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 회)

제 1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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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김일성동지께서는 그의 가슴속에 깊이 박힌 상처를 건드린것만 같아 마음이 무거우시였다.

《내가 공연한것을 물은것 같습니다.》

그이께서 조용히 말씀하시자 한룡택이 머리를 번쩍 들었다.

《아닙니다, 장군님, 장군님앞에서 잠시나마 나약해진 마음을 드러낸 저를 용서하십시오.》

한룡택의 물기어린 눈에서 푸른 섬광이 번뜩이였다.

그는 썩썩 갈리는 목소리로 슬픔을 누르며 말씀드리였다.

《저에게는 아들 하나와 딸 하나가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공산주의운동을 한다고 뛰여다니다가 왜놈경찰의 눈을 피해 중국으로 들어갔는데 그때 맏이인 아들은 서울의 친척집에 떨구고 어린 딸만 데리고 갔습니다.

그런데 그후 친척집은 살길을 찾아 만주로 가고 저의 아들은 거리에서 신문을 팔며 연명하다가 병들고 굶어죽었다는 소식이 왔습니다.

장군님, 이런 세속적인 가정이야기로 장군님의 귀중한 시간을 빼앗아도 일없겠습니까?》

수령님께서는 손을 가로저으시였다.

《그것이 어떻게 세속적인 이야기겠소. 해방전 우리 민족이 당한 참상이 아니겠소. 어서 계속하시오.》

《예, 저는 비장한 결심을 품고 처와 토론한 끝에 딸애를 중국인로인부부에게 부탁하고 팔로군에 들어가 왜놈들과 싸웠습니다.

왜놈들이 망한 후 중국인로인부부를 찾아갔습니다.

그들에게 인사를 하고 딸애도 데려오려고 말입니다. 그러나 그 마을에 가니 집들이 모두 불타버리고 개들만 돌아다니는것이 아니겠습니까.

왜놈들이 마을에 달려들어 모조리 불태우고 늙은이건 어린애건 모조리 학살하였습니다. 겨우 참살을 면한 한 로인에게서 들으니 왜놈들이 저의 딸을 맡아 키우던 로인부부를 칼로 쳐서 죽이고 저의 딸도 목을 잘라 불속에 던졌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여 저의 부부는 아이들을 다 잃고 가슴에 재가 앉은채로 평양으로 왔습니다.》

한룡택의 눈에 피발이 빨갛게 서고 턱이 덜덜 떨리였다.

수령님께서는 방구석에 있는 원탁으로 다가가시여 황동주전자의 물을 고뿌에 따라 그에게 권하시였다.

고뿌를 입에 가져갔으나 한룡택은 물을 마실수 없었다. 고뿌가 덜덜 떠는 이발에 부딪쳐 물이 튀여났다. 그는 두손으로 고뿌를 움켜쥐였다.

장군님, 용서하십시오. 제가 너무 흥분한것 같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어서 물을 마시며 진정하라고 말씀하시였다.

한룡택일가의 비극은 해방전 일제강점하에서 우리 인민이 겪은 참상의 한 실례였다.

그이께서는 저으기 격동된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룡택동무, 가슴에 앉은 재를 털어버리고 용기를 가다듬어 광명한 조국의 앞날을 내다보며 우리 함께 일해나갑시다.》

한룡택은 수령님의 가르치심을 가슴에 깊이 새기고 새 조국건설에 참가하였다.

공화국이 창건되자 수령님께서는 한룡택을 내각참사실에서 참사로 일하도록 하시였다.

그다음은 조국해방전쟁, 전후복구건설, 사회주의건설…

수령님께서는 크지 않은 부서를 책임지고 당사업을 해오던 그가 농업상을 꽤 해낼수 있을가 하는 우려도 드시였다. 부서들이 많고 사람들이 가득차있는 성기관에 나가 발을 붙이고 행정경제사업을 제대로 하겠는지. 한마디로 말해서 농업성이라는 내각의 큰 성을 감당해낼수 있겠는가 하는것이였다.

《즉시적으로 결심하고 과감하게 일처리를 한다.》, 《사람들에 대한 통솔력이 강하다.》

그의 우점이 이렇게 평가되고있었다.

그이께서는 김만금과 의논하시려고 집무실로 부르시였다.

김만금이 들어서자 그이께서 물으시였다.

《만금동무가 한룡택동무와 가깝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를 잘 아오?》

《예, 사람이 시원시원해서 사귀기 좋습니다.》

《그렇다?…》

수령님께서는 미소를 머금으시였다.

우물쭈물하지 않는 행동적인 성격의 김만금이니 남자다운 한룡택을 좋아할수 있었다. 그러나 성격이 시원시원하다고 하여 사업을 당정책적요구에 맞게 다 원만하게 전개해나간다고 볼수는 없는것이다.

그이께서는 한룡택의 사업상우점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가고 물으시였다.

김만금의 평가는 수령님의 견해와 기본적으로 일치하였다. 이것은 반가운 일이였다.

《계속하오.》

《한룡택동무는 물론 결함이 있다고 봅니다. 누군들 결함이 없겠습니까? 본질적인것을 보아야 한다고 저는 주장합니다.》

김만금이 확고한 립장에서 말씀드리였다.

《본질적인것은 어떻게 말할수 있소?》

《한룡택동무는 우리의 혁명과 건설위업은 오직 김일성동지의 령도만을 따라 수행해야 한다고 확신하고있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한룡택이 조국이 준엄한 시련을 겪던 지난 조국해방전쟁시기에 박헌영의 비렬한 도전으로부터 우리 당을 옹호하여 어떻게 행동했는가를 알고계시였다.

그는 선진대국의 경제력과 과학기술의 위력 등에 환상적으로 대하고 우상화했지만 그 나라 당의 지시에 무조건 맹종맹동하지는 않았다. 말하자면 자존심이 셌다.

김일성동지께서 말씀하시였다.

《우리 사람들속에서 선진국에 대한 환상이 잘 빠지지 않고있소. 우리 나라가 뒤떨어졌기때문이요.

물론 우리는 선진국들의 발전된 과학기술을 우리의 경제건설에 적극 받아들여야 하며 실지 그렇게 하고있소. 이렇게 하는것이 주체를 살리는데서 저애로 되여서는 안되오.

우리는 우리가 뒤떨어졌기때문에 분발하고 또 분발해야 하며 천리마의 속도로 내달려야 하오.

나는 한룡택동무가 선진국에 대한 환상이나 숭배심이 있다 해도 민족적자존심은 간직하고있다고 믿고싶소.》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작풍상 결함을 꽤 고칠수 있을가?》

그이께서 김만금을 주시하시였다.

김만금이 용기를 내였다.

《그가 당적수양을 쌓도록 부단히 교양하면 고칠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상동지께서는 생사운명을 같이할 참다운 동지를 얻는다는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때문에 우리는 한번 믿음을 준 동지를 쉽게 버려서는 안된다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수령님께서 김만금에게 자리에 앉으라고 하시였다. 그때까지 김만금은 이 긴장하고 엄숙한 순간에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신경이 팽팽해져서 줄곧 서있었다.

《만금동무, 한해동안 농업상을 겸해 일하느라고 고생이 많았소.

이제는 새로 부임하는 농업상과 같이 마음을 맞추어 오늘의 현실이 요구하는 높이에서 사회주의농촌건설위업에 힘써야 하겠소.》

《알았습니다. 수상동지!》 김만금은 매혹과 흠모가 한껏 실린 눈빛으로 그이의 모습을 우러러보았다.

《새 농업상으로 누가 옵니까?》

그는 참지 못하고 문의했다.

《동무하고 이때까지 그 사람 이야기를 하지 않았소.

나는 그의 긍정면 특히 일을 제끼는 완강한 노력과 내밀성을 중시하오. 물론 결함이 있소.

그렇지만 만점짜리 일군이 어디 있소?

일을 맡기고 일하는 과정에 결함을 고쳐나가도록 이끌어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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