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7 회)
제 1 편
전쟁은 어느때 일어나는가
제 3 장
4
(1)
쫘르륵- 쫘르륵- 덜컹덜컹…
안동수는 귀전을 두드리는 이상한 소리에 놀라 번쩍 눈을 뜨며 웃몸을 일으켰다. 몸이 으쓸해와서 모포를 어깨우에까지 올려덮으며 잠자리에 그냥 앉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소리는 창문쪽에서 들려왔다. 센바람이 모래알들을 날라다가 쫘르륵쫘르륵 창유리를 후려갈기기도 하고 어서 일어나라는듯 창문을 덜컹덜컹 잡아당기기도 한다.
문득 낮에 지휘부식당앞에서 병사들이 자동차에 싣고온 무우를 부리우던 일이 생각났다.
저녁밥을 먹고나올 때도 분명 그 무우무지를 본것 같았다.
(무우가 얼지 않을가?)
걱정스러웠다.
김장무우가 얼면 야단이였다.
안동수는 얼른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갔다.
문을 열고나서기 바쁘게 찬바람이 덮쳐들었다.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마구 후려갈긴다.
안동수가 몸을 반쯤 옆으로 돌리고 식당쪽으로 향하는데 그쪽에서 무슨 웨침소리들이 났다. 벌써 사람들이 나온것 같다. 아닌게아니라 식당앞에 다달으니 금실이며 복실이며 식당직일관이며 하는 후방부문 사람들이 무우무지에 천막과 나래를 날라다 덮고있었다. 전지불이 번쩍번쩍거리는데 말소리들을 들으니 뜻밖에도 류경수려단장과 리영복참모장도 천막을 덮으며 빨리 돌을 날라오라고 소리들을 지른다. 천막이 바람에 벗겨지지 않게 돌로 눌러놓자는것이였다.
그들과 함께 무우더미를 다 덮은 안동수는 돌들을 날라다 천막주위를 따라가며 든든히 지질러놓고야 허리를 폈다.
《됐소. 이젠 아무리 센바람이 불어도 끄떡없겠소.》
류경수가 만족해서 하는 말이였다.
《자, 수고들 했는데 이젠 빨리 들어가 눈들을 좀 붙이기요.》
사람들을 돌려보낸 류경수와 안동수는 참모장과 함께 이제 얼수 있는것들이 더 없겠는가 따져보며 지휘부청사주위를 한바퀴 돌아보고서야 헤여졌다.
안동수는 침실로 돌아오자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으쓸한것이 이젠 침실에 불을 땔 때도 되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안동수는 모포를 두장 겹쳐쓰고 누웠다. 왜서인지 잠이 오지 않는다. 정신은 점점 더 또렷또렷해진다. 동기훈련을 앞두고 어떤 사업들이 필요하겠는가 다시 되새겨보기 시작했다. 저녁에 만났던 참모장의 웃는 얼굴도 떠오른다.
《사람의 능력에도 한계가 있지요. …》
물론 그로서는 그렇게 생각할수도 있다. 전사들이 따라서지 못하니까…그를 탓할 필요는 없다. 전사들이 그의 높은 요구성에 따라서게 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내가 할 일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우리의 정치사상사업은 어떻게 되여야 하는가.
문득 35련대 3대대 선전원이 하던 말이 떠올랐다.
《사실 이번에 갓 선전원이 된 저는 잘해보겠다는 결심은 컸지만 수준이 어리다보니 잘 안됩니다. 엊그제도 <계급적원쑤들은 발악한다>는 제목으로 선동자료를 준비해가지고 정비장에 나가 선동사업을 했는데… 정말 며칠동안 품을 들여 준비한데 비하면 너무도 소득이 적었습니다. 처음엔 좀 듣는듯하더니 조금 시간이 지나자 이상하게도 다들 자기 할일을 하는것이였습니다. 어떤 동무는 몰래 새끼수첩을 펴들고 무엇인가 암송하느라 눈을 감았다떴다하고 어떤 동무는 무기소제도구를 깎느라 머리를 숙이고 열심히 칼질을 하고 어떤 동무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먼 하늘만 멍청히 쳐다보고… 어떤 동무는 물마시러 갔다오겠다고 하면서 자리를 떠서는 담배까지 피우고야 오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사실 일껏 준비한 선동사업인데 사람들이 귀기울이지 않으니 얼마나 맥작하던지…》
옳게 말했다. 선전선동사업은 짤막하면서도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게 해야 한다. 지금 부대가 려단으로 확대되면서 경험이 없는 문화정치일군들이 많이 배치되여온 조건에서 그들과의 사업을 잘해야 한다.
안동수는 신문사에 있을 때 구분대들에 나가 전사들과 담화하던 일이 떠올랐다.
그때 전사들은 신문기사들도 좀 짧게 썼으면 좋겠다고 했었다. 전사들은 긴것을 싫어한다. 행동적인것을 좋아하는 젊은 군인들이기때문이다. 환경과 조건에 맞게, 대상의 특성에 맞게 충분히 휴식을 한 다음에 하든가 선전선동사업을 짧게 해서 그들이 충분히 휴식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 휴식시간에 계속 앉혀놓고 자기 말만 말이라고 냅다 하면 35련대의 그 선전원처럼 성과는커녕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수 있다.
민청조직들과의 사업도 짜고들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