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7 회)

제 2 장

26

(1)

 

실습을 끝낸 전문학교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왔다. 그들에게 하루의 휴식이 차례졌는데 평양과 그 근교에 집이 있는 학생들은 집으로 갔다. 미순이는 평양에 사는 이모네 집에 가서 휴식의 하루를 보내려고 기숙사를 나섰다.

《미순동무, 봄외투를 보내준 친척집에 가니?》

집이 멀어 기숙사에서 휴식하는 녀동무가 미순이를 부러워하며 물었다.

미순이는 적당히 그렇다는 뜻의 고개짓을 했다.

미순이는 봄에 농업상이 보내준 화장품과 하늘색봄외투를 반갑게 받았다. 그는 자기를 전문학교에 추천해준 농업상이 그런 귀한것들까지 보내여주니 황송하고 미안해서 어쩔줄 몰라했지만 거절할 마음은 없었다.

미순이가 미안해서 주저하는데 상의 운전사 종팔이는 벌써 처녀의 마음을 꿰뚫어보고 벙글거리였다. 처녀가 거절하면 적지 않게 애를 먹어야 했는데 그런 수고를 할 필요가 없게 되였다.

《야, 이걸 어쩌나.》

미순이가 얼굴을 붉히며 하는 말이였다.

《어쩌면 좋을가.》

《상동지의 성의입니다.》

종팔이가 정중하게 사실상 필요없는 말을 했다.

《고맙게 받았다고 인사를 전해주십시오.》

《예, 인사를 전하겠습니다. 그럼 저는 가보겠습니다. 그리구…

이건 내가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건데 외투가 작거나 크면 농업성의 운수과에 전화를 걸어 저를 찾아주십시오. 제 이름은… 좀 별난데 유종팔이라고 합니다.》

종팔이는 처녀와 이야기를 더 하고싶어 가보겠다고 해놓고도 이처럼 실없는 말을 계속 꺼냈다.

미순이는 손으로 입을 가리우고 웃었다.

《자,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종팔이가 간 다음 상에게서 받은것들을 들고 기숙사호실에 들어간 미순이는 포장을 뜯었다. 동무들과 함께 그것들을 구경했다.

그리고 화장품은 나누어가졌다. 봄외투는 그 자리에서 입어보았다. 꼭 맞았다. 유종팔이한테 전화를 할 필요가 없었다.

처녀들은 선물을 준 사람이 누군가고 물었다. 미순이를 전문학교에 추천해준 사람이 농업상이라는것을 알고있는 처녀들은 혹시 상이 보내지 않았는가 하며 부러워했다.

미순이는 이모가 보내준것이라고 둘러댔다. 이모도 이모부도 다 마음들이 고왔다. 겨울방학에 원화리에 가려고 이모한테 들렸을 때 추운데 백리나 되는데를 오고가며 고생할것 있느냐, 여기서 자기네 딸과 같이 지내며 손풍금도 익히라고 붙잡았다. 이 집에 올적마다 손풍금을 만져보군 했던 미순이는 이번 방학에 손풍금연주를 떼려고 마음먹고 주저앉았다. 그래서 원화리에 가지 못했다.

미순이가 하루 휴식하려고 학교 기숙사를 떠나 이모네 집을 찾아가자 모두들 반갑게 맞이했다. 목욕을 하고나서 한잠 푹 자고나니 저녁때가 되였다.

기계공업성에서 과장을 하는 이모부가 퇴근해오자 푸짐한 저녁상이 차려지고 즐겁게 웃고 떠들면서 수저들을 들었다. 이모부는 언행을 심중하게 하는것같지만 그속에는 늘 웃음이 섞여있는 사람이였다. 그는 식사중에 이렇게 말했다.

《오늘 오전에 김만금동무를 만났소.》

김만금은 그와 가까운 친구였다.

《농기계생산문제를 토의하고 헤여지려는데 김만금동무가 자기 방에 가서 차나 좀 마시자고 하더군. 그가 나에 비하면 굉장히 높은 사람이지만 차를 마시자고 하는데 마다할 리유가 있는가. 그래 가서 차를 마시며 이것저것 얘기를 하다가 미순이가 농업상의 추천을 받아 농업전문학교에 입학한 사연을 말했지.

〈박미순이가 내 처와 친척간이 되는데 만금동무도 모른다고 하지 마오.〉했더니 그가 웃으며 〈내가 어데 그런데까지 눈돌릴 틈이 있나? 농업상이 원화리에 갔다가 처녀가 똑똑해보이니까 농업전문학교에 추천했을테니까 그 사람이 관심을 돌리겠지. 농업상이 통이 큰 사람이요.〉하더군. 〈그래두 관심을 가지오. 졸업할 때 좋은데 배치해달란말이요.〉 내가 이렇게 내놓고 말했더니 〈알겠소, 그 얘긴 그만하기오.〉하더구만.》

이모부는 미순이를 바라보며 사람좋은 웃음을 짓는데 내가 너를 위해 좋은 일을 하나 했지 하는 뜻이 담겨있었다.

미순이는 얼굴이 새빨개졌다.

《이모부.》하고 처녀가 부탁했다.

《무엇때문에 그런 부탁을 그처럼 큰 간부동지한테 해요? 그건 불필요하고 잘못됐어요.

저는 지금 농업상동지가 저를 관심해주시는것만 해도 어안이 벙벙해져서 몸둘바를 모르겠는데, 대체 이 자그마한 농민처녀가 뭐길래 그래요.》

그러면서도 미순은 속으로 고맙게 생각했다. 이모부나 이모도 미순이의 그 속마음을 알고있는듯 했다.

《좌우간 그렇게 알고있어라.》하고 이모부는 말했다.

미순이는 잠자코 있었다.

 

×

 

피로가 좀 풀리자 녀학생들은 시내로 갔다. 그들은 청년야외공원과 대동강유보도에서 군중무용을 하려고 떼를 지어 나갔다.

녀학생들은 이즈음 밤이면 그곳에서 쌍쌍이 짝을 지어 큰 원을 그리며 춤을 추는 군중무용에 이따금씩 참가했다.

평양교외의 학교에서 도시중심부의 대동강유보도까지는 멀었지만 하루속히 촌티를 벗고 도시생활에 익숙해지려고 미순이는 짬만 있으면 그곳으로 춤추러 다녔다.

강물은 검게 번들거리며 유유히 흐르고있었다. 물면에 대안의 가로등빛이 내려앉아 흔들거렸다. 강뚝에는 잡관목이 어둠속에 잠겨있었다. 훈훈한 여름밤의 강바람이 불어온다.

국립교향악단의 소편대가 불어대는 나팔소리, 쿵쿵 가슴을 울리는 북소리, 빙빙 돌아가며 춤추는 청년들의 정열에 넘친 흥분한 얼굴들, 손벽치는 소리… 유보도의 밤은 아름답고 경쾌하였다.

문득 유보도의 아래쪽에서 녀성들이 부르는 힘찬 노래소리가 나팔소리, 북소리를 뚫고 들려왔다.

미순이는 붉은 머리수건을 쓴 녀성로동자들의 대오가 유보도의 팔각등밑으로 행진해오는것을 보았다.

《야, 방직공장 처녀들 같애.》

《제사공장 처녀들이 아닐가?》

미순이와 그의 동무는 그쪽을 가리키며 소곤거리였다. 어느 공장이든 처녀들이 교대를 마치고 집단적으로 군중무용을 하려고 오는것이였다. 로동자처녀들은 곧 저희들끼리 원을 짓고 둘씩 짝을 지어 국립교향악단 소편대의 무도곡에 맞추어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이채로워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리였다.

《평양제사공장이야.》 미순이의 동무가 낮게 소리쳤다.

《그래, 그럼 그 유명한 천리마작업반장 길확실이도 왔을가?》

《글쎄.》

《한번 봤으면!》

길확실작업반장을 모르는 사람들이 없었다. 자기네 작업반을 천리마작업반으로 만들고 제일 락후한 작업반에 자진하여 내려가 인간개조와 생산로력투쟁에서 빛나는 모범을 창조하여 그 작업반도 천리마작업반을 쟁취하였다. 길확실은 수령님을 만나뵙고 치하의 교시를 받았으며 전국천리마작업반운동선구자대회에도 참가하였다.

미순이는 길확실이를 원형으로 한 연극 《우리는 행복해요》를 보았으며 그를 몹시 부러워했다.

천리마기수들은 대중적인 혁신운동을 벌려 생산을 높은 수준에서 진행하는것과 함께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었다. 노래와 춤은 그들의 집단에서 떼여놓을수 없는 생활의 한부분이였으며 그래서 더욱 신심과 락관에 넘쳐 집단적혁신을 일으킬수 있었다. 지금도 그들은 와서 휴식의 저녁을 천리마기수답게 즐기는것이였다.

   

    헤 둥다라 둥다라 둥다라 절싸

    북통을 때려라 때려

    모두가 빠질세라 덩실덩실 춤추네

    헤 엄하기로 소문난 시공부의 기사장도

    어느새 어깨춤을 으쓱으쓱 춘다네

    장구채 휘두르던 미장공아바이도

    통재산 다 털어 흥타령을 넘기네

    얼싸 얼씨구절씨구 두리둥 좋네

    우리는 영예로운 젊은 청년건설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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