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8 회)

제 1 편

전쟁은 어느때 일어나는가

제 4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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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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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어지간히 깊어지자 황순희는 이번에는 부려단장의 이야기를 좀 듣자며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부려단장동지의 부인님이 참 예쁘게 생겼다더군요. 우리 뚝박새 령감이 사진을 보고와서 감탄하던데… 어디 녀자예요?》

안동수는 언제인가 가족사진을 본 일이 있는 류경수가 황순희에게 요란스레 말해주었다는것을 직감하며 어줍게 웃었다.

《나기는 회령에서 태여났다더군요. 젖먹이때 고향을 떠나서 그러지…》

《어마나, 그럼 회령녀자예요?》

《예.》

《글쎄… 그러니 곱게 생길수밖에… 회령녀자들이 원래 곱기로 유명하잖나요. 회령3미중에서도 녀미가 첫자리라 소문이 났지요.》

《허, 형수님은 그걸 어떻게 다 아십니까?》

《그걸 왜 모르겠어요. 옛날 회령을 다녀간 중국의 한 사신은 <조선의 이목수려한 미녀들이 회령에 다 모인듯 하구나.> 하고 감탄했다나요. 곱고 마음이 선량하고 의리가 있고… 강인하고 대바르고… 성실하고 근면하고 생활력이 강하고… 그래서 옛날부터 사람들은 회령녀자라면 선도 보지 않고 데려갔대요.》

안동수는 점직해서 손바닥으로 뒤덜미를 슬슬 문대였다.

《그런데 비하면… 우리 집사람은 좀 한심합니다.》

《아유, 무슨 말씀을 그렇게… 내 세대주한테서 다 들었어요. 그런데 그 고운 녀자를 어떻게 쟁취했어요?》

황순희는 새물새물 웃으며 호기심어린 어조로 물었다.

안동수는 시뭇이 웃었다.

《우린 함께 학교를 다녔습니다.》

안동수는 원동과 따슈껜뜨에서 있었던 일들을 간단간단 추려서 이야기했다.

따슈껜뜨의 치르치크중학교에서 함께 공청사업을 하던 이야기 (그때 안동수는 학교 공청비서였었다), 구락부에서 열리던 예술공연에 함께 참가하던 이야기(그때 처녀는 노래를 불렀고 안동수는 기타를 탔었다), 무도회때 함께 춤을 추던 이야기… 안동수의 이야기를 재미나게 듣고있던 황순희가 웃음을 머금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정말 아기자기하게 사랑이 무르익었겠군요.》

안동수는 웃으며 도리머리를 했다.

《그런것도 아니랍니다. 곡절도 좀 있었지요. 그 사람 아버지 별명이 <호걸장수>인데 글쎄 우리 앞길에 떡 차단봉을 내리더란 말입니다.》

《그래요?》

황순희의 눈이 또 올롱해졌다.

《자, 그 이야기는 이젠 자리를 펴고 누워서 들읍시다. 그런 말은 누워서 들어야 재미나는거요.》

류경수가 안해에게 이불을 펴라고 재촉하자 안동수는 언제 자고갈새가 없다고 하면서 자리를 일었다.

류경수가 큰일이나 난듯 안동수의 팔을 잡았다.

《이게 무슨 일이요? 오늘은 못가오. 오늘은 무조건 우리 집에서 자야 하오.》

안동수가 미안쩍은 어조로 말했다.

《려단장동지, 미안합니다. 사실 오늘밤중으로 문화부련대장들에게 꼭 포치할게 있어서 그럽니다.》

황순희가 그러면 안된다면서 다른 팔소매를 붙잡았지만 안동수는 헌헌한 어조로 말했다.

《형수님, 오늘저녁에 다 말하면 다음번에 할 이야기가 없지 않습니까. 나도 값을 좀 올려야지요,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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