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 회)

제 1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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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벼단운반작업과 벼가을이 끝난 논배미들을 갈아엎느라 기운이 빠진 낮교대운전수들이 어두워올무렵 《천리마》호 뜨락또르들을 몰고 차고로 들어왔다.

확확 달아오른 기관에서 풍기는 기름내가 열기와 함께 마당에 퍼졌다. 차에서 내린 운전수들이 꽛꽛해진 다리들을 어기적거리며 정비에 달라붙었다.

이제 교대하여 밤작업을 계속해야 하겠는데 정비는 무슨 정비야 하고 힘이 빠진 창원이는 속으로 불만이였으나 최동익이 엄격했음으로 기름걸레로 기관부의 안팎을 닦았고 바께쯔로 물을 날라다 차체와 바퀴의 먼지와 흙, 감탕을 씻어내였다.

무엇보다도 배가 고파난 창원이는 비칠거리였다. 동익이가 그의 등을 툭쳤다.

《가서 세면을 하고 식사하라구. 내가 마저하지.》

그는 이 《천리마》호를 타고 밤교대작업을 해야 했다. 그는 단련이 부족한 창원에게 밤교대작업을 시키지 않았다.

《내가 마저 해요.》

《네 다리가 꼬이는데두?》

둘이 한바탕 웃었다.

《인계할 내용은 없나? 기관은 정상이야?》

《정상이예요.》

《알았다, 빨리 가서 식사해라.》

《그럼…》

창원이는 미안해하며 세면장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작업복 웃도리를 벗어내치고 얼굴과 손을 비누로 깨끗이 씻느라 한동안 푸푸거렸다.

밤교대 운전수들이 이미 저녁식사를 하고난 밥상에 낮교대운전수들이 다가앉았다.

돼지고기를 썰어넣은 두부국을 창원이는 정신없이 퍼먹었다. 그 모양을 지켜보며 동익은 어쩐지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창원이의 말에 의하면 그가 뜨락또르운전수가 되여 농촌에서 일하게 된데는 아버지의 작용이 컸다고 한다.

어느 공장지배인인 아버지는 매우 엄격한 분인데 아들에게 《젊어서 고생은 금주고도 못산다고 했다. 사회진출의 첫 걸음으로 로동단련을 해라.》 하고 말했다고 한다.

그래서 창원이는 로동단련을 할바에는 자기를 매혹시킨 《천리마》호 뜨락또르를 타겠다고 했다는것이다.

《너 몹시 배가 고팠던게로구나.》

채재식이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하루를 일하고 저녁을 맛나게 먹으면 그게 건강체래요. 먹은것이 100프로 흡수되고 피곤도 쭉 풀린대요.》

창원이의 대답에 재식은 한바탕 웃었다.

《허허, 그래 너도 뭘 좀 아는구나.》

《그게 뭐 나쁘나요?》

《아니지. 나는 고중을 졸업한 네가 부럽다.

나는 배우질 못해 아는것도 별로 없어. 그저 뜨락또르나 몰줄 알지.》

《그건 대단한거예요. 나는 재식동지의 운전솜씨가 부러워요.》

지내볼수록 정이 가는 창원이였다.

동익은 벌로 나가기 앞서 작업조의 합숙이기도 하고 사무실이기도 한 방안에 운전수들을 모두 불러들이였다.

먼저 낮교대작업을 한 운전수들로부터 작업정형을 알아보고 작업일지에 기록하였다.

《낮교대를 한 동무들이 피곤하겠고 밤교대로 나갈 동무들도 시간이 급한데 그래도 한가지 토론을 해보자고 합니다.

토지정리와 새땅을 개간하는 문제입니다.》

이 문제를 가지고 동익은 이미 채재식 등 몇사람과 의논하여 합의에 도달했다. 그것을 오늘 6명의 운전수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락착지으려는것이였다.

《가을갈이가 끝나면 즉시 뙈기논들의 두렁을 터뜨리고 포전을 넓히면서 고르롭게 흙을 밀어내는 작업과 여기 뒤등성이의 풀밭을 개간하여 밭을 일쿠는 작업에 착수하자고 합니다.

올가을부터 우선 이 암적에서부터 시작하자는것인데 의견이 있는 동무들은 말해보시오.》

한동안 잠잠했다.

《해야지요.》 하고 채재식이 선코를 뗐다.

《이것은 당정책이고 특히 최동익조장동무가 수상님으로부터 직접 받은 영예로운 과업입니다. 지금부터 작업대상을 선정합시다.》

창원이가 졸음이 실린 눈을 꺼벅거리며 의견을 냈다.

《불도젤없이 어떻게 새땅을 개간하고 토지정리를 해요?

암적마을의 뒤등성이에는 잡관목뿌리가 엉켜있지요. 꽤 될가요?》

누군가 《그렇기도 해.》 하고 동감을 나타내였다.

동익이가 대답을 주었다.

《내가 다 연구해보았고 재식동무와도 의논해보았는데 〈천리마〉호에 불도젤날을 만들어 달고 쌍기화를 넣고 밀면 되오.》

한 운전수가 물었다. 《땅딸보》라는 별명을 가진 책임운전사였다. 키는 작고 어깨가 퍼진 그는 일을 제끼는 운전사였다.

《그런데 시간은 어디서 얻어내오? 가을에는 가을갈이, 겨울에는 땅이 얼고 봄에 땅이 녹으면 봄갈이를 해야 하지 않소?》

동익이가 이번에도 자신있게 대답했다.

《시간은 뚝 떼여내기가 바쁘오. 그래서 기본작업을 하는 여가에, 또 땅이 얼기전과 녹기 시작할 무렵에 하자는거요.

우리가 좀 힘들수 있소. 그래도 시간을 짜내여 해야 합니다.》

채재식이가 고개를 꺼떡꺼떡하며 졸고있는 창원이를 툭 쳤다.

《창원이, 알겠나?》

《아, 알았어요. 졸면서도 다 들었다니까요. 이제는 헤여집시다.》

운전수들은 방안이 들썩하게 웃어댔다.

이튿날 초저녁에 동익이와 재식이는 3작업반장에게 자기들이 결정한 내용을 알려주고 의견도 들어보자고 영준반장을 와달라고 했다.

영준반장은 어슬해지자 곧장 합숙으로 왔다. 모자밑으로 반고수머리카락이 삐죽이 나와있었다. 담배를 서너모금 빨고나서 그는 동익이와 재식이를 번갈아보며 말했다.

《뭔지 말하오. 배들이 고프겠지? 그러지 않아 돼지를 한마리 잡으려는 참이요.》

《돼지는 그만 두시오. 좀 의논할게 있습니다.》

채재식이가 말했다.

뜨락또르작업분조장인 최동익이가 우선 3작업반에서 토지정리를 시작한다고 알려주었다.

영준반장은 방바닥을 내려다보며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담배연기만 뿜고있었다. 동익은 좀 의아해하며 구체적인 작업대상들을 말했다.

《어험.》

영준반장이 꾸물거리며 입을 열었다.

《글쎄 그거야 좋은 일이지. 한데 뙈기논을 정리한다고 뜨락또르로 밀면 생땅이 나와서 수확이 떨어지오. 그리구 수로들이 메꾸어지면 물이 고인단 말이요.》

그의 이마에 피줄이 퍼렇게 돋았다. 고집을 부릴 때면 그렇게 피줄이 돋군 했다.

그에게는 있는 땅을 잘 다루어 수확고를 올리는것이 급선무였고 그것만 하재도 손발이 모자라는 때에 새 일판을 벌려놓는것이 마땅치 않았던것이다.

《앞으로 기계화를 하자면 포전을 규격화해야 합니다.》

최동익의 말도 그의 귀전에는 들려오지 않았다.

그는 근면한 농사군일뿐이였다. 《실농군에게는 나쁜 땅이 따로 없다, 근면한 농군에게 땅은 언제나 아낌없는 결실을 마련해준다.》고 작업반원들앞에서 말하군 하는 그의 머리속에는 사회주의농촌의 체모를 갖춘 현대적이고 문명한 고향마을에 대한 표상보다 누구나 근면하게 땅을 가꾸면 생활이 윤택해질것이라는 관념이 보다 강했다.

채재식이가 논바닥 겉층을 벗겨서 따로 모아두었다가 토지를 다 정리한 다음 날라다 펴면 일없다고, 생땅걱정은 안해도 된다고 한동안 설명을 했으나 반장은 여전한 자세로 앉아있을뿐이였다.

주인이 싫어하면 난사다.

《반장동지, 잘 생각해보십시오.》

《생각해보겠소.》

그는 일어서면서 동익이에게 말했다.

《미순이한테서 편지가 왔는데 운전수들의 안부를 묻더군.

그게 동무들한테 정이 들었던 모양이야.》

그는 이발을 드러내며 히죽이 웃었다. 그는 딸에 대한 자랑을 감추지 못하고있었다.

문을 열고 나가려는 영준반장을 동익이가 멈추어세웠다.

《반장동지, 미순이가 편지에서 우리 운전수들의 안부도 물었다는데 그 편지를 좀 볼수 없을가요?

남들에게 보여서는 안될 내용이 없다면 말입니다. 우리도 미순이한테 정이 들었지요.》

《보여주지. 아무런 비밀도 없소. 내 이제 집에 가서 가져다주지.》

시원시원한 영준반장이 쾌히 승인했다.

《내가 가지요.》

동익은 영준반장을 따라가 편지를 가지고 와서 호기심이 잔뜩 돋은 재식이와 함께 읽었다. 편지내용은 특별한것이 아니였다.

아버지, 어머니의 안부를 묻고 자기는 평양에 도착하여 이모한테 인사하고 학교기숙사에 들었다는것, 동무들도 사귀고 생활에서 아무런 애로도 없다는것, 농업상에게는 인사를 드릴 엄두도 못냈다는것 등을 쓰고 《암적마을은 여전하겠지요. 뜨락또르운전수동무들은 어때요? 모두 보구싶어요.》 하고 마을사람들의 안부를 물었다.

이어 미순이는 평양이 얼마나 넓고 웅장화려한 도시인가, 모란봉과 대동강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등등 놀라움과 부러움, 자랑을 한바탕 엮었다. 창원이는 미순이를 부러워하며 한숨을 쉬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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