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32 회)
제
2 장
18
(1)
전국농업열성자대회는 새해(1961)를 사흘 앞두고 열리였다.
대회에 참석하시기 위하여 회의장 휴계실에 들어서신 김일성동지께서는 주석단에
앉을 집행부성원들과 인사말을 나누시다가 피창린에게 말씀하시였다.
《동무가 제출한 보고서를 읽어보았소.》
피창린은 수령님께서 임의의 시각에 찾으시군 하시기때문에 숙천에 어떤 목적의 회의를 소집하려고 간다는것을 책임부관에게
통고했었다.
《숙천회의》이후 그는 회의진행정형에 대해서는 보고드릴 필요가 없었으나 군인민위원회들의 협동조합들에 대한 지도에서 나타나고있는 문제점들은
보고드려야 하겠다고 생각하고 보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했었다. 그 보고서를 수령님께서 읽으시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중앙에 앉아있는 일군들보다 현실에 접근해서 사업하고있는 피창린같은
일군들의 의견을 더 중시하시였다. 그렇기때문에 공장이나 농촌에 가시면 그 지방의 일군들과 로동자, 농민들을 반드시 만나시여 의견을 들으시군
하시였으며 전국각지에 다 맞는다고 보아지는 참신한 문제는 정책에 반영하기도 하시였다. 뜨락또르의 작업료를 정할 때 재령나무리벌의 김제원농민의
의견을 참작하시였다. 해방후 김제원은 빈농들이 부농들한테서 소한마리를 빌려 하루 밭갈이를 하는데 쌀 한말을 낸다고 했다. 그래서 뜨락또르작업료를
그보다 훨씬 눅게 정했다.
대회가 시작되였다. 보고에 이어 토론들이 있었는데 산간지대에서 온 처녀관리위원장의 토론이 생활적이고 생동하여 만장의
인기를 모았다.
《××군 상촌농업협동조합 관리위원장 최순녀동무가 토론하겠습니다.》
사회자가 다음 순서를 말하자 객석에서 자그마한 처녀가 일어서서 달랑달랑 걸어나왔다. 뺨이 흥분으로 달아올라 능금같았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저렇듯 자그마한 처녀가 관리위원장을 하면서 농사를 잘 지어 대회에서 토론까지
하게 되였으니 대단하구나 하는 호기심이 부쩍 동하시여 처녀를 주시하시였다.
그런데 연탁에 나선 토론자는 키가 작아서 객석에서 보이지 않았다. 그 처녀는 앞을 가리운 마이크뒤에서 어찌할바를 몰라하였다.
《발판을 놓아주시오.》
김일성동지께서 그 모습을 보시고 지시하시였다. 그제야 생각난듯 누군가가 급히 발판을
들고와 처녀관리위원장의 발밑에 고여주었다. 토론자가 발판우에 올라서서 객석을 볼수 있게 되자 그이께서는
(이제야 됐군.)하시며 미소를 지으시였다.
처녀관리위원장이 토론을 시작했다. 해발 1400메터가 넘는 산발들이 병풍처럼 둘러선 상촌리에서의 한해 농사이야기는
감동적이였다. 때아닌 우박이 쏟아져 강냉이들이 피해입는것을 보며 어린 처녀관리위원장이 너무 안타까워 울던 이야기는 눈물을
자아냈고 도토리를 털려고 산속에 들어갔다가 메돼지를 만나 도망치던 이야기는 웃음을 폭발시켰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눈굽이 뜨거워나시기도 하고 재미도 나시여 웃음을 짓기도 하시였다.
(자그마한 처녀가 대단해! 용하단 말이야.)
련속 감탄을 금치 못하시던 그이께서는 처녀관리위원장이 달성한 성과를 보고드리자 먼저 박수를
쳐주시였다. 이어 회의장을 진감하는 박수가 터졌다.
《참 일을 잘했소. 과연 어린 동무가 이악하게 일을 많이 하였소.》
그이의 우렁우렁하신 목소리가 확성기를 통해 회의장을 진감하며 울리였다. 그이께서는 곁에 앉은
김일1부수상에게 《녀성들이 도리여 이악하게 일을 잘합니다.》하고 말씀하시였다. 과분한 치하에 황송하여 처녀관리위원장이
굳어져 서있기만 하는데 누군가 등뒤에서 토론을 마저하라고 튕겨주었다. 그는 토론을 끝내면서 알곡을 더 많이 생산하고 도토리도 많이 따서
지방산업공장에 보내주겠다고 하였다.
청중들의 박수가 잦아졌는데도 처녀는 그냥 서있었다. 무엇때문일가?…
이때 뜻밖의 일이 생겼다. 처녀관리위원장이 흥분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였던것이다.
《이번에 회의에 올라올 때 조합원들이 따라나와 바래워주며 절절하게 부탁한것이 있습니다.》
역시 이악하고 당돌한 처녀관리위원장이였다. 청중이 수군거리는데 확성기를 통해 김일성동지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음, 무엇인데?》
처녀관리위원장이 어떤 말을 할지 회의장은 기침소리 하나없이 조용해지고 긴장해졌다.
《조합원들의 부탁은 우리 상촌리에서도 전기를 보게 해달라는 청을 수상님께 꼭 말씀드려달라는것이였습니다.》
회의장은 정숙을 깨고 술렁이는데 김일성동지께서 환하게 웃으시였다.
《이 동무가 우리에게 농촌전기화를 다그칠것을 요구하고있습니다. 그렇소, 이 동무의 제기가 옳습니다. 이제는 산간지대 농민들도 그런것을
요구할 때가 되였습니다.》
그이의 우렁우렁하신 음성이 회의장을 꽉 채웠다.
《관리위원장의 청을 들어줍시다. 전기를 해결해줍시다.》
회의장에서 일시에 박수가 울리였다. 그들은 자기일처럼 기뻐했다.
대회휴식시간에 김일성동지께서 최순녀를 데려오라고 하시였다. 얼마후 몸매작은 최순녀가
휴계실로 들어서는데 간부들이 주런히 앉아있는 자리여서 몹시 당황해하였다.
《여기 오시오.》
수령님께서 처녀를 가까이로 불러주시였다.
옆자리에 그를 앉혀주신 수령님께서는 어린 처녀가 정말 일을 잘했다고 다시금 치하해주시였다. 그러시고는
자신의 가까이에 앉은 영웅녀성관리위원장을 가리키시면서 이 동무처럼 영웅이 된 다음에 시집가라고 말씀하시였다.
처녀관리위원장이 빨개진 얼굴을 숙이자 그이께서 호탕하게 웃으시였다.
《관리위원장사업을 하는데서나 농사를 짓는데서 애로가 있으면 말하오.》
《없습니다. 제가 능력이 딸려서…》
《제기할것이 더 없소? 아까 만장이 듣는 앞에서 전기를 해결해달라고 했는데 또 다른것이 있으면 서슴없이 말하오.》
까만 눈을 깜빡이며 처녀는 이내 말씀을 드리지 못했다.
《아까처럼 용감하게 말하시오. 군인민위원회가 제대로 도와주오? 말하자면 군인민위원회의 지도사업에서 고쳐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오?》
김일성동지께서는 회의를 지도하시는 과정에 피창린이 제출한 보고서에 대해 상기하시였다.
토론자들이 더러 피창린이 제기한 내용과 비슷한 토론을 했었다. 피창린은 보고서에서 군인민위원회가 협동조합들에 대한 행정적지도에서 형식주의가 적지
않다는것, 숙천군만 하더라도 큰 규모의 협동조합이 20개가 넘는데 군인민위원회 농촌경리부가 이를 지도할 능력이 딸린다는것 등을 지적하고있었다.
그것은 김일성동지께서 처음 들으시는 내용이 아니였다. 어느 군인민위원회 사람들은
군내협동조합들에서 논김매기가 채 끝나지 않았는데 풀베기전투를 하라고 내리먹이였다. 그래 김을 제대로 잡지 못해 벼수확고에 영향을 주었다.
《우리 상촌리는》 처녀관리위원장이 대답을 드리였다.
《읍에서 멀리 떨어진 막바지에 위치하고있기때문에 군과 사업상련계가 깊지 못합니다. 그래서인지 우리 조합의 실정에 맞지 않는 지시가 종종
떨어지군 합니다. 올해의 도토리생산계획만 실례를 들어도 너무 높이 주었기때문에 도토리를 터느라 숱한 인원이 산속을 돌아다녔습니다. 농사일에 좀
지장을 받았습니다.》
《그 도토리계획수자는 동무네와 토론도 합의도 없이 떨구었소?》
《지방산업공장들에서 술을 생산하는데 도토리가 많이 요구된다면서 저희들과 토론도 없이…》
처녀관리위원장은 군에 대해 의견을 내는것이 못내 부끄러운지 붉어진 얼굴을 숙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