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3 회)

제 1 편

전쟁은 어느때 일어나는가

제 5 장

3

(2)

 

전기련은 그림을 그리는것이 얼마나 품이 많이 들고 섬세한 작업이 요구되는지 웬만큼은 알고있었다. 선 하나, 점 하나 긋고 찍는데도 실물을 보고 또 보며 하나하나 그려가는데 웬만큼 깐깐하지 않고서는 좀처럼 제대로 종이에 옮겨놓을수 없는것이다.

《왜 그렇게 풀이 죽었소?》

전기련은 어물어물했다.

《내 성미에… 그림만은…》

문화부려단장은 빙그레 웃었다.

《급한 성미이기때문에 그런 과업을 주는거요. 수놓이과업을 주려다가 너무한것같아 한걸음 양보한게 그거요. 기관부분을 그리면서 구조작용원리두 깊이 연구해보구… 그러면 덤비는 성미도 좀 고칠수 있구 기관부분에 대한 파악도 깊이 할수 있구. 어떻소, 하겠소?》

전기련은 갑자기 코안이 매워났다. 문화부려단장이 이 전기련을 위해 얼마나 생각을 많이 했으면 그러랴…

고마왔다.

전기련은 더운 침을 꿀꺽 삼켰다.

《알았습니다. 제 꼭 그림을 그리겠습니다.》

《좋아. 내 학습장을 한권 주고갈테니 거기에 그리라구. 한장도 막 찢어내서는 안되오. 내가 매장마다 페지번호를 매겨놓았으니깐… 그 학습장에 그림을 다 채운 다음에 내 검열해보겠소.》

《알았습니다.》

당장이라도 그림그리기를 시작하고싶었다. 하지만 화목장에서는 어찌할수가 없었다. 문화부려단장이 주고간 학습장을 정히 다루고싶었다. 화목장에서 돌아온 기련은 그림을 잘 그리는 동무들을 찾아가 그리는 방법부터 초보적으로 배운 다음에야 부려단장이 준 학습장에 연필을 대기 시작했다. 어떤 때는 속이 달고 코등에 땀이 빠질빠질 나도록 인내성을 발휘해도 제대로 되지 않아 지우개신세를 몇번이나 져야 했다. 활 밀어던지고 밖으로 달려나가 찬바람을 맞으며 와- 하는 함성높이 내닫고싶은 때도 있었지만 참고참았다.

어느날 저녁 침실에 들어왔던 후방참모는 전기련이가 그린 그림을 보고 대뜸에 눈이 커다래졌다.

《아니, 기련동무가 이런 재간도 있었는가. 정말 굉장한 인내성을 발휘했구만.》

기련은 어줍게 웃었다. 조심스레 기대를 담아 물었다.

《이게… 좀 제대로 된것같습니까?》

후방참모는 혀를 내둘렀다.

《왜? 이게 어떻다구 그래. 내 보기엔 그만하면…》

《문화부려단장동지가 보셔두 합격줄것같습니까?》

《뭐, 문화부려단장?》

후방참모는 눈을 뜨부럭거리다가 어색하게 웃었다.

《글쎄… 그분의 눈으로 보면야 좀…》

전기련은 락심했다.

《야단인데… 이걸 잘 그려야 중대에 다시 갈수 있겠는데…》

전기련은 다시 그림에 달라붙었다. 자기를 생각해주는 문화부려단장의 진정을 생각하면 아무리 속이 끓어도 그만둘수가 없었다. 보름후 문화부려단장이 전기련을 중대로 다시 돌려보낼데 대한 참모부의 지시까지 가지고왔을 때 기련은 조마조마한 마음을 안고 학습장을 보여주었다.

세심한 눈길로 한장한장 번져보던 문화부려단장은 절반도 채 그리지 못한 학습장을 탁 소리가 나게 접었다.

《아직 약해. 그림공부를 중대에 가서도 계속해야겠소. 이 학습장을 꽉 채울 때까지… 그리고 앞으로는 더 잘 그려야겠소. 대충대충 설치는 요소들이 보이거던. 심혈을 기울여야 해. 알겠소?》

《알았습니다.》

그날로 기련은 중대에 돌아왔다.

문화부려단장은 헤여질 때 이렇게 말했다.

《기련이, 우리 항상 자기가 누구인가를 잊지 말자구. 장군님의 전사라는걸 말이요. 구실을 못하면 안돼.》 …

(그래, 구실을 해야지, 나야 땅크운전수가 아닌가.)

전기련은 또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섬주섬 군복을 입고 건국실로 나갔다.

문화부려단장이 준 학습장을 꺼내놓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자기도 모르게 생각은 다시 서용숙에게로 번져갔다.

(문화부려단장동지가 그 금실이란 처녀에 대하여 알아보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되였을가. 참, 내가 무슨 생각을. 그분이 얼마나 바쁘겠다구…)

요즈음 병사들속에서는 문화부려단장에 대하여 이러저러한 소문이 많이 돌고있었다.

어느 중대에서는 땅크포사격을 하였는데 대대장이 사격에서 우를 맞은 땅크포장을 찾아 감사를 주려고 보니 문화부려단장과 함께 있더라는것, 누구네 땅크는 고단장거리운전훈련도중 고장이 났는데 문화부려단장이 함께 밤을 새우며 수리했다는것, 누구네 대대가 휴식할 때에는 즉흥시를 읊었는데 코마루가 다 시큰하더라는것, 누구네 련대후방부를 돌아보다가 아무도 없는데 돼지가 새끼를 낳는것을 보고 할수없이 돼지우리에 뛰여들었는데 그 새끼돼지를 받아내느라 밤을 새우다보니 군복이 말이 아니였다는것, 누구네 대대에서는 사업을 해서 문화부려단장을 청해다가 합창지도를 받았는데 틀림없이 그 대대가 1등을 하리라는것, 문화부려단장도 사람인데 자기가 지도해준 대대합창에 1등을 줄건 뻔하다는것 아니, 문화부려단장은 그런 낯보기를 안할거라는것, 모터찌클련대에 가서는 모터찌클을 배우다가 넘어져 큰일날번 했다는것, 마침 련대군의소 준의처녀가 보고 상하지 않았는가 걱정스러워 달려가는데 창피하다면서 꽁무니를 냅다 빼더라는것…

좋은 소리, 나쁜 소리 다 들려왔다. 그 많고많은 소문들밑에 일관하게 관통하고있는것은 문화부려단장이 늘 병사들속에 들어가 생활한다는것이였다.

전기련은 문화부려단장이 시를 멋있게 읊는다거나 기타를 잘 탄다든가 무엇을 어떻게 잘한다는 말보다도 모터찌클을 배우다가 넘어졌다는것과 같이 무슨 실수를 했다거나 누구보기 창피해서 도망쳤다거나 밥을 설구었다거나 하는 말들이 더 듣고싶고 그에 대한 친근감을 더해주는것을 어찌할수가 없었다.

하지만 한가지 명백한것은 문화부려단장이 이 전기련이 한사람과만 친하지 않는다는 그 사실이였다. 려단의 숱한 사람과 매일 만나고 매일 사업을 하는데 언제인가 한번 들은 리금실이 문제를 그렇게 새겨두고있겠는가.

전기련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고는 땅크 기관내부를 눈앞에 그려보며 열심히 속사를 해나갔다.

그것이 앞으로 결정적인 시기에 어떤 기적을 낳게 하리라고는 이 시각 그는 상상도 할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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