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4 회)

제 1 편

전쟁은 어느때 일어나는가

제 4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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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류경수는 민족보위성에 갔다가 김일 보위성 부상 겸 문화훈련국장이 만나자고 하던 말이 생각나 그의 방으로 찾아들어갔다.

김일은 손바닥크기만 한 《선전원수책》을 뒤적이다가 류경수가 들어서자 앞걸상을 가리켰다.

《거기 앉소. 려단장동문 안동수문화부려단장문제가 중앙당조직부에 상정된것을 알고있소?》

그의 단도직입적인 물음에 류경수는 놀란 눈길을 들었다.

과묵한 김일은 큰 표정변화가 없이 뚝한 어조로 말했다.

《문제가 좀 복잡해진것 같소. 싸움준비는 생각 안하고 고린내나는 복고주의사상만 퍼뜨린다는거요.》

류경수는 터무니없는 말에 픽 웃고말았다.

《누가 그런 말을 합니까?》

《허가이요. 전사들을 현대전에 맞게 사상적으로 준비시킬대신 집요하게 그것을 반대한다는거요. 케케묵은 복고주의에 물젖어 골동품만 제일이라고 한다던가. 어쨌든 지독한 반쏘분자라는거요.》

류경수는 그제야 짐작이 가서 껄껄 웃었다.

《반쏘야 아니지요. 쏘련을 반대해선 뭘하겠습니까. 사회주의국가인데… 우리야 산에서 싸울 때… 사회주의쏘련을 무장으로 옹호하자라는 구호까지 들고 싸우지 않았습니까. 사회주의동방초소를 믿음직하게 지켜냈지요. 문화부려단장동무는 쏘련을 반대하는것이 아니라 우리 군인들이 조선사람으로서의 제정신을 가지고 살게 하자는것입니다. 부상동지는 우리 문화부려단장동무를 잘 아시지 않습니까.》

《나야 알지. 장군님께서 아끼며 키우시는 동무라는것도… 그런 동무가 말밥에 오르는게 분해서 그러오.》

류경수는 그루박듯이 단마디로 찍어 말했다.

《문화부려단장동무에 대해서는 마음놓아도 됩니다.》

《그렇게만 볼 문제도 아니요.》

… 어제오후 박영욱이 허가이를 찾아왔다고 한다. 안동수에 대하여 당적으로 문제를 보아야 한다고 정식으로 제기하였다는것이다.

《그 사람은 속이 어스크레합니다. 검토해보아야 합니다.》

《그건 무슨 말이요?》

무슨 문건인가 정리하던 허가이는 눈을 치뜨고 산신제물에 메뚜기 날아들듯 뛰여들어와 침방울을 튕기며 흥분해서 말을 늘어놓는 박영욱을 의아해서 쳐다보았다.

《우리가 이제 전쟁을 한다면 정규전을 해야 한다는건 불보듯 명백하지 않습니까. 불가피하게 쏘련의 지원을 받아야 하고…》

《그건 옳소.》

허가이는 눈을 쪼프리며 긍정을 표시했다.

《그렇다면 우선 군인들을 정규전에 대처할수 있게 무장시켜야지요?》

《그건 왜 새삼스레 묻는거요?》

허가이는 뻔한걸 묻는 박영욱의 속심을 알수가 없어 벌컥벌컥 문건을 뒤번지며 짜증을 냈다.

박영욱은 이렇게 허가이의 신경을 슬쩍 건드려놓고는 얼굴이 벌개져서 분노를 터뜨렸다.

《바로 안동수가 그걸 반대해서 그럽니다. 정규전의 경험이 다 필요없다면서… 말타고 투구쓰고 화살이나 날리던 옛날의 경험부터 알아야 한다면서…》

허가이는 믿어지지 않는듯 허허허 웃었다.

《안동수가 그런 돈키호테란말이요?》

《큰일났습니다. 문제를 세워야 합니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외아들부대 문화부려단장을…》

허가이는 별안간 고개를 획 돌려 박영욱을 쏘아보았다.

《그게 사실이요?》

《오늘 오전까지만도 그 동무에게 이야기할만큼은 다 해주었는데… 아예 절벽입니다.》

허가이는 리해가 안된다는듯 눈을 가느스름히 쪼프리며 고개를 기웃했다.

《그 동무야 쏘도전쟁에까지 참가했던 동무가 아니요?》

《병이 들었습니다. 군대문제가 되여 내 권한으로는 당장 바로잡을수가 없지, 그래서 조직부위원장동지한테 달려온겁니다. 전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개 려단이, 그것도 하나밖에 없는 땅크려단이 녹아나면 어떻게 합니까. 그 사람은 건국실에 직관판을 게시하는것도 거북선이요, 첨성대요 하면서 고망옛적자료들을 기본으로 써붙이라고 했답니다. 글쎄 그게 2차대전에서 결정적인 승리를 거두게 한 쓰딸린그라드격전이나 꾸르스크격전에 어떻게 대비할수 있습니까.

그 격전이야말로 정규전, 현대전의 표본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안동수 그 사람은 현대전의 경험들을 게시한 한 문화부대대장을 제정신이 없는 사람이라고 처벌까지 주었습니다. 정말 누가 제정신이 없는지… 이건 완전한 언어도단이 아닐수 없습니다. 더구나 그 문화부대대장으로 말하면… 쏘련사람들도 각별히 관심을 가지고있는 대상인데…》

허가이가 문건을 탁 접으며 눈을 치떴다.

《그건 또 무슨 소리요?》

박영욱은 마른침을 애써 삼키고는 방철호와 쏘련공산당 중앙위원회 그 간부와의 관계를 과장까지 해서 이야기했다.

《그래서 난 조국으로 나올 때 그 동지와 전화련계도 했댔습니다. 그 동지는 자기 은인의 일가를 부탁한다고, 신신당부한다고 하더군요. 그 동지가 쏘련당에서 무시할수 없는 자리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있는 실권자의 한사람이라고 생각할 때… 문화부대대장문제를 그렇게 처리한다는것은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청소한 우리 나라가 앞으로 사회주의를 건설하자고 해도 그래, 당장 눈앞에 박두해오고있는 전쟁을 치르자고 해도 그래 쏘련의 지원을 배제할수가 있습니까? 쏘련의 지원이 없이 이 나라를 유지할수가 있습니까?

정말 신중한 문제입니다. 나라의 생사존망과 관련된… 절대로 용서할수 없는 문제입니다.》

허가이는 만년필뒤등으로 문건우를 똑똑 그루박다가 심중한 어조로 혼자소리처럼 중얼거렸다.

《안동수 그 사람은 김일성동지께서 믿고 그처럼 중요한 부대를 맡겨주시였는데… 그 믿음에 보답할 대신 도대체 어쩌자는건가?》

《배은망덕도 분수가 있지… 완전히 안하무인입니다.》

허가이는 큰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내 안동수동무를 한번 만나보겠소.》

《단단히 문젤세워주십시오. 그 사람은 원래 려단을 맡을 재목이 못되는 사람입니다. 신문글이나 좀 쓰면 쓸는지…》

《됐소, 그런 말은 막 하는게 아니지. 알겠소. 이젠 돌아가보오. 내가 알아보고 대책을 세우겠소.》

박영욱은 아직도 속이 풀리지 않는지 계속 풀풀거렸다.

《그 사람은 사실 뒤생활도 깨끗치 못합니다. 가족을 쏘련에 다 팽가쳐두고 혼자만 훌떡 나온것도 쪼간이 있는것 같단말입니다. 그 사람이 참모장의 부인에 대해 남달리 관심을 가지고있는것도 그렇구… 참모장이 집에 잘 들어가지 않는것도 그렇구… 꽃니라는 그애는 또 어떻게 생긴건지… 물론 다 구실은 있지만… 처녀도 아일 낳구 구실이 있다구…》

박영욱은 자기 입에서 뱀이 나가는지 구렝이가 나가는지 모르고 열을 올렸다.

허가이는 뜻밖의 소리에 눈을 치떴다.

《무슨 소리를 하는거요. 아무렴 그 동무가 감히? …》

박영욱은 억울하다는듯 두손을 쩍 벌려보였다.

《그건 죄다 사실입니다. 그건 저의 이 두눈으로 직접 확인한겁니다.》

《뭐요?》

허가이가 리해되지 않는듯 고개를 기웃거리자 박영욱은 누가 듣지 않는가 하는듯 주위를 둘러보기까지 하고는 책상앞으로 한걸음 더 나서서 침방울을 튕기기 시작했다.

《내가 바로 그 방철호를 만나고 돌아오던 길에 부려단장을 만나 그에 대하여 부탁하려 했댔지요. 사택마을에 가있는것 같다기에 들려보니 바로 그 참모장네 집마당에서 장작을 패주고있더란말입니다. 참모장의 안해는 장작을 가리고있었고… 둘이 어찌나 재미나게 웃으며 말하는지… 차마 그들사이에 나설수가 없었습니다. 지나가는 녀인에게 물어보니 부려단장이 참모장의 집일을 자주 도와주군한답니다. 참모장은 바쁘다면서 집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다는거지요.

위원장동지, 이게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글쎄 자기네 지휘부군관의 안해까지… 둘이 눈맞아돌아가는게 오죽 눈에 거슬렸으면 집에도 안 들어가고…》

《박동무!》

허가이는 참지 못하고 주먹으로 책상을 쾅 내리쳤다. 그의 말을 제지시키지 않으면 어떤 더 험상한 말이 터져나올지 몰랐다.

《됐소. 그런 말은 아무리 사실이라도 함부로 옮기지 마오. 간부들이 남의 뒤생활 특히 그런 사생활에 대하여 들고다니는건 점잖지 못한 일이요.》

박영욱은 얼굴이 수수떡처럼 되여버렸다. 면구스러운듯 뒤덜미를 슬슬 쓸며 중얼거렸다.

《저도 말하자고 해서 한게 아니라 그 사람일에 너무 격분하다나니 그만… 그리고 그 사람의 뒤생활들에 대해서는 부위원장동지가 아셔야겠기에…》

《아, 됐소, 됐소. 이젠 어서 가보오.》

박영욱은 아직 뭐가 미타한지 끙끙 갑자르다가 한숨을 내쉬며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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