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9 회)

제 1 편

전쟁은 어느때 일어나는가

제 5 장

6

(1)

 

《지금 정세는 점점 더 험악해지고있소.》

류경수는 침착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눈길은 앞에 앉은 지휘관들을 한명한명 일별하고있었다.

《지난 1월 29일에 미제와 남조선괴뢰사이에 체결된 <호상방위원조협정> 이 3월 15일에 미국회에서 승인되였소. 그에 따라 지금 미국으로부터 땅크와 비행기, 대포들이 본격적으로 남조선에 들어오고있는데 6월하순까지 원조물자를 수송완료하게 되여있소. 리승만괴뢰도당은 <무력에 의한 북진통일>을 주장하면서 5월 11일까지 괴뢰군병력을 38도선에 집결완료하고 기자회견까지 가지였소.

더우기 5월 30일 이른바 반대파없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2차 단독선거를 하였지만 새 <국회>에서 반 리승만파가 우세를 차지하고 리승만파는 210석가운데서 겨우 48석밖에 차지하지 못했소. 하여 리승만도당은 남조선인민들은 물론 정계에서마저 고립되여 붕괴의 위기에 놓이게 되였소.

제2차 세계대전후 비대해질대로 비대해진 미제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경제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출로를 모색하게 되였소. 그 출로란 미제도 그렇고 남조선괴뢰들도 그렇고 오직 전쟁밖에 없소. 조선전쟁을 일으키는 길밖에 다른 길은 없소. 전쟁은 이미 기정사실로 되였소.》
전쟁…

그 말은 순간에 쩡- 하고 장내를 얼구어놓았다. 다치면 터질것만 같이 팽팽히 긴장된 침묵이 계속되였다.

류경수는 지휘관들을 쭉 둘러보고나서 다시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우리 려단의 싸움준비상태는 어떤가. 장군님의 신임과 기대에 따라서는가.》

류경수는 잠시 말을 끊고 어딘가 한점을 응시하다가 완강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난 아직 장담을 할수가 없소. 어떻소 30련대!》

키가 훤칠한 30련대 련대장이 엉거주춤 일어났다.

《장군님의 믿음에 비추어보면…아직 멀다고 생각합니다.》

《35련대?》

몸이 뚱뚱한 35련대 련대장이 벌떡 일어났다. 그러나 일어나던 기세와는 반대로 목소리는 주눅이 든듯 힘이 없었다.

《저희들도 역시…》

《앉소. 훈련을 더욱 강화해야겠소. 난 이번 야외기동훈련에서 기본을 경사지 극복훈련완성에 두자는거요. 참모장동무, 지도를 가져오시오.》

리영복이 지도를 가져다 직관도걸개에 걸었다. 류경수는 지시봉을 들고 작전지도앞에 다가섰다.

《난 훈련로정을 원래 예견했던 이 서해지구가 아니라 산악지대인 동쪽으로 정하자는거요. 이 마식령계선까지…》

지휘관들은 긴장해서 눈을 크게 뜨고 려단장이 지시봉으로 가리키는 로정을 지켜보았다.

리영복이 심각한 눈길로 쳐다보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예견했던대로 로정을 바꾸지 않으면서도 경사지극복훈련을 할수 있지 않습니까?》

류경수의 결심을 안후부터 줄곧 그 생각만 해온듯 조심스러운 어조였다. 류경수는 이제 와서 동요하는 참모장이 민망스럽기 그지없었다.

경사지극복훈련을 하더라도 파악이 있는 지형을 택해서 될수록 실수를 줄이려는 참모장의 의도가 대번에 느껴졌다.

류경수는 그루박듯 짤막히 말했다.

《훈련은 실전을 예견해서 해야 합니다. 》

류경수는 지휘관들을 둘러보았다.

《훈련은 생소한 산악지대로 해야 진짜 실전처럼 할수 있습니다. 동무들은 전쟁이 현실로 눈앞에 다가왔다는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적들은 만단의 준비가 다 되여있습니다. 그렇다면 전쟁은 언제 일어나는가? 첫째는 적들이 우리가 아직 전쟁에 대처할 준비가 되여있지 않다는것을 아는 그 순간이고… 둘째는… 우리가 조금이라도 해이된 그 순간이요. 그 순간에 우리를 일격에 덮칠것이요. 우리 이것을 순간도 잊지 맙시다.》
류경수를 쳐다보는 리영복의 얼굴은 비구름이 밀려드는듯 점점 어두워지고있었다.

 

종합훈련이 시작되였다.

안동수는 자기의 지휘땅크인 101호를 타고 30련대와 함께 훈련장으로 향했다.

부상당했던 어깨가 못견디게 쑤셔오고 열이 나서 온몸이 불덩어리처럼 되였지만 경사지극복훈련과 습지대극복훈련, 땅크포사격이 기본인 종합훈련에 문화부려단장이 빠질수는 없는것이다.

푸르러가는 논벌 한가운데를 쭉 째며 뻗어간 길을 따라 강철포신을 추켜든 땅크들이 종대를 지어 와릉와릉 지축을 울리며 질주했다. 뽀얀 먼지구름과 시꺼먼 배기가스들이 뒤엉켜 뭉게구름처럼 길우로 피여오른다. 논판마다에서 모를 내던 농민들이 허리를 펴고 손을 저으며 바래준다. 이제는 모내기가 마감단계에 들어선듯 들판마다 푸른 옷을 떨쳐입었다.

안동수는 흐뭇한 눈길로 농민들을 쳐다보았다. 불쑥 며칠전에 함흥의 치마리로 찾아가던 일이 떠올랐다. 정말 리금실에겐 과연 어떤 사연이 있을가.

서용숙이는… 그의 어머니는… 그리고 전기련이는…

갑자기 몸이 왈칵 들추는 바람에 안동수는 사색에서 깨여났다.

땅크는 어느새 산골짜기에 들어서고있었다. 본격적인 산지훈련이 시작된것이다.

참모장이 우려하는 산악이 앞에 펼쳐졌다. 곰처럼 웅크리고앉은 바위돌들, 계곡을 따라 흘러내리는 산골짝물, 뒤엉킨 잡관목덤불들, 칡, 머루, 다래넝쿨들… 노루 한마리가 지진이 일어난듯 드릉드릉 산판이 울리니 혼비백산해서 저쪽산등성이를 향하여 정신없이 껑충껑충 달아난다. 땅크들은 바로 그 노루가 달아나는 등성이를 향해 돌진해올라간다. 잡풀들이 한창 푸르러가는 땅거죽을 물어뜯으며 맹렬히 톺아오르는데 뜻밖에도 앞에 나리꽃 한송이가 나타났다. 불색꽃잎을 연필밥처럼 발랑 뒤집은 산나리는 어서 오라고 반겨웃는듯싶다. 자기에게 어떤 위험이 들이닥치는지도 모르고…

땅크는 놀랍게도 나리꽃을 비껴 에돌아갔다. 안동수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산나리는 땅크배기관으로 내뿜는 열풍에 놀란듯 뒤로 한껏 꽃대를 젖혔다가 앞으로 허리를 굽히는것이 마치 고맙다고 인사하며 바래주는듯싶다.

안동수는 자기 101호땅크운전수의 여유있는 행동에 마음의 긴장이 풀리는것을 느꼈다.

참모장은 산지훈련의 위험성과 불합리성을 내들며 그처럼 불안해하였지만… 우리 전사들은 과연 어떠한가.

《참모장동무, 우리 동무들이 얼마나 장합니까. 우린 필요하다면 그 무엇이든 다해내야 합니다.

날벼랑이 막아서면 포를 쏘든 폭파를 하든 어떻게 해서나 뚫고나가야 한단말입니다. 땅크야 필요한 곳에 가야지 필요치도 않은 곳에 가선 무얼하겠습니까. 필요한 곳에 쓰자고 장군님께서 그토록 귀중한 자금을 내여 우리 부대를 꾸려주신것이 아니겠습니까. 믿읍시다. 우리 전사들은 기어이 해내고야말것입니다.》

갑자기 땅크가 용을 쓰기 시작했다.

급경사를 톺아오르기 시작한것이다.

안동수는 뒤를 돌아보았다.

골안을 따라 와르릉와르릉 시꺼먼 배기가스를 내뿜으며 땅크들이 줄지어 따라오르고있다.

6월의 뙤약볕으로 달아오른 대지에 먼지구름이 뽀얗게 피여오른다.

온 골짜기에 진한 배기가스와 먼지가 연막처럼 덮이고 발밑은 지진이라도 인듯 드릉드릉 흔들린다.

《312호, 313호, 314호…》

안동수는 송화기로 뒤따르는 땅크들의 기관상태들을 알아보았다. 기관상태도 그렇지만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이 산악극복훈련에 림하는 운전수들의 심리상태를 알자는것이였다.

《312호 기관정상이다.》

《313호… 정상 …》

《314호도 정상이다.》

모두들 자신만만한 목소리들이다.

《327호는 어떤가?》

327호는 한계천의 교육용땅크였다. 발동기수명이 다 되였지만 어떻게나 알뜰히 다루었는지 아직도 끄떡없다.

《327호 기관정상이다.》

한계천의 목소리를 들은 안동수는 빙긋 웃었다.

《327호, 나하고 한 약속이 생각나는가?》

《잊지 않고있다. 꼭 약속을 지키겠다.》

안동수는 큰숨을 몰아쉬였다. 이 순간 어깨의 동통도 한결 덜어지는듯싶다. 그는 힘을 주어 쩌렁쩌렁 웨쳤다.

《동무들, 지금도 저 남쪽땅에서는 미제와 리승만역도가 우리 나라를 삼켜보려고 피를 물고 날뛰고있다.

또다시 우리를 노예로 만들려 발악하고있다.

원쑤놈들을 짓뭉개는 심정으로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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