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9 회)

제 1 편

전쟁은 어느때 일어나는가

제 4 장

9

(1)

 

오늘도 일요일이라 1대대 운동장에서는 배구경기, 축구경기가 맹렬히 벌어지고 와와 환성들이 터져오르군 했다. 2중대와 3중대간의 경기였다.

김일은 운동장에 서서 땀흘리며 뛰여다니는 전사들을 흐뭇해서 지켜보다가 건국실로 향했다. 방철호는 조마조마해서 그의 뒤를 따랐다. 땅크려단 정치사업에 대한 료해사업을 책임지고 내려온 김일은 정치상학에도 참가해보고 건국실에도 들어가보고 전사들과 담화도 진지하게 한다는데 무엇이 그의 눈에 걸릴지 알수가 없는것이다. 민족보위성 부상 겸 문화훈련국장인 그가 보는 기준은 보통 높지 않을것이다. 다른 대대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면 과묵한 그는 말도 얼마 하지 않고 결함의 본질들만 끄집어내여 비판을 한다는데 방철호는 여간 가슴이 조여지지 않았다.

건국실에 들어서자 방철호의 눈에 맨 처음 띄운것은 이상하게도 돌부처처럼 꼼짝하지 않고 앉아있는 한세곤이였다. 방철호는 눈을 흡떴다. 그처럼 성격이 콸콸하고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성미인 그는 밖에서 백열전을 벌리는 체육경기도, 떠들썩 고아대는 응원의 함성은 물론 옆에서 노래를 부르고 피리를 부는 그 모든 소리에도 인연이 없다는듯 약간 웃을사 해서 점잖게 앉아있었다. 방철호는 영문을 알수가 없었다. 한세곤의 앞에서는 라영철이 화판을 놓고 한세곤이와 화판을 번갈아보면서 무슨 그림을 그리고있었다. 한쪽옆에서는 몇몇 군인들이 편지도 쓰고 책도 보고 피리도 불고있었다. 벽에 주런이 걸린 직관판을 읽어보는 병사도 있었다.

갑자기 한세곤이가 툴툴거렸다.

《아직 멀었소? 이거야 어디 엉치가 쏴서 견딜수가 있나.》

《조금만 더 참으라구. 초상을 그리기가 그리 쉬운줄 아나?》

라영철은 말하면서도 손은 손대로 돌아간다.

《에참, 이렇게 힘든줄 알았으면 아예 시작을 안하는건데…》

《정 그렇다면 이제라도 그만두자구. 나두 뭐 운전수동무가 자꾸 그려달라니까 그런거지…》

《아, 아… 그럼 그리라구. 내 좀 참지.》

화판을 기웃이 넘겨다보던 한세곤은 승산이 보였던지 황급히 의자에 주저앉았다. 그러면서도 입은 입대로 투덜거리며 엉치를 좀 들썩들썩하더니 또 방금전의 그 모양, 그 자세로 점잖게 앉아있기 시작했다.

방철호는 그제야 영문을 알고 김일이 몰래 비죽이 웃었다. 성미가 급하기로 소문난 세곤이가 이처럼 굉장한 인내력을 발휘하여 앉아있는것이 우습기 그지없었다. 아마 한세곤이가 라영철에게 초상을 그려달라고 졸라댄 모양이다. 라영철은 또 자기대로 안속이 있어서 슬슬 구슬려대기도 하고 혹은 재세도 하면서 초상을 그린다. 한세곤은 그런줄을 뻔히 알면서도 한장 그리긴 그려야겠다는 속심이라는것이 방철호에게도 알렸다.

《야, 그 입 좀 가만히 가지고있으라구. 자꾸 우물우물거리지 말구요. 좋습니다. 이제 10분만 더…》

웃을사 해서 앉아있던 한세곤이가 그제야 라영철의 뒤로 다가서는 김일과 방철호를 보고 눈이 왕사발만 해졌다. 그가 황황히 일어나려는것을 김일이 급히 손을 들어 제지시키며 눈을 끔쩍였다. 그대로 앉아있으라는 신호였다. 한세곤은 씩 웃으며 그 자세로 도로 앉았다. 왜 그러는줄을 모르는 라영철은 화판에 시선을 집중했다가 한세곤이 씩 웃으며 도로 앉는것만 보고 또 투덜거렸다.

《한동무, 암만 그래도 초상을 잘 그리기는 틀렸어. 왜 그렇게 안절부절 해? 가만있으라는데…》

한세곤은 자기도 한마디 하려다가 김일과 방철호를 보고 참는것이 분명했다.

김일은 그들을 못본척하며 돌아섰다.

방철호가 얼핏 화판을 넘겨다보니 벌써 종이장우에는 중사견장을 단 사람이 의젓하게 앉아있다.

방철호는 얼른 그를 지나쳐 김일을 따라 직관판앞에 돌아섰다.

《세계최초의 철갑선인 거북선과 애국명장 리순신이라…》

김일은 직관판에 씌여진 글을 입속으로 읽었다.

《거북선은 16세기말에 애국명장 리순신이 만든 세계최초의 철갑선이다. 거부기같이 생긴 이 철갑선은 임진조국전쟁시기 왜놈침략군을 물리치는데서 큰 역할을 하였다. 대표적인 싸움들로는 명랑해전…》

김일은 방철호를 돌아보더니 씽긋 웃었다. 다음판으로 간다.

《여기엔 음… 우리 나라에서 처음으로 발명한 금속활자… 이건 음, 첨성대라… 7세기 전반기에 경상북도 경주시의 서쪽에 세운 우리 나라 천문기상관측대로서 오늘까지 남아있는 천문기상관측대 건축유물가운데서 세계적으로 가장 오랜것이다. 화강암으로 우로 올라가면서 점차 허리가 가늘어지게 27돌기 쌓아올린 건축물은 밑대의 한변길이가 약 6. 3메터이며 세면은 실제적인 방위와 일치한다. 돌사이짬을 붙게 하는 아무런 점착제도 쓰지 않고 쌓아올린 건축물이지만 1 300여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그대로 남아있다.》

김일은 또 발걸음을 옮겼다.

《비행기의 첫 조상 비차… 음, 여긴 조선8경이라. 그리고 이건 5대명산… 좋구만. 여긴 김일성장군님께서 직접 조직지휘하신 항일혁명전쟁의 주요전투들… 이제부터 진짜구만. 아, 그렇지. 이 앞에서부터 순차겠으니… 됐어, 체계가 섰다니까. 김일성장군님께서 쓰신 신묘한 전법들, 일행천리, 유인매복, 동성서격… 아주 좋아… 여기는 위대한 장군님과 김정숙동지께서 부대에 찾아오신 날자, 가르치심내용… 좋소, 만점이요.》

방철호는 은근히 자부심같은것이 살아올랐다. 엊그제 려단적인 참관사업을 했는데 이 건국실이 김일의 마음에도 드는 모양이였다.

이때 뒤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났다.

《여, 이거 내 눈이 왜 그래. 이거 짝짝이가 아닌가.》

한세곤이 자기 초상을 들여다보며 큰일난듯이 라영철에게 하는 말이다.

《아, 난 실물대로 그렸어. 동무 눈이 원래 한쪽이… 좀 작단 말이야.》

《여여, 무슨 정신나간 소릴 해. 내 이 그림을 어떻게 학교에 보낸다구 그래? 자, 보라. 이래두 내 눈이 짝짝이야? 이래두 왼쪽눈이 좀 작은가…》

《아, 원래 사람은 한쪽눈이 약간 작은 법이야요.》

《무슨 소릴 해… 여, 암만 그래두 그렇지. 조선인민군 땅크운전수의 눈이 짝짝이라는게 말이 되는가. 그럼 땅크두 삐뚤삐뚤하면서 가게?》

김일이 건국실을 나서려다가 흘끔 그들을 돌아보았다. 그들은 여전히 그림판을 놓고 아웅다웅 다툼질을 한다. 방철호가 민망한 눈길로 그들을 보며 한마디 하려는데 김일이 《하하하.》하고 통쾌하게 웃으며 밖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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