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8 회)

제 1 편

전쟁은 어느때 일어나는가

제 5 장

2

(1)

 

《쏠쏠미쏠 라쏠 미쏠…》

310호장탄수 서창득은 휴식장의자에 와앉자마자 옆에 누가 있건말건 상관없이 왼손으로 무릎을 두드리며 열심히 시창련습을 시작했다. 그 의자 한끝에 앉아 나무꼬챙이로 자기도 알지 못할 상형문자같은것들을 자꾸 끄적끄적하던 한계천은 멍하니 그를 쳐다보다가 꺼지게 한숨을 내쉬였다. 전번 훈련때 땅크를 굴려먹고 운전면허증을 박탈당한 후 대렬일군들과 열번씩이나 담화를 한 계천이였다. 한계천은 자기 문제가 너무도 어마어마하게 번져가자 처음엔 몽둥이에 뒤통수를 한대 맞은듯 뻥뻥해졌고 다음엔 도저히 넘지 못할 담벽앞에 선듯 그만 락심해지고말았다. 담화때는 교도련대때 남들이 자는 깊은 밤 땅크정비장에 나가 승인없이 땅크부속들을 뜯어놓고 그 작용원리를 공부하다가 대대직일관에게 들켜 처벌을 받았던 일도 다 상정되였다. 누구에게서 나온 말인지 자기를 제대시킨다는 말이 수군수군 돌고있었다. 웬만한 방직공장 한개와도 맞먹는 땅크를 그렇게 막 내굴렸으니 용서할수가 없다는것이였다. 이 한계천이를 처벌제대시킴으로써 부대땅크운전수들모두가 정신을 번쩍 차리게 하려고 한다는 말도 있었다.

한계천은 억이 막혔다. 이제 군복을 벗고 그 정평고향산골로 쫓겨간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나왔다.

(내 이제 어떻게 얼굴을 들고 그 고향마을로 들어설수 있단말인가. 사람들은 날 보고 뭐라고 손가락질을 하고 아버지, 어머니, 형님, 동생들은 또 얼마나 상심하겠는가.)

한계천은 가슴을 피나게 쥐여뜯으며 몸부림이라도 치고싶었다. 왕왕 소리내여 울고싶기도 했다.

아, 나는 왜 이런 과오를 범했단말인가. 그 경사지는 정말 극복 못할 그런 장애였던가.

그런것 같지는 않았다. 좀 어렵긴 했지만 능히 돌파할수 있다고 보았었다. 실지 싸움마당에서 그런 경사지가 나타나면 어떻게 하겠는가. 그래서 땅크를 몰고 나섰는데…

한계천은 또다시 땅바닥에 금을 긋기 시작했다. 제대될 땐 되더라도 원인은 정확히 찾고싶었다. 한번 하겠다고 결심하고 나섰다가 물러서본적이 한번도 없는 한계천이였다.

《쏠쏠미쏠 라도씨라…》

서창득은 여전히 악보책을 들여다보며 열성적으로 흥얼거렸다. 이번엔 주먹으로 연방 의자를 투덕투덕 두드렸다.

한계천은 그 소리를 흘려들으며 또 선을 벅벅 그었다. 려단참모장은 교범에 의하면 땅크는 30도경사지에서까지 전투행동을 할수 있다고 했었다. 하지만 전번훈련때는 경사각도가 40도나 되는 경사지를 극복했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이를 사려물고 배심있게 땅크를 몰았는데… 땅크가 경사지로 내려설 때… 분명 당황해한것 같지는 않았다. 너무 급경사여서 땅크가 꺼꾸로 곤두박히는것만 같아 속이 떨렸었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배짱있게 조종을 못해서 그렇게 된것이 아닐가.

계천은 발로 지금껏 그린것을 지우고 다시 그림을 그렸다. 이번의 경사지는 45도는 되였던것 같다.

경사각도가 45도되는 상태에서 땅크를 직선으로 몰면 앞코숭이가 박힐수 있다. 사선으로, 그렇지 이렇게 사선으로 몰아야 하는데… 아니, 그러면 땅크가 이번처럼 옆으로 굴수 있다. 좀더 각도를 죽이면… 땅크의 중심이… 더구나 지금처럼 땅이 겉면만 녹았을 때는… 무한궤도사슬짬들에 진흙들이 잔뜩 박혔을 때는…

《쏠쏠미쏠라쏠… 쏠쏠미쏠라쏠… 에! 이거야 어디…》

마침내 서창득이 의자를 쾅 내리쳤다.

한계천은 그 바람에 와뜰 놀라 벌떡 일어서기까지 했다.

《왜 그래?》

서창득이가 화가 나는듯 투덜거렸다.

《이거야 어디 신경질이 나서… 누가 이따위 까다로운걸 지어냈는지 이름이라도 알았으면 좋겠다.》

한계천은 허 하고 김빠진 소리를 냈다. 아마도 서창득에게는 이 시창훈련이 정말 간단치 않은 모양이다. 포탄을 백번 천번 들었다놓았다 하는것보다 더 힘들어하는것 같다.

황해도 봉산에서 머슴을 살다가 해방이 되여서야 성인학교를 나오고 군대에 입대한 그는 노래라면 한길이나 뛰군 했었다.

그래서 문화부중대장동지가 음감이 전혀 없는 그를 위해 이런 과업을 준것이다. 그것은 중대의 명예와 관련된 문제이기도 했다.

전달 마지막주 일요일에 있은 일이였다.

그날 대대에서는 중대별 체육경기를 조직했는데 서창득은 유희오락경기에 나가게 되였다. 유희오락경기란 달려나가서 표를 집은 다음 표에 적힌대로 상대편 중대앞에 가서 행동을 하여 합격을 받아야 인정하는 재미있는 경기였다.

서창득은 신심에 넘쳐 남먼저 달려가 표를 집어들었다. 순간 그는 그만 아연해지고말았다. 상대편 중대인 1중대앞에 가서 민요 《노들강변》을 부르며 춤을 추라고 적혀있었던것이다.

뒤이어 뛰여와 표를 집은 선수들이 저마다 자기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상대편 중대에 가서 목을 길게 내뽑으며 꼬끼요- 하고 수닭 우는 소리를 내는 병사, 깡충깡충 토끼뜀을 하는 병사…

응원자들속에서 웃음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서창득이만은 울상이였다.

중대병사들이 맥작해서 서있는 서창득에게 빨리 표에 적힌대로 동작하라고 떠들썩 웨쳐댔다.

서창득은 멍하니 중대동무들을 돌아보다가 닭알같은것을 꿀꺽 넘겼다.

서창득은 에라 모르겠다하고 1중대앞에 가 서서는 손발을 후들짝거리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노들- 강변, 노들- 강변.》

1중대 병사들은 모두가 눈들이 둥그래졌다.

서창득의 춤이란것도 완전히 엉터리인데다가 《노들강변》가사도 잘 몰라 《노들강변》 소리만 반복하는데 음정 또한 영 엉터리였던것이다. 쏠음을 내야 할 때에는 라음을 내기도 하고 미음을 내야 할 때에는 화음을 불안스레 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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