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1 회)

제 1 편

전쟁은 어느때 일어나는가

제 4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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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이 정순이, 이게 얼마만이냐?》

라정순이 애육원에 갔을 때 춘희는 반가와서 어쩔줄 몰라했다. 아이들을 검진하댔는지 하얀 위생복앞자락에서 청진기가 춤을 추듯 흔들렸다.

라정순은 방긋이 웃으며 고개를 까딱해보였다.

《일이 있어 시내에 나왔다가 들렸어. 아이 고와라, 애육원아이니?》

정순은 등받이 없는 둥글의자에 앉아 진찰을 받고있던 소녀애를 보고 너무 고와 볼을 다독여주었다. 애들만 보면 쪽을 못쓰는 라정순이였다. 누구인가는 《야, 애들을 너무 고와하니 넌 시집가기 코집이 틀렸어.》라는 말까지 했었다.

하지만 웬걸… 벌써 정순의 심장을 공격목표로 정하고 돌진해오기 시작한 땅크병이 생겼다. 35련대 1대대 문화부대대장 방철호였다. 지금 그의 품엔 방철호가 보낸 편지가 있다. 오늘 그래서 더더욱 춘희에게 들린것이다.

춘희는 서울의전 동창생이였다. 그는 지금 여기 애육원에서 의사로 일하고있다.

《이름이 뭐나요?》

정순은 자기를 빤히 올려다보는 소녀애에게 허리를 굽히며 다정히 물었다.

애는 여전히 올려다보기만 할뿐 대답을 안한다.

《그 앤 새 사람이 오면 언제나 그렇게 유심히 보군한단다. 꽃니라고 하는데… 참, 너희네 땅크려단 문화부려단장동지가 데려온 애야.》

《우리 문화부려단장? 부려단장동지네 아이니?》

《아니야. 이 앤 부려단장동지를 아저씨라고 하는데… 부려단장동지가 이 애를 얼마나 귀여워하고 사랑하는지 모른단다. 한주일에 한번씩은 어김없이 찾아오는데… 한번은 우리 애육원에 열병이 돌았댔어. 부모를 잃고 떠돌아다니던 애들을 새로 받았댔는데… 그들에게서 퍼졌던거야. 이 애 꽃니도 앓아누웠댔는데 마침 그때 부려단장동지가 이 애를 보러 왔댔지. 부려단장동지는 이 애가 앓고있는 병동으로 곧장 들어가겠다는거야. 사람들이 막아섰지, 전염병이여서 위험하다고… 부려단장동진 위험하기때문에 들어가야 한다는거지. 꽃니는 내 딸이요, 내 딸과 같단 말이요 하면서… 끝내 병동에 들어가 꽃니를 꼭 안고… 이렇게 말하더구나. <꽃니야… 이제부턴 나를 아버지라고 불러라. 내가 너의 친아버지가 되여주마.> 하고 말이야. 후에 알고보니 이 애 아버지는 38경비려단에 있었댔는데 은파산전투에서 그만 전사했다는것이 아니겠니. 부려단장동지는 이제 쏘련에서 가족이 나오면 우리 꽃니를 데려가겠으니 그때까지만 잘 키워주시오 하더구나.》

라정순은 다시금 꽃니를 쳐다보았다. 이 애는 어떤 애일가?

《부려단장동지와 이 애는 어떤 사이라니?》

《조국으로 나올 때 렬차칸에서 얻은 아이라는것 같애. 부려단장동지도 그 말은 안하는데…》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꽃니가 정순의 손을 뿌리치며 맵짜게 반발했던것이다.

《날 얻은게 아니예요. 날 구원해주었어요.》

정순은 놀랐다. 그 큰 눈에 생기가 반짝 빛났다.

《그래. 아이, 네가 참 용쿠나. 아저씨가 널 구원해주었다구?》

《그래요. 나쁜놈이 우리 엄말 죽였어요. 그리구 나두…》

갑자기 꽃니가 입을 비쭉비쭉하더니 으앙-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대로 방바닥에 주저앉아 발버둥질을 치며 울어댔다. 그애의 고운 량볼로 삽시에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두 처녀는 당황해졌다. 머리를 쓸어주고 안아주며 달래였으나 꽃니는 막무가내로 도리질을 하며 엉엉 울어댔다.

《엄마야- 엄마야-》

《그랬댔구나. 내가, 이 언니가 그걸 잘 몰랐댔구나. 알았다. 이젠 그쳐라, 응. 우리 꽃니 참 곱지?》

정순은 그를 안아들고 입을 맞춰주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한참이나 달래였다.

이윽해서야 꽃니는 울음을 그쳤다.

정순은 가슴이 후더워올랐다. 안동수문화부려단장의 사람됨됨이 뜨겁게 안겨왔던것이다.

불쑥 방철호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얄미운 박영욱이를 따라다니다가 문화부려단장에게서 된욕을 먹고 처벌까지 받았던 사람… 그의 인간됨은 과연 어느정도일가.

개울가에서 징검돌에 돌을 고이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것은 그의 성실한, 순박한 모습이였다. 다음 떠오른것은 박영욱이를 찾아갔던 그를 만나던 모습이였다. 마치 요란한 선배나 만났던듯이 말하던 그 모습…

그때부터 라정순은 방철호에 대한 인상이 완전히 흐려졌었다. 라정순은 박영욱을 인간으로 보지 않았다. 자기를 허가이 안해의 전용의사처럼 만들고 나중엔 그의 안주인으로까지 만들어보려고 감언리설을 다하던 그였다. 직위와 권세를 만능으로 여기는것 같은 그 사람과 가까운 방철호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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