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5 회)
제 2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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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리규성이와 임정주가 김덕준아바이에게 설인사를 하고 피살자가족들을 찾아보겠다며 자리를 뜬 후에 뜨락또르운전수들이 왔다. 동익이와 채재식이였다.
설을 쇠려고 창원이와 또 한명의 총각 그리고 아직 가족을 데려오지 못한 사람들은 집에 갔다. 최동익과 채재식이만 남았는데 동익은 작업조장이여서 남고 채재식이는 집이 여기니까 어디 갈데가 없어 남았다. 최동익은 작업조장때문이기도 했지만 집에 가면 장가를 가라고 형과 아버지가 성화를 부릴가봐 더욱 남았다.
지난 여름에 형이 왔었다. 형은 색시감을 구해놓았다고 하며 당장 고향에 가서 잔치를 하자고 했다.
그때 동익은 형에게 말했다.
《형님, 내가 나이도 그렇게 많지 않는데 왜 집에서는 자꾸 재촉합니까?》
《너는 부모님들이 더 늙기전에 둘째 며느리를 맞고싶어하시는 그 심정을 리해해라. 나는 별루 재촉하고싶지 않다만 아버지가 가보라해서 왔다.》 형의 대답이였다.
《형님, 그러나 나는 내가 수행해야 할 사회적의무밖에는 다른 생각이 없습니다.
옛날 같으면 나같은 소작농의 자식이 뜨락또르를 구경이나 했겠습니까. 그러나 조국은 저에게 뜨락또르를 맡겨주었지요.
내가 집에다 이미 편지를 써보내면서 맹세를 피력했지요. 저는 여기 논벌에서
나는 우리가 일하고있는 이 원화협동조합에서 농산작업의 종합적기계화를 실현하여
내가 부모님들의 심정을 모르는바 아닙니다. 하지만 일부터 해야 하겠습니다.》
형은 입을 쩝쩝 다실뿐이였다. …
사실 그는 아직 장가들 생각이 없었다. 뜨락또르운전수로서 일을 더 많이 하여 농촌기계화에 이바지하려는 굳센 마음과 의지뿐이였다.
《아바이, 새해에도 건강하여 저희들을 잘 지도해주시기를 바랍니다.》
동익이가 읍에 나갔다가 구해온 개성인삼술을 잔에 부어드렸다.
술이 몇순배 돌자 기계화사업의 《고문》에게 운전수들은 교훈적인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다.
《하지. 한데 이건 호랑이 담배 피우던 때의 이야기는 아닐세.》
아바이는 갑산독초를 대통에 담으며 입을 열었다.
《원화협동조합의 새 전설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내가 아직 자네들한테 이야기하지 못했는데 오늘 좀 들어보게. …
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5월 10일, 우리
3월에 대동군내 열성농민들을 만나주시였을 때 우리 녀맹
농가 80호에서 80명이 군대에 나가 싸우고있으며 식량사정이 어렵고 로력, 축력, 농기구가 심히 부족하지만 소겨리반, 품앗이반을 무어
전시식량생산을 보장하고있다고 보고올렸지.
해가 떠오를무렵 내가
척박한 땅에서 군대나간 남정들을 대신하여 녀인들과 로인들이 배를 곯으면서 농사일을 하는 사정을 헤아려보시고 밀보리현물세를 면제해주시였네.
그리고 소겨리반에 망라된 농민들이 밭벼심는 밭으로 나가시여 우리들과 소박한 아침식사도 함께 하시였네.
그러시고는 농민들과 같이 거름을 나르시고 씨앗도 뿌리시였으며 후치질도 하시면서 종일 들에 계시였네.
전후에 우리가 협동조합을 조직했다는 소식을 들으시고 기뻐하시며 우리 조합에 다시 나오시여 협동조합을 어떻게 운영하겠는가 하는것을 일일이 가르쳐주시였지.
이후로 거의 해마다 한두번씩 꼭꼭 우리 조합을 찾아주시였는데 그 얘기를 다하자면 끝이 없네. 어느해 가을에 오시였던 이야기를 더 하지.
이날
〈나도 여기 조합원입니다. 조합원이 되여 도움이 될는지 모르겠지만 어디 함께 농사를 잘해서 원화협동조합을 발전시켜봅시다.〉
우리
이때부터 우리 조합에서는 조합원명단 첫머리에
김덕준은 팔소매로 눈물을 씻었다.
어찌 원화협동조합뿐이랴! 농업협동화의 성과적수행을 통하여 온 나라 농민들을 하나의 가정에 묶어세워주시였고 오늘은 농민들도 로동자처럼 기계로 일하도록 하시려고 마음쓰시며 농촌의 락후성을 퇴치하고 도시와의 차이를 줄여나감으로써 농민들을 온 나라의 참다운 한식솔이 되도록 이끌어주고계신다!
동익은
채재식이가 아직 점심까지는 시간이 많은데 이야기를 더 하여달라고 했고 동익이도 그렇게 청했다.
《그래 하나 더 하지. 이런 이야기야 할수록 성수가 나고 들을수록 깊은 뜻이 가슴에 새겨지는거네.》
김덕준아바이는 대통을 빨고나서 이야기를 계속하였다.
부엌에서 동자질을 하던 혜영이도 슬그머니 방으로 들어와 앉았다.
《내가 관리
그날 우리는
그 령감이 무엄하게도
듣고있던 채재식이 분개하였다.
《그 령감이 참 뻔뻔스럽군.
참 어처구니가 없군.》
동익이가 재촉했다.
《그래
《
그가 성이 나서 이 추운 길바닥에서 어느분앞이라고 무엄하게 그러느냐고 령감을 책망했네.
그런데
그러시다가 길가에서 만나시였던 곽령감이 생각나시여 찾으시더군. 아들이 대답하면서 들어오는데 미끈한게 생기기야 잘났지.
운전수들은 저희가 다 송구해나는지 목들을 움추렸다.
《
《자네들이 격분해하는데.》
아바이가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 자리에 있던 우리도 같은 심정이였네. 그런데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관리
지금 생각해보면 어처구니가 없지. 그때로 말하면 우리 나라에서 아직 자동차를 생산하지 못하던 시기였지. 그러니 자동차 한대가 얼마나 귀했겠나.
그리고 〈동무들, 또 나에게 제기할것이 없습니까?〉 이렇게 물으시였는데 당시 민주선전실 분실장을 하던 리규성이 방송을 듣게 라지오를
해결해주면 좋겠다고 제기드렸네.
우리는 놀랐네. 촌에서야 라지오를 구하기 힘들지만
평양에 올라가신
그후 말 3필과 마차 2대, 오리 80마리, 흰 닭 260마리, 돼지 40마리를 보내주셨네. 우리
이야기하느라 술도 못 마셨군.》
김덕준은 벌씬 웃으며 술잔을 들었다.
《자, 같이 잔을 비우세.》
동익이와 재식이도 잔을 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