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3 회)
제 1 편
전쟁은 어느때 일어나는가
제 4 장
6
(5)
여보… 또 한해가 지나고 1949년 새해가 왔구려.
내가
맏이는 벌써 여섯살이 되였구만. 집안팎이 좁다하게 뛰놀겠지. 둘째는 네살… 장난질이 심해지기 시작할 때이지… 막내는 이젠 두살이 되였구만. 쉬운 말은 제법 번지겠지?
당신이 고생이 많으리라 보오.
아이셋을 키우는것만도 헐치 않겠는데 앓는
당신네 집에서 이 안가네 집으로 시집가는것을 반대하던 일이 새삼스레 떠오르는구려.
그때
《그게 무슨 고생을 하자고 그 집엘 들어가겠다는거냐. 아버진 머리를 부상당해 늘 앓지, 거기에 이젠 귀까지 멀어 원두밭경비도 겨우 다니지 않느냐. 어머니도 허리를 상해 운신도 제대로 못하지. 그 사람은 대학에 다니느라 일요일에나 한번 얼핏 왔다가지… 안된다. 안돼. 그 집엔 못 보낸다. …》
그런데도 당신은 기어코 나한테 시집을 왔으니…
내 그래서 당신을 더 위해주고싶지만 마음뿐이지 이렇게 계속 고생만 시키고있구려…
여보, 당신은 내 마음을 잘 알테지.
나는 지금 당신한테 미안한 그 마음까지 합쳐 일을 더 많이 하기 위해 아글타글하고있소.
당신앞에서도 떳떳하기 위해서…
우리
조국에서의 또 한해, 보람차고 격동적인 한해가 흘러갔소.
지나간 1948년은 그야말로 력사에 길이 새겨질 한해였소.
전에도 편지를 했지만 제일 큰 사변은 역시
공화국창건이 선포되던 그날 난 하늘가에 나붓기는 공화국기발을 우러르면서 오래도록 눈물을 흘렸소.
피눈물나던 이국살이의 그 나날들이 한꺼번에 떠올랐기때문이였소.
다시는 이 나라를 빼앗기지 말자, 다시는…
나는 공화국기발을 우러르며 몇번이고 주먹을 움켜쥐군하였소.…
다음으로 큰 사변은 조선인민혁명군을 정규무력인 조선인민군으로 강화발전시킨것이요.
조선인민혁명군이 어떤 군대요. 강도 일본제국주의를 때려부시고 내 나라를 해방한 군대가 아니요.
《시일야방성대곡》의 통곡속에 짓밟히고 죽어가던 이 조선을 건뜻 일쿼세워주신분.
동양의 맹주라면서 그처럼 세상 무서운게 없이 날뛰던 일제를 한손에 거머쥐고 쥐락펴락하시다가 시궁창에 처박고 내 나라를 찾아 보란듯이
일떠세워주신 만고의 영웅…
…
여보, 우리는 정말 행운아들이요. 우리 대에
우리 힘을 합쳐
안동수는 편지를 정히 접어 책상서랍에서 꺼낸 봉투에 넣었다. 봉투에 발신인과 수신인의 주소를 쓰고는 래일아침 우편통에 넣으리라 생각하며 책상끝으로 밀어놓았다.
안동수는 이어 다음호 신문편집안을 책상우에 펼쳐놓았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창건되여 처음으로 맞는 새해… 우리 인민은 1948년도인민경제계획을 빛나게 완수한데 이어 1949-1950년 2개년인민경제계획수행에 들어간다.
이 격동적인 해에 우리 인민군대에서는
편집안을 앞에 놓고 이렇게저렇게 생각을 굴리는데 갑자기 청사마당쪽에서 승용차경적소리가 울려왔다. 의아해서 창문으로 내다보니 웬 낯선 승용차가 들어서고있었다.
이 명절날 누가 신문사에 오시는가.
황황히 모자를 쓰며 복도로 나가는데 승용차운전사인듯한 재빛누비솜옷을 입고 역시 누비솜모자를 쓴 30대의 사나이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섰다.
《책임주필동지입니까? 어서 갑시다.
안동수는 그만 깜짝 놀라 우뚝서버렸다. 자기 귀를 의심했다.
《아니, 어느분께서 부르신다구요?》
《
안동수는 눈을 끔벅거렸다. 꼭 꿈을 꾸는것만 같았다.
안동수는 언제 다시 방으로 들어와 어떻게
외투를 입고 어떻게 밖으로 나와 승용차에 올랐는지 알지 못했다.
안동수가 차에서 막 내리는데 현관문을 열고나오신
《책임주필동무가 왔군요. 새해를 축하해요.》
《
안동수는 목이 꽉 메여 새해인사도 변변히 올릴수가 없었다. 그저 깊숙이 허리를 굽히기만 했다.
《
안동수는 불시에 눈굽이 쩡했다. 그는 눈을 슴벅거리며 솟구쳐오르는 격정을 참지 못하고 《
《누이동생과 함께 사신다더니… 같이 오지 않았어요?》
《그 앤… 사돈집에 보냈습니다.》
《그래요? 같이 왔으면 좋았을걸… 어서 들어가자요.》
《가족들에게서는 자주 편지가 옵니까?》
안동수는 물먹은 소리로 말씀올렸다.
《예… 모두 잘있다고 합니다.》
《독신생활을 하느라 불편한 점이 많겠어요. 부인님은 무슨 일을 하시는가요.》
《꼴호즈회계원을 합니다.》
《자녀들은 몇이예요?》
《셋입니다. 아들 하나에 딸이 둘입니다.》
《부인님이 수고가 많겠어요. 아버지, 어머니를 모시고 자식 셋을 키운다는게 헐치 않을거예요.》
《
안동수는 과분한 치하의 말씀에 송구스러우면서도 눈물이 나도록 감격스러워지는것을 느꼈다.
문득 보름전인 지난해 12월중순에
얼마나 과분한 말씀인가.
그처럼 나라일에 바쁘신데도 인민군신문에 낸 기사까지 일일이 읽어보시는
《
《아니, 저…
안동수는 황황히 손을 내저었으나
안동수는 너무도 크나큰 감격에 솟구치는 눈물을 어찌할수가 없었다.
전축에서는 《녀성의 노래》가 울려나왔다.
인민주권 받들고나가는 녀성들아
…
안동수는 입안에 꽉 차오르는 뜨거운것을 삼키고 또 삼켰다.
저 따슈껜뜨의 부모님들과 안해는 내가 어떤 사랑속에 이 양력설을 보내는지 상상도 못할것이다. 정말 꿈만같은 저녁이였다.…
그런데 오늘 또 이렇게 려단장의 집에서 설을 쇠도록 다심한 은정을 베풀어주시였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