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2 회)
제 1 편
전쟁은 어느때 일어나는가
제 4 장
6
(4)
안동수는 또 다른 편지를 펼쳐들었다.
… 여보, 공화국이 창건되였다는 당신의 편지를 받았어요. 우리는 그편지를 읽으며 모두 너무 감격해서 울었답니다.
저는
《
《이게 우리 나라로구나, 우리 나라야. 이젠 됐구나, 됐어…》 하고 속삭이듯 하시는데…
한참이나 기발을 안으신채 눈을 감고 우시던
《며늘애야, 아무래도… 너도 조국에 가야겠다. 아애비가
나는 그만 가슴이 뭉클하고 눈굽이 쓰려왔어요. 겨우 이렇게 말씀드렸어요.
《
《난 이젠 안된다. 아무리 가고싶어도… 이젠 며늘애 너만이라도 조국에 나가서…》
난
당신은 내 마음을 잘 아시겠지요.
《며늘애야, 잘 익은거다. 시원하게 한개 먹고 자거라. …》
아, 그 정이 함뿍 담긴 목소리, 물큰 풍겨오는 참외향기… 옛날부터 시아버지 며느리란 말은 있지만 우리
그런
여보, 당신이 내 몫까지 해서 조국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하고… 난 여기서 당신몫까지
안동수는 가슴이 쩌릿해짐을 느끼며 편지를 책상우에 놓았다. 이윽토록 편지를 쳐다보았다.
아버지의 마음도 안해의 마음도 가슴뜨겁게 안겨와 자기도 모르게 눈을 슴벅이였다.
빼앗긴 나라를 되찾아보자고 독립군에 들어갔던 아버지였다. 왜놈《토벌》에 맞서싸우다가 부대가 전멸되자 너무도 원통해서 쓰러진 친구의 시체를 붙안고 몸부림치며 통곡을 하였다던 피끓는 목소리가 지금도 귀전을 울리는듯하다.
《아, 분하구나. 원통하구나. 우리 나라는 왜 이렇게도 힘이 없느냐. 왜, 왜? …》
원동에 있을 때 아버지는 돈만 조금 생기면 술을 마시였고 술만 마시면 이 아들을 붙안고 울군 했었다.
《네가 나때문에 고생하는구나, 이 변변치 못한 애비때문에…》
그럴 때면 안동수는 울먹울먹하며 이렇게 위로해주군 했다.
《아버지, 이러지 마세요. 아버지는 나라를 찾자고 왜놈들과 싸우다가 이렇게 되지 않았나요.》
아버지는 눈물이 짓물린 얼굴로 도리머리를 하군 했다.
《그래. 나라를 찾자구 싸우다 이렇게 되였지. 누구나 다 싸웠어. 의병대, 독립군… 3. 1봉기땐 온 나라 백성들이 다 떨쳐나서 싸웠지만… 이기지 못했어. 그 쪽발이들한테 숱한 우리 조선사람들이… 총에 맞고 칼에 맞고… 말그대루 피바다를 이루었지만 종내 지고말았지. 우린 너무 약해. 너무 힘이 약해졌어. 그래서 나라를 빼앗기구… 이렇게 딸두 빼앗기구… 아, 이 불쌍한 안덕삼의 신세야!》
가슴을 쥐여뜯는 아버지의 주름깊은 얼굴로는 연물같은 진한 눈물이 좔좔 흘러내렸었다.
그때의 그 모습은 안동수의 심장한복판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게 깊이깊이 새겨졌다. …
그런 아버지가 새 나라가 섰다는것을 알고도 조국에 오지 못하고 이역땅에 누워있자니 마음이 오죽하겠는가.
안해는 또 어떻고…
안동수는 불덩어리같이 뜨거운것을 애써 넘겼다.
편지지를 꺼내놓고 안해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