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6 회)

제 1 편

전쟁은 어느때 일어나는가

제 5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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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혹시 그 총각이 문화부려단장에게 중매를 서달라고 우직하게 부탁한건 아닐가.

로복실은 기가 막혔다.

(아- 이거 안되겠구나. 빨리 무슨 마련을 봐야지 안되겠어. 안돼. 우리 금실이를 절대로 떼울순 없어. 부려단장동지에겐 좀 미안하긴 하지만 …

안돼. 이 앤 내 조카며느리야. 내 손에서 절대 못 벗어나.)

그날밤 저녁을 치르고 설겆이까지 끝내자 금실이와 나란히 누운 로복실은 컴컴한 천정을 올려다보며 조카자랑을 한바탕 했다. 인물 잘 나고 일 잘하고 마음씨 곱고… 그러면서도 마을일을 빈틈없이 해나간다. 총각이 리인민위원회 위원장까지 한다는게 어디 쉬운 일인가. 아버지, 어머니도 얼마나 무던한지 모른다. 그 집에만 들어가면 귀동녀처럼 떠받들릴것이다.

《아이참, 아주머니… 그런 말은 저에게 하지 마세요. 난 싫어요.》

《싫다니… 그럼 너 보아둔 총각이 있는게 아니냐. 새벽에 문화부려단장동지가 말하던 그 전기련이란 총각이 혹시…》

《야, 정말… 그런 말을 하지 말자는데두요.》

금실이 성을 내듯 하며 돌아눕자 로복실은 억이 막혔다.

《섭섭하다. 섭섭해. 지금껏 함께 자구 함께 먹구 함께 일해오면서 넌 아직도 나에게 속을 주지 않는구나.》

《언니!》

로복실이 노여워하는 소리에 마침내 금실이 다시 돌아누우며 젖은 소리로 불렀다. 그러나 이번에는 로복실이 획 돌아누웠다.

《듣기 싫다. 언니가 다 뭐냐. 언니가… 녀자가 너무 그러면 못써. 너무 코대를 높여두 안돼.》

《언니!》

리금실이 갑자기 이불을 들치더니 로복실의 가슴에 콱 안겨들며 울음을 터뜨렸다.

《언니, 그러지 말아요. 제발 빌어요. 난 언니가 좋아요. 난 언니가 제일 좋아요.》

로복실은 가슴이 쩡- 하며 저려들었다. 지금까지 생활해오면서 처음으로 듣는 금실의 울음소리였다. 금실의 이런 목메인 부르짖음도 듣다 처음이였다.

《제발 빌어요. 다른 말은 말자요. 난 언니가 제일 좋아요.》

하지만 로복실은 그의 손을 뿌리쳤다.

《듣기 싫다. 듣기 싫어. 난 그 말이 믿어지지 않아.》

《언니!》

금실은 몸을 흠칠했다. 애처로운 애절한 눈길로 로복실을 쳐다보다가 몸부림을 쳤다.

《언니, 제발 그러지 말아요. 나에겐 언니밖에 없어요. 언니까지 이러면 난 어떻게 살아요. 언니!》

그의 가슴을 에이는듯한 소리에 로복실은 더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그의 어깨를 잡아흔들며 안타까이 따지고들었다.

《그럼 말해봐라. 어떻게 하겠니. 총각들이 널 진정으로 사랑하는데 …》

금실은 《그만해요.》하며 황급히 손을 들어 로복실의 입을 막았다.

《안돼요, 안돼요. 난… 그런 사랑을 받을 자격이 못돼요. 난, 난 누가 날 사랑할가봐 겁이 나요.》

《뭐?》

로복실은 흠칫 손을 멈추었다. 멍청히 그를 쳐다보았다. 머리가 뗑해졌다. 세상에 이런 녀자도 있는가. 목소리가 금선처럼 떨렸다.

《그건… 무슨 말이냐. 사랑할가봐… 겁나다니. 사랑받을만한 녀자가… 못되다니…》

로복실은 더 말을 이을수가 없었다. 금실의 그 고운 량볼로 진한 눈물이 좔좔 흘러내렸다.

《됐어요. 더 묻지 마세요. 그럼 난 죽을테야. 아, 다들 날 왜 이렇게 못살게 굴어요. 엄마, 난 어쩌면 좋아요.》

금실은 몸부림을 치며 로복실의 가슴을 쾅쾅 두드렸다.

로복실은 온몸이 와들와들 떨렸다.

《금실아, 너 왜 이러니. 응… 내 더 말 안할게… 응?…》

《엄마야, 엄마-》

금실은 어머니를 찾으며 목놓아울었다.

로복실은 멍하니 금실을 쳐다보았다.

(이애가 왜 이러는가, 왜?)

로복실은 와락 금실을 부둥켜안았다.

《됐다. 됐어. 더 말하지 말자… 진정해라. 응?… 내 네 속마음을 너무도 몰랐구나. 알겠다… 이젠 더 말하지 말자… 자, 어서 울음을 그치란데…》

금실은 오래도록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그것은 로복실이가 금실이와 함께 생활하면서 처음으로 본 눈물이고 처음 들은 울음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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