지고 오늘의 현실을 재단해보려는 경향이 자기도 모르게 나타나군 한단 말입니다. 저부터가 이러니 려단의 정치사상사업이 뭐가 잘되고 참모장동무인들 왜 그러지 않겠습니까. 아무래도 정치사상사업에 대하여 다시한번 깊이 돌이켜보아야 할것같습니다.》

《허 이런, 부려단장동무가 너무 심각하게 말하니 어디 말이나 변변히 터놓겠습니까. 덮어놓고 다 자기 잘못이라고만 말하니…》

《그야 려단장동지한테서 배운 반성방법이지요.》

둘은 마주보며 껄껄 웃었다.

바로 이때 찔레나무덤불 저쪽에서 시꺼먼것이 후닥닥 뛰여나왔다. 안동수네를 보지 못한듯 한동안 씩씩거리던 그는 놀랍게도 《쏠쏠미쏠 쏠라도라 쏠쏠…》하고 시창을 외우더니 《아 이게 어째서 그래.》하며 누구에겐가 화를 내는것이였다. 안동수는 영문을 알수가 없었다. 자기가 듣기에도 시창이 정확한것같은데 그것이 어쨌다는건가!

그가 뛰여온 저쪽땅크들이 서있는쪽에서 우등불이 너울너울 피여오르는데 그 주위에 둘러앉은 군인들이 와- 하하하 소리내여 웃고있었다.

《동문 누구요?》

안동수가 다가서며 우정 엄하게 물었다.

그러자 화뜰 놀라며 돌아선 그는 달빛아래 서있는 려단장과 부려단장을 보자 금시에 꼿꼿해졌다.

《옛, 장탄수 쏠창득.》

《쏠창득?》

《아… 아니, 서창득입니다. 헤헤… 이게 시창에 버릇이 돼놔서 나도 모르게 헤헤헤… 부려단장동지, 접니다.》

《핫, 하- 하-》

안동수와 류경수는 전사의 량어깨를 치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혼자서 쏠쏠미쏠 하고있소?》

그러자 서창득은 기분이 없는듯 대번에 볼부은소리를 했다.

《방금까지 오락회장에 있었습니다. 자기네들은 노래를 하면서두 날보구는 시창공부를 한걸 한번 해보라기에… 했더니 아, 몽땅 웃기만 합니다. 체… 자기네들은 도대체 얼마나 잘한다구…》

《창득동무! 창득동무!》

누구인가 저쪽에서 서창득이를 찾으며 걸어왔다.

안동수는 빙긋 웃었다.

《옳소. 내 보기에도 이제는 동무가 시창을 정확히 하는것같은데…

이상하구만.…》

서창득이를 찾아나온 군관은 그의 중대문화부중대장이였다. 그는 서창득이와 함께 서있는 류경수와 안동수를 보자 번쩍 손을 들어 거수경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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