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5 회)

제 1 편

전쟁은 어느때 일어나는가

제 4 장

7

(1)

 

그것은 참으로 불쾌한 전화였다.

《우리 같은 쏘련출신들끼리 좀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봅시다.》하고 시작된 박영욱의 전화를 받으며 리영복은 어쩐지 자기의 속을 중떠보는듯한 느낌을 받았던것이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참모장동무가 지금도 집에 잘 들어가지 않는다는데… 혹시 무슨 다른 원인이 있어서 그러는건 아니요?》

리영복은 전술훈련제강들을 검토하다가 말이 이상하게 번져지는 바람에 송수화기를 다시 들여다보기까지 했다. 박영욱의 말이 별로 사근사근한게 귀에 벌레가 들어간듯 간지러웠다.

《그건 무슨 뜻에서 하는 말입니까?》

리영복은 불쾌해서 송수화기를 탁 놓을가 하다가 그만두었다. 전화례의는 지켜야 한다는 도덕적의무감이 울컥하는 감정을 눌러버린것이다.

《아, 무슨 다른 뜻이 있어서 그러는건 아니구… 그저 그런 말이 있길래 하는 소리요. 우리 일군들이 사소한 뒤소리라도 들어서야 안되지… 우리 선전사업이란게 원래 사람들의 동향을 잘 알고 그에 맞게 해야 하는것이 아니겠소. 그래야 성과를 거둘수 있고… 그래 사람들과 자주 담화도 하는것인데… 그저 그러루한 말이 군대에서 들려오길래 한 말이요. 참고를 하라고 해서…》

《고맙습니다. 저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관심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제가 다 알아서 처리를 하지요.》

《그래도 그렇지 않소. 동무가 집에 잘 들어가지 않는 문제가 자꾸 다른 사람과 결부된단 말이요.》

리영복은 어이가 없어 허-하고 김빠진 소리를 냈다.

《부장동무는 지금 일부 사람들이 말하는것처럼 문화부려단장동무를 념두에 둔것 같은데 그건 완전한 억측입니다. 문화부려단장동무는 절대로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내가 집에 잘 들어가지 않는건 순전히 내자신에 관한 문제입니다. 》

《물론 그럴수도 있지. 하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 안한단 말이요. 문화부려단장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아. 뭐 반쏘감정도 대단하대… 쏘도전쟁경험같은건 아예 배울 건덕지도 없는것이라고 배척한다는 말도 있소. 훈련도 그런 식으로 한다지?》

리영복은 또다시 속이 울컥했으나 무엇인가 피뜩 뇌리를 스치는것이 있어 입술을 꽉 깨물었다. 훈련을 쏘도전쟁경험을 따라배우는 방향이 아니라 새로운 식으로 하고있는것만은 사실이였던것이다. 안동수가 정치사상사업을 그런데로 집중시키고있는것도 사실이고…

《참모장동무, 동무는 실무가이니 추상적인 사고는 안하리라 믿소. 솔직히 말해서 동무도 아다싶이 지금 전쟁이 눈앞에 박두해오고있지 않소. 우린 하루빨리 우리 군인들을 준비시켜야 한단말이요. 천하무적이라던 파쑈도이췰란드군을 타승한 쏘련붉은군대의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거요. 동무도 쏘도전쟁에 참가해보지 않았소. 그런데 그런 귀중한 경험이 뭐 어떻다구?… 이제 정작 전쟁이 일어나면 어떻게 하자는것인지 모르겠단말이요. 그래 청소한 우리 나라 힘으로 100여차의 침략전쟁력사를 가진 미제를 타승할수가 있는가.

랭철하게 생각해보오. 우리에게 과연 그럴 힘이 있는가. 동무도 미국의 국력이 얼마나 막강한지 모르지야 않겠지. 솔직히 말해서 우린 쏘련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절대로 이기지 못하오.

그런데도 우리 식, 우리 식 하면서 그들의 경험을 배제하고 반쏘를 하면 그들의 감정이 어떨것 같소? 그들이 진심으로 우리를 도와줄것 같은가. 천만의 말씀이요.

그들의 도움이 없으면 우린 또다시 망국노가 되고마오. 미제국주의에 먹히우고만단 말이요.

보시오. 문제가 얼마나 엄중하게 서는가. 그렇게 놓고보면 동무네 문화부려단장은 단순한 반쏘가 아니라 나라를 팔아먹… 아니, 이건 너무 끔찍한 말이여서 차마 입에 올리지도 못하겠소. 이런자를 그래 그냥 둘수가 있는가. 아니, 절대로 그럴수는 없소. 나라를 위해 절대로 용서할수가 없단말이요. 더구나 나라의 외아들부대인 땅크부대인데 어떻게… 그런자에게…

그는 날강도들에게 나라를 알몸뚱이로 벗겨 홀로 내세우려는 위험한자요. 조국으로 나올 때 간첩놈들과 한자리에 있었다는것도 우연한 일치가 아닌것 같단말이요.》

리영복은 속이 후두둑 떨리는것을 느끼며 조심히 물었다.

《문제를… 너무 극단적으로 끌고가는건 아닙니까?》

《무슨 소릴 하는거요?》

박영욱의 목소리가 갑자기 높아졌다.

《애국인가 매국인가, 충신인가 역적인가… 이제는 판가름을 할 때가 되였소. 정세가 그걸 요구한단 말이요. 그러니 참모장동무도 립장을 명백히 하길 바라오. 반쏘적색채가 있는 현상들에 대해서는 사소한것도 용서치 말아야 하오. 쏘도전쟁경험을 무시하고 우리 식이라면서, 케케묵은것들을 고집하면서 땅크병들의 현대전습득에 저해를 준 사실들… 이제 다 료해할터이니 그 사업에 성실히 림해주길 바라오.》

박영욱은 송수화기를 절컥 놓았다.

그러나 리영복은 송수화기를 놓을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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