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5 회)

제 1 편

전쟁은 어느때 일어나는가

제 5 장

4

(2)

 

로복실에게는 처음엔 그가 눈에 차지 않았었다.

하지만 사흘도 못되여 로복실은 아예 그에게 반하고말았다.

로복실은 조카이야기를 어떻게 꺼낼가 궁리해보았다. 무조건 우리 조카와 붙여주어야겠는데…

조카는 아예 샌님이였다. 처녀만 마주서면 제먼저 얼굴을 붉힌다는 위인이다. 그래가지고도 어떻게 리인민위원장까지 하는지… 목소리가 걸걸하고 키도 훤칠한게 남자답게 생겼어도 실은 제가 기른 토끼도 끔찍해서 잡지 못한다고 한다.

그런 조카에게 금실이같이 못하는 일이 없는 처녀를 붙여주면… 얼마나 좋겠는가.

로복실은 침을 꼴깍 삼켰다. 부지깽이를 꼭 쥐였다.

이제부터 지휘부식당취사장에 기웃거리는 총각녀석들은 부지깽이를 들고 따라가며 쫓아버릴테다.

《이녀석들, 금실이는 이젠 내 조카며느릴세…》 하면서… 한데 진짜 문화부려단장동지가 오면?…

《아하- 이거 취사장에서 좋은 냄새가 난다.》

우렁우렁한 목소리에 얼른 고개를 돌리니 문화부려단장이 취사장문을 열고 들어서고있었다.

범이 제소리를 하면 온다더니…

로복실은 허거픈 미소를 지으며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섰다. 금실은 벌써 일어나 나부시 고개를 숙이고있었다.

안동수는 《아, 어서 앉아 일들을 하시오.》하며 급히 손을 내흔들었다.

로복실과 리금실은 미소를 머금으며 자리에 앉아 하던 일을 계속했다.

자주 취사장에 들리는 안동수여서 이제는 그에 습관된 복실이와 금실이였다.

안동수는 그저 인사나 하자고 취사장에 오군 하는것이 아니다. 식사질때문에 오는것이다.

군인들의 식사질을 놓고 왼심을 많이 쓰는 그는 요구성이 이만저만 아니다. 조국을 지키기 위해 정든 집을 떠나 초소로 달려온 귀중한 사람들인데 찬 한가지라도 더 맛있게 만들어 대접해야 한다는것이다.

《오늘은 순두부를 앗는다지. 식사계획을 보니 그렇게 되여있더구만… 그래서 이렇게 나왔소. 순두부 앗는법을 배울려구…》

로복실은 안도의 숨을 내쉬였다. 금실이가 혼자서라도 콩망질을 다해놓지 않았더라면 어쩔번 했는가. 부려단장은 콩망질을 함께 하자고 마주앉았을것이다. 그러면 우리 얼굴은 뭐가 되겠는가…

《가만, 난 무엇을 한다?》

안동수가 두팔을 허리에 짚고 취사장안을 둘러보자 어느새 금실이가 의자를 가져다놓았다.

《여기 앉아만 계십시오.》

안동수는 껄껄 웃었다.

《의자에만 앉아있을바엔 내 뭣하러 여기 나왔겠소. 싱겁기만하지… 자 복실아주머니, 어서 일감을 주오.》

로복실은 마침 떠오르는것이 있어 씽하고 일어나 취사장구석바닥에 있던 파단을 가져다 앞에 놓아주었다.

《그럼 이 파나 가려주십시오.》

《허허허, 재간이 없으니 이런거나 해야지. 자, 그럼 가르쳐주오. 순두부를 어떻게 앗는지. … 누가 말하겠소. 아주머니요, 금실동무요?》

안동수가 파 한대를 들어 꺼밋한 겉잎을 벗기며 물었다.

복실이 돌아보니 금실은 눈을 내리깐채 여전히 콩물만 짜낸다. 암만해야 말을 할것 같지 않아 복실은 할수없이 장작가치를 아궁에 밀어넣고 손들어 가리켰다.

《저 금실의 옆에 있는 버치는 콩망질을 한것입니다. 그걸 베자루에 넣고 짜는데 금실이가 지금 하는겁니다. 저렇게 옆에 허옇게 덩이진게 콩물을 짜고나온 찌끼입니다. 비지라고도 하는데 저건 영양가가 얼마 없기때문에 집짐승먹이로 씁니다. 저렇게 짜낸 콩물을 가마에 넣고 끓이다가 다 익은 다음에 그릇에 풉니다. 그다음 콩물을 서서히 식히면서 서슬을 둡니다. 서슬은 콩물을 주걱으로 슬슬 저으면서… 그건 이제 보시면 됩니다.》

《음- 그렇게 만드는구만. 난 순두부도 조국에 나와서야 먹어보았소. 허허허. 그런데 순두부라는게 별게 아니구만. 중대들에서도 만들어 먹을수 있겠소.》

《할수 있습니다.》

《좋소. 또 한가지 배웠으니 이젠 중대에 나가서 강의를 할수도 있소. 전사들이 내가 쏘련에서 나왔다구 저만 센체 하다가야 나한테 코를 떼울수 있지. 허허허.》

안동수는 늘 그랬다. 취사장에 자꾸 들려 조선음식만드는법을 알기 위해 애썼고 구분대들에 나가면 전사들에게 한가지라도 맛있게 해먹이기 위해 군관들을 달구어대군 하는것이다.

《그런데 금실동문 언제봐야 너무 말이 없거던. 이번엔 금실동무가 말해보오. 양념장은 어떻게 만들어야 맛이 있소? 난 금실동무가 만든 양념장이 제일 좋던데… 한번 비결을 말해보오.》

금실은 손등으로 이마의 땀을 훔치며 새무룩이 웃었다.

《아이참, 다 아시면서두…》

《어허… 이것봐라… 복실아주머니… 들었소? 이제보니 금실동무가 형편없는 리기주의자이구만… 양념장만드는 비결을 자기 혼자만 알고있겠다는거요. 허허허. 그러다 금실동무가 훌쩍 시집가면 난 어쩐다. 부려단장이란게 위신없이 동냥종발을 들고 금실동무네 집에 가서 양념장을 꿔올수도 없구… 어떻소. 복실아주머니… 그땐 복실아주머니가 가서 꿔와야 해. 우리 문화부려단장의 까다로운 식성에 맞는 양념장 한숟가락만 주시우 하구…》

안동수가 비럭질을 하는 로복실의 흉내를 내자 복실은 죽겠노라 웃어댔다. 금실은 그저 새침하게 웃었을뿐이였다.

《참 금실동무, 30련대 전기련이라구 모르오? 북청내기 말이요.》

《예?》

금실이가 고개를 획 돌렸다. 로복실이도 웃음을 뚝 그치고 안동수와 금실을 갈마보았다.

금실이가 놀란듯 물끄러미 부려단장을 쳐다보다가 당황한듯 눈을 내리깔았다.

《아닙니다. 난 전혀…》

《그런데 왜 그렇게 놀라오?》

《아이참, 너무 왕청같은 이름을 부르시니깐…》

안동수는 슬며시 금실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약간 기웃했다.

로복실은 상상도 못했던 불안이 슬그머니 가슴속으로 스며드는것을 막아낼수가 없었다.

(전기련이라니… 그 총각이 혹시 우리 금실이를 채가려는게 아니야? 저렇게 부려단장의 관심속에 있는걸 보면 보통총각이 아닌것 같다.… 금실이도 별로 놀라는걸보니 뭔가 눈치가 다르고…)

 금실의 그 반응이야말로 복실이로서는 상상도 못했던것이였다. 그 누구의 말이건 새침해서 도리머리질만 하던 금실이가 아니였던가.

문화부려단장이 총각이야기를 금실이에게 직접 꺼내는것도 상상못했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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