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3 회)

제 1 편

전쟁은 어느때 일어나는가

제 5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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려단적으로 대대별 예술경연과 체육경기를 조직하는데 우선 대대합창이 당선되여야 이여의 예술경연과 체육경기에 참가할 자격을 가진다는 조항이 려단문화부에서 토의되고 려단장과도 합의가 되자 그날로 각 련대, 대대, 중대까지 쭉 내려갔다.

려단은 흥성이며 들끓기 시작했다. 최종승부는 8월 15일 조국해방 다섯돐이 되는 날에 겨루게 된다니 다섯달도 채 안된다. 하지만… 좋다. 겨루어보자. 어디서나 만나는 군관들, 병사들마다 그 소리뿐이다. 벌써부터 다른 련대, 다른 대대들을 곁눈질하며 무슨 종목들을 준비하는지, 악기는 어떤것들을 쓰는지, 어떤 형식으로 하는지 내탐하려는 기미들이 보인다. 어딜가나 아- 오- 하고 목청을 뽑는 소리가 들리고 점심참이나 휴식시간이 되기 바쁘게 운동장들에서는 축구공, 배구공들이 푸른 하늘로 날아오르군한다.

(이거 야단났군. 다들 둥둥 떠가지고… 당장이라도 무슨 대책을 세워야지 안되겠어.)

참모장 리영복은 속이 울근불근해서 35련대에 나갔다가 승용차를 타고 지휘부로 돌아오고있었다. 어둠이 깃들기 시작하는 차창밖을 내다보는 그의 가슴속 밑바닥에서는 꺼룩한것이 자꾸만 치밀어올라왔다.

오늘 오후에 35련대 3대대에서 또 땅크를 굴렸다는 보고를 받고 현장에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였다.

운전수는 한계천이라는 중사였다. 작년도 4월말에 입대한 함남도 정평사람, 얼굴은 약간 기름하고 눈은 좀 클사한데 입술이 두툼한것이 말이 없고 순박한 청년같았다. 삐여진데라고는 전혀 찾아볼수 없는 평범한 보통병사였다.

《침착하고… 운전기술도 대대적으로 그중 높은 동무인데…》

대대장이 후줄근해서 어깨를 떨어뜨리고 서있는 운전수를 민망한 눈길로 쳐다보며 하던 말이였다.

리영복은 입이 열물을 문것처럼 쓰거웠다.

작년가을에 땅크를 굴린 30련대 전기련은 그런대로 덤비기 잘하는 덤베북청이여서 그랬다치고 이 한계천은 대대적으로도 손꼽히는 동무라고 하지 않는가.

대대앞에 급경사가 나타났을 때 내려가야 한다느니, 못내려간다느니 말도 많았댔다고 한다.

이때 한계천이가 《싸움마당에서야 언제 옴니암니할새가 있는가.》하면서 제잡담 땅크를 몰고내려갔다는것이다.

대대장의 변명 비슷한 말을 들으며 땅크를 굴린, 죽탕이 되여버린 경사지현장을 돌아보느라니 속에서 주먹같은것이 불끈 일어섰다. 머리칼이 쭈볏 일어서는것 같았다. 밑은 아직 얼음강판이여서 겉층이 녹아 흙과 함께 밀려내릴 때엔 어찌할 방도가 없었을것이다. 이런 험한 경사지로 땅크를 몰아대다니…

이건 용감하다기보다 무모하다고 보아야 할것이다. 잘한다, 잘한다하니까 분별을 잃고 마구 내몰아대는것 같았다.

리영복은 대대장을 불러세워놓고 눈알이 쑥 빠지게 추궁을 해댔다.

《경사지극복훈련은 지시가 있을 때까지 중지하시오. 훈련을 해도 타산이 설 때 하는거지 무턱대고 몰아대면 어떻게 하오. 저 경사각도가 도대체 얼마요. 저 동문… 절대로 그냥두지 않겠소. 용서할수가 없단 말이요.》

리영복은 그 어떤 울분이 섞인듯한 말로 내뱉듯 명령하고는 지휘부로 돌아오는 길이였다.

속이 좋지 않았다.

《우리 나라엔 쏘련처럼 넓은 벌방지대가 얼마 없소. 80프로가 산지요. 경사지극복훈련은 사활적인 문제라고 할수 있소. 무조건 해야 하오.》

려단참모부에서 작성한 훈련강령에 경사지극복훈련과 습지대극복훈련을 더 포함시키라고 하면서 려단장이 단호한 어조로 찍어서 한 말이였다.

그런 려단장이 이번 훈련을 중지시켰다는것을 알면…

리영복은 입술을 꾹 깨물며 심호흡을 한번 했다.

물론 영복이자신도 경사지극복훈련의 필요성을 모르는것은 아니였다. 알아도 잘 알았다. 피로써, 가장 가까왔던 전우의 죽음으로써 그 필요성과 불가능성을 함께 체험하였다. 필요성과 가능성은 같은 범주에 속하는 말이 아니다. 이제는 경사지극복이라는 말만 들어도 온몸이 으쓸해질 정도로 체질적인 거부감을 느끼군 한다.

려단장에게 이건 한다, 저건 못한다 립장을 명백히 밝혀야 했다. 다년간 땅크와 운명을 함께 하며 쏘도전쟁의 불비속을 헤쳐온 이 리영복이가 오랜 세월 산에서 싸우다 해방되여 겨우 몇해 아니, 땅크부대를 창설한 때부터 2년도 채 안되는 짧은 기간이여서 땅크기름내도 아직 몸에 배지 못한 려단장에게 방조를 주는것은 너무도 응당한것이다. 부총참모장도 그래서 땅크부대는 이 리영복이 있어 마음놓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리영복은 또 한번 심호흡을 하며 차창밖을 쳐다보았다.

산기슭에 아담하게 자리잡은 집들이 보인다. 저녁어스름속에 잠겨 굴뚝마다 연기를 피워올리는 농촌집들이다. 창문들에서는 벌써 희미하게 불빛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도 보인다.

저 멀리 굽인돌이쪽의 외따로 떨어져있는 집이 다가온다. 그 집에서도 불빛이 흘러나온다.

집, 불빛… 저안에서는 지금 어떤 사람들이 살고있을가.

불쑥 창끝같이 날카로운것이 심장을 쿡 찌르는듯한 아픔에 그는 흠칫 몸을 떨었다.

한 녀자의 모습이 눈뿌리를 지지며 다가든다.

멍하니 자기를 쳐다보던 그 모습… 수정같이 맑고 파란 두눈… 그것은 너무도 가슴아픈 추억이였다.

그날 영복은 그 집앞에서, 그 창문에서 내비치는 불빛을 바라보며 담배를 열두대나 태웠었다. 담배갑에 담배가 남아있었다면 더 피웠을것이다. 정말이지 애타게 남편을 기다리는 그 녀자에게 청천벽력같은 그 소식을 차마 전해줄 용기가 나지 않았었다. 차라리 내가 죽고 그가 살았다면… 두볼로 줄줄 흘러내리던 사나이의 짜디짠 눈물…

하지만 언제까지 그렇게 집앞에 쭈그리고앉아있을수는 없었다.

리영복은 열두대째 담배를 입술이 타도록 끝까지 피우고나서야 빈 담배갑을 구겨던지며 움쭉 일어났었다. 목안에 꽉 차오르는 피같이 꺼룩한것을 애써 넘기고는 그 불빛이 비치는 집마당안으로 천근같이 무거운 발을 내짚었다.…

바로 그 집이 저렇게 산기슭에 외따로 떨어져있었었다. 봇나무 한그루가 집앞에 외로이 서있던 집…

지금 저 집앞에 서있는것은 살구나무인것 같았다.

승용차는 어느덧 그 외딴집을 지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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