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 회)

제 1 장

8

(1)

 

김만금이 상의 사무실로 부상과 국장들을 불렀다.

그는 상의 자리에 신임농업상을 앉히고 자기는 그옆에 비켜앉았다. 성당위원장과는 이미 인사가 있었지만 그도 참석하였다.

한룡택은 묵직하게 앉아서 방에 들어오며 묵례로 인사하는 사람들을 거의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고있었다.

부임지에 새로 왔음으로 좀 어려워한다든가 어색해하는 기색은 조금도 없었다. 첫 인상부터 엄하게 주려는것 같았다.

오래동안 책임적인 위치에서 사업해온 그의 언행과 표정은 하나하나가 다 묵직하고 틀이 있었다.

김만금이 일어서서 상으로 부임되여온 한룡택을 간단히 소개하고 앉았다.

신임농업상이 천천히 일어섰다. 그의 얼굴은 퉁퉁하고 목덜미가 불기우리했다.

《수상동지께서는 저를 불러주신 자리에서…》 하고 그는 부임인사를 시작했다.

《오늘 우리 농업부문이 농촌에서 이미 거둔 성과를 공고히 하고 더욱 발전시키기 위한 사회주의농촌건설의 전략적과제를 명확하게 천명하여 주시였습니다.

올해 농업부문에서는 풍년작황을 마련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당면하여 명년에 더 높은 목표를 내걸고 투쟁해야 할것입니다.

올해의 알곡 총수확고가 집계되면 명년에 얼마나 더 할수 있겠는지 과학적으로 타산하고 서로 합심하여 성앞에 나선 알곡증산과업수행에 매진하자는것을 호소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는 이렇듯 무게있게 말하고 앉았다.

참가자들이 그의 호소에 례의를 담아 적당한 박수로 호응했다.

새 농업상에 대한 파악은 없으나 화려한 인사말이나 요란한 언사를 하지 않은데 대해 일부 사람들은 일정하게 공감하는듯 했다.

사실 신임농업상은 겸손하고 친절하게 말을 하지 않았다.

보통 취임인사를 하는 경우에는 동무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다든가, 아는것도 적고 처음 하는 일이여서 동무들의 일깨움과 방조를 받아 일을 잘하겠다든가 하는 겸손을 표시하는것이 통례인데 그런것이 없었다.

그래서 상이라고 하면 저렇듯 엄하고 무게가 있어야지 하고 신임농업상을 좋게 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왜냐면 그들은 다른 성 사람들이 농업성이라고 하면 두엄내나는 락후한 농촌의 상징으로 보면서 업수이 여기는것이 늘 자존심이 상했기에 상만이라도 무게있고 주먹이 세고 권위가 높은 즉 일정한 직위에서 일하던 사람이 오기를 바라고있었기때문이였다.

한편 다른 일부 사람들은 저 사람과는 같이 일할 재미가 없겠군, 좀 거만하군 하는 실망감과 두려움을 어쩌지 못했다.

성의 중추를 이루는 인물들인 부상이나 국장들은 자기들의 감정을 로출시키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무표정한 눈길로 새 상의 거동을 지켜보았다.

부임인사가 너무 간단해서 참가자들이 한룡택이 앉은 후에 헤여져가야 할지 어째야 할지 몰라 어물어물하는데 신임상이 김만금을 향해 물었다.

《숙천군에서 당한 폭우피해를 어떻게 대책하고있습니까?》

한룡택은 원래 이 물음을 전임상이 아니라 현임부상들에게 했어야 옳았을것이다. 그러나 그는 김만금이를 향해서 물었다.

《온 군이 동원하여 동뚝을 막고있습니다.》

그의 성미를 잘 알고있는 김만금이 선선히 대답했다.

한룡택이 역시 김만금에 대해서 잘 알고있었다. 그가 알고있는 김만금은 대체로 이런 사람이였다.

김만금은 해방전에 왜놈을 때려눕히고 일본으로 건너가 대학을 다녔다. 그때 그는 반일지하조직에서 활동하다가 신변에 위험이 조성되자 다시 조국으로 건너왔다.

그는 어느 관개공사장에서 일하던중 해방을 맞이했으며 공산당에 입당하여 군당위원장을 거쳐 시당위원장을 하였다.

조국해방전쟁의 일시적인 전략적후퇴시기에는 인민유격대 대장으로 적들과 싸웠고 그후 평남도당위원장, 당중앙위원회 부장직을 력임하였다.

한룡택은 이런 경력을 가지고있는 김만금을 존중했지만 자기와 동등하게 보지는 않았다.

자기는 나이도 우이고 반일투쟁년한도 훨씬 길며 활동령역 또한 조선, 로씨야, 중국, 일본 등 세계적판도의 넓은 지역을 포괄하고있다. 그런 자기의 경력에 비하면 김만금은 별로 이렇다할만 한것이 없다고 인정하면서 눈아래로 보는것이였다.

일을 끝내고 김만금이 떠나갈 때 한룡택은 사무실안에서 인사를 나누고 헤여졌다.

성당위원장이 김만금과 같이 복도를 지나 층계를 내려 승용차에까지 갔다.

한룡택은 부상과 오래동안 이야기하면서 성을 료해한 다음 그의 안내를 받으며 사무실들을 돌아보았다.

《농기계관리국입니다.》

부상이 출입문을 열고 말한다. 사무실안에 있던 사람들이 벌떡벌떡 일어선다.

부상이 그들을 한사람한사람 소개한다.

상이 고개를 약간 끄덕인다.

《농업기술국입니다.》

여기에서도 상은 그저 고개만 끄덕이였다.

 

되돌이
감 상 글 쓰 기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를 하려면 여기를 눌러주십시오
Copyright © 2003 - 2022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