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4 회)
제 1 편
전쟁은 어느때 일어나는가
제 5 장
1
(2)
영복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그 집을 돌아보았다. 이제는 집뒤작은 뙤창만이 보인다. 그 뙤창의 희미한 불빛도 한창 움이 돋기 시작한 복숭아나무, 살구나무들의 앙상한 가지들에 얼핏얼핏 가리우군 한다. 이제는 그 불빛마저 보이지 않는다. 집옆에 세운 굴뚝에서 몰몰 연기만 피여오른다. 밥이 잦는 모양인지 연기도 실오리처럼 가늘어진다. 그 너머로 하나, 둘 눈을 뜨기 시작한 별들이 보인다.
리영복은 음- 하고 건기침을 톺으며 고개를 돌렸다.
앞으로 눈길을 돌렸으나 전조등에 비쳐지는 개울이며 물이 오르기 시작한 가로수며 코따지며 냉이들이 파릇파릇 돋기 시작한 논두렁이나 최뚝이 아니라 눈이 파란 곱슬머리청년의 얼굴이 떠오른다. 바로 그 녀자의 남편 다싸예브, 붉은군대 땅크중대장… 쾌활하고 열정적이던 둘도 없는 딱친구…
《대대장동지, 앞이 급경사입니다. 에돌아야 할것 같습니다.》
땅크통신모에서 다급히 울려나오던 다싸예브의 당황한 목소리…
《각도가 얼마요? 정 돌파 못하겠소?》
리영복은 뒤통수를 한대 엊어맞은것만 같았다. 황황히 지도를 꺼내보았다.
1945년 4월말… 쏘도전쟁도 바야흐로 끝나가고있던 그 봄날 저녁, 리영복이네 땅크대대는 베를린을 향해 돌진하고있었다.
《45도는 넘을것 같습니다. 위험합니다.》
땅크는 30도까지의 비탈각에서 전투행동을 원만히 할수 있다. 30도까지는 안전하고 35도, 40도도 잘하면 극복할수 있다. 그러나 45도는…
지도를 보니 다싸예브네 중대가 돌진하는 그 언덕을 돌과 못하면… 15키로메터정도를 에돌아야 했다. 그러면 작전진입시간이… 영복은 숨이 가빠졌다.
지도를 들여다보며 자꾸 턱을 쥐여뜯었다.
리영복이네 대대는 린접구분대와 협동하여 파쑈도이췰란드 포병집단군의 한개 련대를 타격할데 대한 새로운 전투임무를 받았었다. 한시간후에는 그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새 작전지대로 이동해야 하였다. 한시간… 그렇다. 시간은 정확히 한시간이 남아있었다. 그 한시간안으로 대대가 전진하던 방향 4키로메터안에 있는 철도역을 먹어치워야 한다. 그 철도역에는 도망치던 파쑈도이췰란드패잔병들이 몰켜들어 악마구리 끓듯 하고있다. 다 먹어놓은 떡과도 같았다. 한개 중대를 우회시켜 적들의 퇴로를 막고 증원군이 오기전에 냅다 답새기면… 저 떡을 맛있게 먹어치우고도 얼마든지 상급참모부에서 명령한 작전진입시간을 보장할수 있었다. 하여 리영복은 제일 믿음이 가는 다싸예브중대장에게 급히 철도역을 우회할데 대한 명령을 주었는데 그렇게 경사지와 맞다들었다는것이다. 15키로메터나 에돌아서는 다음명령을 수행할수가 없었다.
리영복은 흥분했다. 당황했다.
그 경사지를 극복할수도 있지 않을가. 다싸예브네 중대는 대대에서 제일 기능이 높고 전투력도 있는데… 기적이 일어날수도 있지 않을가?
45도, 45도…
리영복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마에서 빠질빠질 땀이 돋더니 량볼을 타고 줄줄 흘러내렸다.
《어떻게 하라는가? 빨리 명령을 달라!》
다싸예브의 독촉하는 목소리…
리영복은 턱수염을 잡아뜯던 손으로 마침내 지도를 쾅 내리쳤다. 다싸예브는 지금껏 대대의 맨 앞장에서 위훈만을 떨쳐온 대대에서 아니, 련대에서도 운전기술이 제일 높은 중대장이였다.
《다싸예브, 이제 에돌자면 작전진입시간을 보장할수 없네. 모험이지만… 난 자네를 믿네.》
땅크통신모에서 휘파람소리가 휘익 울렸다. 다싸예브가 기분좋을 때마다 하는 버릇이였다.
《고맙네. 믿어주어서… 하느님이 살펴주겠지.》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45도경사지는 기능이 높다고 해서 극복할수 있는것이 아니였다. 땅크훈련교범에 30도라고 박아넣은것은 현실을 모르는 책상물림의 비겁쟁이가 책임이 두려워 안전수치를 넉넉히 잡고 써넣은것이 아니였다. 밑은 경사각도가 더 심했다.
앞장에 섰던 땅크 두대가 경사지를 내리다가 연거퍼 진창속에 앞코숭이를 처박는통에 부득를 언덕을 에돌지 않으면 안되였는데 그 길에서 패주하던 적 직사포병들과 맞다들게 되였다. 력량은 적들이 훨씬 우세했다.
치렬한 전투끝에 중대는 전멸되고 명령을 어긴 리영복은 군법앞에 서게 되였다. 작전진입시간을 보장 못해 린접구분대도 큰 피해를 입었던것이다.
총살은 불가피했다. 리영복은 전률했다.
경사지, 그 빌어먹을 경사지만 아니였다면 영복은 총살이 아니라 높은 급의 훈장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베를린함락을 앞두고 모두가 열광에 떠있던 때여서인지 아니면 무슨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서인지 재판이 하루이를 연기되기 시작했다.
마침내 베를린을 함락하고… 전쟁이 끝났다.
그 승리와 함께 리영복에게는 전혀 상상도 할수 없었던 일이 생겼으니 그것은 천만뜻밖에도 자기의 죄를 용서받은것이였다.
그처럼
소좌로부터 소위로 강직되는것으로 끝났다.
전쟁이 끝난후 얼마 안있어 리영복은 상급의 조치에 따라 군관학교 훈련교관으로 조동되게 되였다.
리영복은 군관학교에 가기에 앞서 먼저 다싸예브의 집에부터 들려보려고 마음먹었다. 다싸예브가 얼마나 자기 처를 사랑하고 그리워했는지 너무도 잘 아는 리영복이였다.
리영복이 다싸예브네 집에 갔을 때… 집앞에서 담배를 열두대나 태우고서야 마음을 다잡고 그의 집에 들어섰을 때 그 녀자는 남편이 전사했다는 통지서를 방금 받았을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