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7 회)

제 2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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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준이는 고압뽐프를 기양뜨락또르공장에 가서 《사업하여》 직접 해결해오려고 순안정거장으로 가고있었다. 그와 함께 채재식의 교대운전수가 배낭을 지고갔다. 재식이의 교대운전수는 갓 장가를 간 젊은이인데 덕준아바이의 표현에 의하면 그의 눈은 뜨락또르앞을 향해있지만 머리속에는 새색시 생각이 꽉 차있다는것이다. 그래서 그 눈빛이 때없이 흐릿해지기도 하고 그의 입술에는 까닭모를 웃음이 떠돌군 한다는것이다.

그가 지고가는 배낭은 부속품을 넣어가지고올 운반수단이지만 비여있지 않고 불룩했다.

기양에 가서 《사업》하는데 쓸 덕준아바이의 애용품인 갑산독초, 과수작업반 양봉분조에서 생산한 꿀, 도수높은 술 따위들이 들어있었던것이다.

돈을 물고 사온다 해도 고압뽐프는 구하기 힘든 부속품이다. 맨손으로 가면 누가 선뜻 내주겠는가. 덕준아바이는 면밀하게 타산하고 준비를 했었다.

추위가 좀 풀리긴 했으나 날씨는 쌀쌀했고 아직 얼어있는 대지를 스쳐오는 바람의 랭기가 싫었다. 두사람 다 털모자를 쓰고 솜옷을 입었다.

길을 가면서는 말이 적은 덕준아바이의 침묵에 답답해났던지 젊은 운전수가 열심히 입을 놀려대고있었다.

《…창원이 그치는 새벽마다 아령운동을 하는데 추운날에도 번지지 않더군요. 번지다니요. 하루에 둬번씩 못해서 안달아하는것 같애요. 조합청년들이 웃더군요. 우리는 매일매시간 삽, 곡괭이, 호미로 〈운동〉을 한다, 그러구보면 기계를 다루는 사람들은 역시 일이 헐하다는 소리야, 이러면서 말입니다.

창원이는 조합처녀들한테서 인기가 대단해요. 키가 쭉 빠졌지, 눈이 어글어글하지, 말을 재미나게 잘하겠다 창원이하구 나이가 비슷한 처녀들은 그치의 환심을 사려고 경쟁인것 같습니다.》

《나이가 아직 스무살도 안됐는데 무슨 소리야.》

《글쎄 그래서 시집갈 나이가 된 처녀들은 창원이가 나이 어린것을 아쉬워하지요.》

《아니, 나이찬것들은 그래 저와 알맞는 나이의 창원이같은 운전수를 찾아내지 못한대?》

《그런 대상이야 있지요.》

《누구를 짚을수 있나?》

《최동익동뭅니다. 두말할것 없어요.》

덕준아바이는 고개를 끄덕이였다. 나이찬 딸을 두고있는 아바이는 벌써 동익이를 사위감으로 점찍어놓고있었다. 그래서 입이 헤픈 동행자를 통해 무엇이든 동익이와 관련되는것을 알아보려고 유도질문을 하는것이였다.

《동익이는 창원이만큼 처녀들한테 인기가 없나?》

《무슨 말씀입니까. 창원이를 동익동무에게 비겨요?

내가 창원이를 말하다보니 그치가 어떻다는 소리를 한거지.

동익동무에게 눈을 주는 처녀들이 수두룩해요.》

《그렇다?》

덕준아바이는 불안해졌다.

《어느 계집애가 동익이한테 제일 가깝게 붙어다니던?》

그는 《혜영이야요.》 하고 자기 딸의 이름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원화마을에서 제일 곱게 생긴 처녀는 향옥이인데 그애의 이름을 부르면 랑패다. 그래서 시원하게 어느쪽인지 결판지으려고 자기쪽에서 성급히 향옥이의 이름을 댔다.

《향옥이겠지?》

운전수는 키득키득 웃었다. 덕준아바이가 자기 입에서 《아니야요.》하는 대답이 나오기를 바라고있다는것을 눈치챘던것이다.

《아바이, 하나 물읍시다. 혜영이가 향옥이보다 더 잘났나요?》

《더 잘났다. 왜?》

아바이가 막 내미는 판이다.

《그럼 뭐 걱정할게 없구만요.》

젊은 놈이 자기의 속을 다 들여다보고있는것에 면구스러워진 아바이가 꽥 소리쳤다.

《그만 말해라.》

《그만 말하라면 그만 말하지요.

나두 뭐 말하기 좋아서 이러는건 아니지요. 아바이가 너무 입을 다물고있기에 갑갑해서 이것저것 지껄여댄거야요.》

덕준아바이는 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사실 소리를 지를것까지야 없지 않았겠는가. 그래 이야기를 슬쩍 돌리였다.

《됐다. 그 얘긴 그만하자. 그런데 창원의 아버지가 무슨 공장지배인이라던데? 사실인가?》

《〈뽀베다〉를 타고다닌대요.》

《흠!》 아바이는 그런 대단한 가정의 《귀공자》가 왜 뜨락또르운전수를 하느라 농촌에 나와 고생하는지 하고 머리를 기웃거리였다. 과연 농촌에 오래 있을 녀석일가?

바로 이때였다.

갑자기 승용차 두대가 나타나더니 그들을 향해 마주 왔다.

앞에서 오고있는 검은색 승용차는 크고 묵직했다.

덕준아바이는 그차가 낯이 익었다. 원화마을에 오실적마다 수령님께서 타고오시군 하던 차였다. 가슴이 후두둑 뛰였다.

그는 급히 젊은 운전수의 손을 잡아끌며 길가로 물러났다.

놀랍게도 승용차가 덕준아바이 곁에 와서 멈추어섰다. 다시 가슴이 후두둑 뛰였다.

차문이 열리고 수령님께서 내다보시였다.

《덕준아바이 아니시오?》

《예, 접니다.》

김덕준은 황급히 털모자를 벗고 허리를 굽히였다.

수상님, 안녕하십니까!》

길가에서 뜻밖에도 수령님을 만나뵙게 된 김덕준은 너무 놀라워 잘 믿어지지 않았다. 젊은 운전수는 아바이를 따라 모자를 벗고 인사를 드리였지만 혼이 훌 떠서 꼿꼿하게 굳어졌다.

수령님께서 차에서 내리시였다.

《아바이, 오래간만입니다.》하시며 덕준의 꿋꿋한 손을 잡아주시였다.

《손이 찹니다. 이 추운날에 어디로 가십니까.》

김덕준은 눈물이 솟고 목이 메여 제대로 대답을 드리지 못했다.

《기차… 정거장으로… 갑니다.》

《그래요?》

《어디 긴하게 갈데가 있어서 길을 떠났습니다.》

그는 뜨락또르부속품을 구하려 간다는 말씀을 차마 드릴수 없었다.

《같이 가는 청년은 아들입니까?》

수령님께서 청년에게 시선을 주시자 그는 다시 허리를 굽혀 인사를 드리였다.

《아닙니다. 뜨락또르운전숩니다.》

《뜨락또르운전수란 말이지요. 아바이는 지금 무슨 일을 하십니까? 아직 명예부위원장을 하십니까?》

김덕준이 어줍게 웃었다.

《제가 무슨… 이 운전수들의 〈고문〉을 합니다.

〈고문〉이래야 뭐 제가 뜨락또르내속을 압니까? 부속품이나 자재를 좀 해결하려고 다닙니다.》

김일성동지께서 웃으시며 옆에 서있는 피창린을 돌아보시였다.

《이젠 알만 합니다. 뜨락또르부속품때문에 부속품공장에 가시는 길이지요?》

《예, 실은… 기양뜨락또르공장에 가는 길입니다. 생산지에 직접 가야 고압뽐프 같은 값비싸고 귀한것을 쉽게 가져올수 있겠기에…》

그이의 안광이 흐려지시였다.

《나이많은분이 꼭 가셔야 하겠습니까?》

《운전수들이 달라붙어 말렸지만 이게 제 소임이고 또 내가 가야 해결합니다. 아직 이전 원화협동조합관리위원장이라면 좀 통합니다.

수상님 덕분에…》

김일성동지의 안색이 더 어두워지시였다. 옆에서 피창린이 더 바빠했다.

김덕준이는 전전해에 수령님을 모시고 조합에 왔던 신임도당위원장을 알고있었다.

《아바이, 집으로 돌아가십시오. 내가 기양에 이야기해서 해결해드리겠습니다.》 하고 피창린이 김덕준이에게 말했다.

《아니, 괜찮습니다. 저희들이 공연히…》

《도당위원장동무 말대로 하는게 좋겠습니다.》

그이께서는 말씀하시였다.

《이 일은 도당위원장에 대한 비판이나 같습니다. 강서군에 뜨락또르부속품공장을 짓자고 했는데 아직 건설하지 못했지요. 그래 이렇게 나이많은 아바이까지 고생을 시키게 됐습니다.》

그이께서 도당위원장에게 지시하시였다.

《동무의 차로 아바이와 이 청년을 원화마을까지 데려다주고 뒤따라오도록 합시다. 동무는 나와 같이 가며 이야기를 좀 해보아야 하겠습니다.》

피창린이 운전사를 불러 사람들을 차에 태워가지고 갔다오라고 지시했다.

《아바이, 내가 고압뽐프를 해결해서 보내주겠습니다. 이것이 다 우리 일군들이 수상동지의 뜻을 따르지 못한 탓입니다.》

도당위원장이 승용차에 배낭을 진 청년을 먼저 태우는데 불룩한 그것이 차문틀에 걸리여 애를 먹었다.

《부속품을 가지려 가는 배낭인데 무엇을 저렇게 가득 채웠습니까?》

수령님께서는 의아해하시였다.

《예, 공장사람들에게 인사로 줄것들입니다.》

김덕준이 얼굴이 뻘개졌다.

《인사로 무엇을 주려 했습니까?》

《뭐… 갑산독초하고 꿀하고 술, … 이런것들입니다.》

김일성동지께서 빙그레 웃으시였다.

그러나 승용차에 오르시여서는 생각이 깊으시였다.

《피창린동무, 작년봄에 원화벌에서 나사가 하나 빠져 서있던 뜨락또르를 본 기억이 나오?

운전수가 부속품예비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아 애먹고있지 않았소?》

《기억하고있습니다. 후에 알아보니 최동익이라고 하는 당원운전수인데 기능이 높고 책임성있는 동무라고 했습니다.》

《그런 운전수가 뜨락또르를 세우게 되였으니 문제가 있지 않소?》

《예, 그렇습니다. 운전수들이 뜨락또르정비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그들을 탓해야 하겠지만 왜 부속품들을 제대로 보장해주지 못하는가, 왜 운전수들이 부속품을 구하려고 배낭을 지고 다니는가 하는것을 따져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당위원장인 피창린이도 안타까워하고있었다.

《왜 그런것 같소?》

김일성동지께서는 모르시는바 아니였지만 피창린의 견해를 듣고싶으시였다.

《제 생각에는 이렇습니다. 뜨락또르를 생산하는 기계공장에서부터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강질관계도 있지만 질적으로 생산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 뜨락또르는 전야에 나와서 이내 고장이 납니다.

다음으로는 뜨락또르부속품생산공장에서 부속품을 질량적으로 생산보장하지 못하고있습니다. 그 다음에 운전수들의 책임성과 기술수준이 문제로 됩니다.》

그이께서는 고개를 가로저으시였다.

《도당위원장동무는 중요한 문제를 빼놓고있소.》

피창린이 의아해하였다.

《지금 도인민위원회들에서 뜨락또르와 부속품, 연유를 직접 틀어쥐고있지?》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멀리 군들에 나가있는 뜨락또르의 실태를 제대로 장악하고 통제할수 있는가? 부속품을 실정에 맞게 제때제때에 공급해주고있는가? 농업생산에 복무하는 농기계작업소와 관개관리소를 비롯한 국가기업소들이 다 도에 소속되여있으니까 불편이 많소.》

피창린의 머리속에서 무엇인가 번뜩이였다.

《국가기업소들을 군에 소속시키면 어떻겠습니까?》

그는 어떤 말씀이 계시겠는지 초조해지기까지 했다.

김일성동지께서 대답을 주시였다.

《물론 그렇게 하면 좋을거요. 부속품, 연유보장을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할수 있고 뜨락또르의 작업정형을 군에서 장악하고 통제하면 좋을거요. 그러나 군인민위원회가 그 기업소들을 걷어안고 지도하기에는 너무도 기구가 허약하오.

동무가 나에게 낸 보고서에서 군인민위원회가 협동조합들의 계획과 생산지도를 형식적으로 관료주의적으로 하고있는 원인의 하나가 기구의 능력부족에 있다고 썼는데 그러한 군인민위원회가 농업생산에 복무하는 군내 국가기업소까지 걷어안을수 있겠소?》

《…》

피창린은 앞이 막히는것 같았다.

《이것은 농촌협동경리에 대한 국가적지도를 어떻게 현실발전의 요구에 맞게 갱신하며 발전시키겠는가 하는 중요한 문제와 관련되여있소.》

김일성동지께서는 이 문제에 대하여 이미 여러 각도에서 연구해보시였다.

피창린은 농업생산에 복무하는 군에 있는 국가기업소들을 그 군에 소속시키면 어떻겠는가고 의견을 제기했지만 군인민위원회가 현재로서는 기업소들을 걷어안을수 없다. 또 군인민위원회는 협동조합들에 대한 지도를 기술적으로 실속있게 하지 못하고있다.

그러므로 발전하는 현실적요구에 맞게 협동조합들에 대한 지도를 행정적으로가 아니라 기술적으로, 그리고 실속있게 지도하자면 군인민위원회의 농업지도기능을 높일수 있게 기구를 개편하든가 독립적인 농업지도기관을 내와야 할것이다.

이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올해 농사를 지어보면서 연구를 심화시켜보아야 할것이다.

사회주의적협동화의 승리이후 사회주의농촌건설의 진로를 개척하고 확정해나가는데서 국가적지도가 중요한 문제로 나서고있었다.

그 국가적지도는 무엇보다도 새로운 혁신적인 지도체계를 세울 때 가능하며 은을 내게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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