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0 회)

제 2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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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천읍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열두삼천협동조합에 들린 피창린도당위원장은 조합관리위원회를 찾아가 느닷없이 방문을 열어제끼였다.

계획지도원(당시)과 무엇인가를 토론하고있던 관리위원장 박기석이 머리를 번쩍 들었다.

《안녕하십니까? 어떻게 한해가 저무는 때에 걸음을 하십니까?》

피창린이 군당에 있을 때부터 여기서 관리위원장을 하고있는 박기석이 반기며 일어섰다.

《뭘하오?》 피창린이 털모자를 벗으며 물었다.

《계획지도원과 뭘 좀 의논하댔습니다.》

박기석이 피창린과 함께 온 도인민위원회 부위원장에게 묵례로 인사하며 대답했다.

《뭘 의논하댔소?》

《간석지논의 해안방조제를 보수하는 문제입니다.》

《그게 머리아픈 문제요. 골치거리지.

쌓으면 밀물에 허물어지고 또 쌓으면 또 허물어지고, 장석을 빨리 입혀야 해.》

피창린은 이 조합의 사정을 잘 알고있었다.

《손이 돌아가지 않습니다. 퇴비를 확보하고 반출해야 하겠는데 조합원들이 적지 않게 거기에 붙어있지요.》

《음- 골치거리요.》

피창린이 걸상을 끄당겨앉았다.

이 조합관리위원장 박기석은 1956년부터 관리위원장사업을 하고있는데 행운아라 할수 있는 사람이였다. 관리위원장이 된 이듬해 정월 어느날 아침 눈이 펑펑 쏟아져내리는데 불시에 김일성동지께서 찾아오시였다.

당시는 이 조합이 리단위로 통합이 되기 전의 자그마한 연풍협동조합이였다. 새해 영농준비문제를 놓고 새벽 3시까지 회의를 하느라 늦어져서 관리위원회에서 그대로 눈을 좀 붙이였던 박기석은 방안도 제대로 거두지 못한 상태였다.

《동무가 관리위원장입니까?》

김일성동지께서 모자에 묻은 눈을 털고 들어오시였다. 박기석이 관리위원장이라고 대답을 올리였다. 그리고 노전우에 그냥 앉으시려는 그이께 방석을 드리였다.

그이께서는 《동무네가 다 나를 선거했기때문에 수상이지 내가 무슨 특별한 사람이겠소. 농촌에 오면 농민들과 같지.》하시며 사양하시였다.

그이께서는 오랜 시간 조합원들과 담화를 나누시였다. 먼저 림시택이라는 로인과 마주앉으시였다.

《로인님, 관개공사를 하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제가 무슨 수고를 했겠습니까. 수상님덕분으로 이제는 물이 내려와서 흰쌀밥을 먹고 잘살게 되니 관개공사장에서 흙짐을 지느라 힘들던것도 다 잊어버렸고 더 젊어지는것 같습니다.》

《해방전 살림과 해방후 살림이 어떻습니까?》

《해방전 소작살이하던 고생은 말할 여지도 없습니다. 해방후 토지개혁의 혜택으로 많은 토지를 무상으로 분여받아 지금은 기와집까지 쓰고 삽니다.》

《작년도 분배수입이 얼마나 됩니까? 식구는 몇이고…》

《식구 네명에 76가마니의 분배를 받았습니다.》

《굉장한 부자입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이 조합은 경제적토대를 잘 구축할수 있다고 하시며 여유곡을 랑비하지 말고 저금하였다가 집을 깨끗하게 짓고 생활을 문화적으로 꾸려야 하겠다고 말씀하시였다. 그리고 올해생산과제는 얼마나 세웠는가고 물으시였다.

《정당 평균 4톤으로 세웠습니다.》

《정당 4톤을 할수 있소?》

《자급비료만 가지고는 좀 힘듭니다.》

《화학비료가 요구된다는 소린데.》

그이께서는 얼마 요구되는가를 구체적으로 알아보시였다.

애로는 무엇인가, 종자는 어떤 종자를 심는가, 남새는 어떻게 해결하는가, 소가 몇마리인가, 제대군인들이 장가를 갔는가 등등을 알아보시고 랭상모를 하여 모내기를 앞당기라고 과업을 주시였다.

오랜 시간에 걸쳐 담화를 하신 김일성동지께서는 토방으로 나가시다가 쌓아놓은 벼가마니우에 내리는 함박눈을 보시며 《여기는 참 살기좋은 고장입니다.》 하고 말씀하시였다.

현지지도이후 수령님께서는 정보당 400키로그람에 해당되는 비료를 보내주시였다.

그때를 돌이켜보며 피창린이 박기석을 추궁했다.

《동무네가 통합된 후에 알곡을 더 많이 내야 하겠는데 계속 제자리 걸음이란 말이요. 조합이 커지니 관리위원장의 능력이 따라가지 못해서 그렇소? 열두삼천협동조합은 연풍협동조합이 모체인것만큼 그때 주신 수상동지의 교시를 꾸준히 관철해야지.

통합이후 간석지논때문에 애를 먹고있지만 그것이 기본조건은 아니요.

수상동지께서 이 조합이 년간 알곡 1만톤을 내는 1만톤조합이 되여야 한다고 교시하시였는데 언제 가면 교시를 집행했다는 보고를 드릴수 있겠소?

수상동지께서 전망을 내다보시고 주신 과업이란말이요. 올해도 계획이 정보당 4톤이요? 몇년전의 계획을 그대로 답습하고있는가.》

박기석이는 창문쪽을 바라보며 씩씩거리였다. 그는 도당위원장을 이전부터 잘 알고있기때문에 그에게서 무슨 칭찬같은것은 바라지 않았지만 처음부터 닥달질을 하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도당위원장동지, 오래간만에 만났는데 욕부터 해야 하겠습니까?》

그는 두덜댔다.

《박기석동무, 아이들처럼 그러지 마오.

사업부터 해야 한단말이요. 나를 몰라서 그러오?》

피창린이 오히려 어성을 높이였다.

《알지요, 알아도 잘 압니다. 앞에서는 욕하고 뒤에서는 훈장내신서를 쓰지요.》

피창린이 껄껄 웃었다.

박기석은 애로를 말했다.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간석지논이 해마다 밀려드는 밀물과 장마비에 의해서 해안방조제가 터져 피해를 보는데 여기에 많은 로력이 들어가고있습니다. 방조제만 튼튼히 쌓으면 숱한 알곡이 증수되는데 조합의 힘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박기석은 이 고장 출신으로서 군대에도 나갔다왔고 세포위원장사업도 한적이 있는 배짱세고 능력있는 일군이였다. 그런데도 간석지논을 침습하는 밀물을 막는데서 힘이 딸린다고 하니 따져보지 않고도 방조제를 쌓는 일이 어렵겠다는것을 짐작할수 있었다.

《또 뭐가 있소?》

《살림집도 지어야 합니다. 수상님께서 주신 과업인데 농사일이 바쁘다고 제대로 집행하지 못하고있습니다.》

《살림집도 지어야지.》

피창린은 그가 말하는 애로들이 다 리해되였다. 그렇다고 말문이 막힐 피창린이 아니다.

《올해농산계획을 세울 때 군인민위원회에서 누가 나왔댔소?》

피창린이는 난관을 가뜩 내놓는 박기석이를 한바탕 다불러대기에 앞서 이렇게 에돌면서 물었다.

《담당지도원이 나왔댔습니다.》

《그가 무슨 의견을 제기했소?》

《특별히 제기한것이 없습니다. 계획을 좀더 높이 세울수 없는가고 하기에 어렵다고 대답했지요. 내가 한동안 설명을 하니까 잠자코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공연히 내려왔댔는가?》

《그 사람이 우리 조합실태를 나만큼 알수 있습니까?》

《알수 없지. 그러나 그렇기때문에 알아보아야 하는데 능력이 부족했던 모양이군.》

피창린은 의자에서 일어섰다.

《알만하오! 군지도원을 업어넘겼군.》

《그건 무슨 뜻입니까?》

박기석의 눈빛이 컴컴해졌다.

《군인민위원회 지도원이 요구한것은 옳았소.

그런데 그는 완고한 배짱군인, 말하자면 올해에 알곡 100만톤을 증수할데 대한 당의 호소를 심장으로 접수하지 못하고있는 박기석이를 이겨내지 못했소.

그러니 그 사람에게도, 여기 관리위원장에게도, 저 계획지도원에게도 다 심각한 문제가 있소. 부위원장동무, 그렇지 않습니까?》

도인민위원회 부위원장은 숙천군에서 낸 래년도 알곡생산계획이 올해보다는 장성했으나 아직 10월협의회 정신의 요구에 비해 충분하지 못하다고 하면서 이 조합의 래년계획은 얼마인가고 물었다.

박기석이 얼굴이 벌겋게 되여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지 않아도 나는 알고있소.》

피창린이 쓰겁게 웃었다.

《올해 숙천군이 낸 평균 정당수확고를 답습하는거요. 내가 여기 오면서 군위원장에게 알아보았소.

그래서 언제 가면 1만톤조합이 되겠는가고 따졌던거요. 나는 무턱대고 추궁하지 않소.》

피창린은 이처럼 아래일군들에게 항상 과학적인 수자를 가지고 말하군 했다.

《수상동지께서 많은 뜨락또르와 자동차, 농기계들을 보내주시였고 화학비료도 보내주시였는데 여기에 보답해야지. 간석지논 해안방조제요, 주택건설이요 하는 애로를 전면에 내세우지 마오.》

박기석의 이마가 책상에 닿을듯 숙여졌다.

《시간이 촉박해서 우리는 가야 하겠소. 숙천읍에서 기다리고있소. 잘있소.》

피창린은 일어서는 박기석의 손을 잡았다.

《동무가 노력하고있으며 힘들어한다는것도 알고있소. 그러나 계획을 다시 세우시오.》

《예, 다시 세우겠습니다.》

피창린과 부위원장은 관리위원회를 나왔다. 찬바람이 불어치며 얼굴을 때렸다. 박기석이 그들을 바래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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